“못 말리는 오만과 실언…정권 위험하다”

2010.03.30 09:07:44 호수 0호

MB맨 통제 불가 ‘정권 위기론’ 급부상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명박정부와 집권여당에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 이번 지방선거는 MB정부에게 있어서 중간평가이자 집권 3년차 국정운영의 분수령이다. 하지만 이러한 중요한 시기에 MB를 비롯한 여권 수뇌부들의 실언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면서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 호사가들은 MB정부와 현 정국에 대해 ‘방약무인(傍若無人)’하고 ‘오만방자(傲慢放恣)’하다고 말한다. 이는 곁에 사람이 없는 것처럼 주위 다른 사람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자기 멋대로 국정을 운영하고 오만하고 방자하게 일을 추진하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MB정권은 이어지는 실언으로 정국 주도권을 상실해가고 있고, 자신들이 내뱉은 말의 늪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MB‘독도’ 김우룡‘큰집’ 안상수‘봉은사’최시중‘현모양처’
죽지 않은 진보세력 “MB 정부 약점 찾았다” 대반격 준비



MB정부의 실언(失言)파동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발언으로 시작됐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2008년 7월15일 한일 정상회담 기사에서 후쿠다 일본 총리가 ‘독도문제를 교과서에 기술하겠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이 “지금은 곤란하니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고 보도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이 발언을 두고 지난해 8월13일 민주당 부대변인인 이재명 변호사가 총 1886명의 소송인단을 구성, 독도와 관련된 요미우리신문의 보도와 관련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요미우리신문의 손해배상과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지난달 9일 국민일보가 재판소식을 전하면서 재점화됐다.

조인트, 현모양처, 좌파
MB정권 실언공화국

이 같은 큰 이슈에 대해 방송3사와 보수 언론은 김길태 사건으로 희석시키려 노력했지만 오히려 네티즌 사이에서 파장이 커졌다. 일주일쯤 지난 지난달 17일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그 동안 독도문제에 대해선 공식브리핑을 자제해왔다”고 운을 뗀 뒤 “2008년 7월 G8 확대정상회의에서 배석자 없이 잠시 환담한 자리였고, 소문에 들리는 말씀 그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요미우리신문에서 당시 근거 없는 보도를 내자 우리 정부가 아니라고 했고 일본 정부도 기자회견까지 자청해 보도가 사실무근임을 확인한 종결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청와대의 공식해명에도 불구하고 ‘독도발언’의 불씨는 남아 있는 상태고 MB는 심각한 내상을 입었다.

이후 김우룡 전 방문진(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큰집 조인트 발언’이 터져 나왔다. 김 전 이사장이 <신동아>와 인터뷰에서 “큰집도 (김재철 사장을) 불러다가 조인트 까서 (강제로 한 인사)”라면서 “이번 인사로 MBC 좌파 대청소는 70~80% 정도 정리됐다”고 말했다.


이에 김 전 이사장은 지난달 19일 ‘신동아와의 인터뷰’에 대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김재철 사장에게 미안하다”고 해명했다. 이후 김 전 이사장은 이사직 직위 해제는 물론이고 이사직 자체를 사퇴했다. 김 전 이사장의 큰집 운운 및 좌파인사 척결 발언은 역시 적잖은 물의를 빚었다. 이와 관련, 여권 내부에서는 ‘김우룡 전 이사장이 야당 편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들리고 있는 것.

이와 함께 터진 실언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현모양처’ 발언이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18일 제주도 서귀포 KAL 호텔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2010 여기자 포럼’을 찾아 “여성들이 직업을 가지기보다 현모양처가 되기를 바란다”며 “충실한 어머니와 선량한 부인만 돼도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분노한 여기자들에게 결국 사과를 해야만 했고 정작 자신의 딸은 시의원에 출마해 빈축을 샀다.

여러 가지 악재들이 채 가시도 전에 안상수 원내대표의 이른바 ‘봉은사 발언’이 갑자기 터져 나와 청와대와 여권핵심부를 또 다시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봉은사 주지인 명진스님은 지난달 21일 일요법회 법문에서 “자승 총무원장이 지난해 11월5일 취임한 후 11월13일 오전 7시30분 프라자호텔 식당에서 안 원내대표가 ‘현 정권에 저렇게 비판적인 강남의 부자 절 주지를 그냥 두면 되겠느냐’라고 자승 원장에게 얘기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폭로했다.

이 사건은 결국 현장에 있던 김영국씨의 의해 전달된 말을 전해들은 명진스님이 이야기한 것으로 ‘MB정부가 불교계를 탄압하고 있다’는 것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분위기다. 사실 안 원내대표의 ‘좌파’ 발언은 이것이 처음이 아니다. 안 원내대표는 “좌파정권의 편향된 교육 때문에 아동성폭력 범죄가 발생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한바탕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이 같은 안 원내대표의 발언에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질타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안 원내대표가 차기 당대표 도전을 앞두고 청와대를 의식해 무리한 행보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며 “워낙 직설적이고 솔직한 성격이라 도를 넘어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결국 이 같은 발언은 MB를 곤경에 빠지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MB와 여권 핵심부의 잦은 말실수에 대해 진보진영에서 대반격을 취하면서 여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MB맨의 말실수에 대해 <한겨레>, <경향신문>, <프레시안>, <오마이뉴스>, <뷰스앤뷰스>, <노컷뉴스> 등의 진보언론들은 앞 다퉈 릴레이 보도를 하면서 여론몰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야당들도 가세하면서 MB정권 위기론과 심판론에 불을 지피고 있는 것.

약점 잡은 진보진영
야당·언론 손잡고 총공세

지난달 23일 창조한국당은 ‘이명박정권-한나라당의 설화(舌禍)레이스’라는 논평을 통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날 논평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민주화세력과 노조, 장애인, 중견배우 비하발언 뿐 아니라 심지어 ‘마사지걸’ ‘서울시 봉헌’ 등으로 파문을 일으켰고, 정운찬 국무총리는 비교적 ‘늦은 데뷔’에도 불구하고, ‘731 독립군’ ‘단식 의원 만찬 초대’ ‘독신의 4선 의원 빈소에서 초선의 자식 걱정’ 등으로 주목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들의 활약도 못지않아서, 유명환 외교부장관은 ‘천정배 왜 왔어, 미친 X’로, 유인촌 문광부장관은 ‘찍지마, XX’로 국회 모독 논란을 빚었으며, 권태신 총리실장은 세종시 원안을 ‘사회주의 이념’과 연결시켜 물의를 빚었다”고 비판했다.


이날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도 “다시 한 번 안상수 원내대표의 정계 은퇴를 요구한다”며 “민주사회의 기본가치 기본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정치인이 해서는 안 될 말이 있다. 넘어가서는 안 될 선이 있는데 안 원내대표의 이번 발언은 그 선을 넘어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김영국 거사가 명진스님의 주장이 모두 사실임을 증언함으로써 이제 안 원내대표가 빠져나갈 구멍은 없어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보진영의 총공세에 친이계 핵심인 정두언 지방선거기획위원장도 “정부가 선거를 도와주지 않아도 좋으니 방해만 안했으면 좋겠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소방수로 나선 박형준 청와대 정무수석도 지난달 24일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취임 초기에는 불교계와 여러 불필요한 오해가 있었으나 그런 부분은 많이 해소가 됐고 이번에 천주교에서 그런 문제가 발생했는데 종교와 정부가 마찰을 일으키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진급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 같은 진화에도 불구하고 정권의 악재들이 줄줄이 터지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보수단체 한 관계자는 “독도발언 소송인단은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대표라는 백은종과 민주회복직접행동 대표 시민정치연합국장의 직함을 가진 채수범”이라면서 “이들은 다음아고라에서 안티MB 활동을 꾸준히 가진 인사들이다. 이들이 MB의 독도 발언 진위를 따지겠다고 한 것이다. 이 소송단의 소송대리인이 이재명 민주당 부대변인이다. 이들에게 진실은 중요치 않다. 오로지 MB정권을 흠집내기만 하면 그만”이라고 폭로했다.

긴급 소방수 투입
자만·오만 결과

그러면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여러 악재들은 자세히 보면 친북좌파 진영의 선동플레이가 얼마나 조직력이고 지능적인지 알 수 있다”며 “봉은사 명진 스님이나 김우룡 전 이사장의 내부고발자 사태 등은 친북좌파세력에 대해 (이 정부가) 너무 깔보고 안이하게 대처한 결과”라고 질타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현재 이 같은 악재들이 줄지어 터지는 것은 청와대 정무 기능이 마비됐기 때문이다. 이런 말실수의 근본적인 원인은 자만과 오만 방자한 태도에서 기인한다”며 “현재 MB의 지지율이 높다고 해서 너무 자만한 나머지, 아무렇게나 떠들고 다닌다. 국민과 진보진영의 힘을 무시한 결과다. 이 정권은 자중지란에 빠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여권 일각에서는 ‘좌파 척결’이라는 미명아래 이번 지방선거를 ‘세종시 정국’이 아니라 ‘이념 구도’를 통한 보수층의 대결집을 노린 술책이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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