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후보 위에 나는 거물 있다

2010.03.30 09:01:20 호수 0호

6·2지방선거 ‘별들의 전쟁’ 막전막후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움직임이 부산해지고 있다. 선거에 같이 뛸 수 있는 측근들을 불러 모으는가 하면 거물급 인사의 지원유세에 목말라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잠룡들의 선거 지원 여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당내 지분이나 계파를 가지고 있는 잠룡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지방선거는 이들의 ‘내 사람 심기’를 위한 대리전 양상으로 펼쳐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 당 대표를 맡고 있는 이들은 지방선거 결과가 바로 지지율로 이어질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이들도 당에 대한 기여도를 평가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 안팎에서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시작한 잠룡들을 따라가 봤다.

지방선거 출마자들 지원요청 쇄도 … 전국은 잠룡 대리전 중
전국 뛰는 정몽준·정세균, 고생 끝에 ‘성공의 발판’ 밟을까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자들보다 더 바쁜 일상을 시작한 이들이 있다. 이들을 지원해줄 거물급 인사들이 그들이다. 출마자들이야 자신이 출마할 지역에만 집중하면 되지만 지원을 나서는 이들은 작게는 한 지역에서 크게는 전국으로까지 발걸음을 옮기는 일이 허다하다.

그중에서도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일선에서 뛰고 있다. 각기 집권여당과 제1야당의 대표를 맡고 있어 다른 잠룡들과는 달리 직접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해야 하는 위치에 서 있기 때문이다.

정몽준 VS 정세균
죽거나 혹은 살거나

당 대표라는 직책 외에도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이들에게 이번 지방선거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방선거의 승패가 곧 자신의 리더십과 지지율을 대변한다는 것.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하면 당내 지지기반을 굳히고 차기 대권가도에서 좋은 위치를 선점할 수 있는 반면 패배하게 되면 당장 당 지도부의 위상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이들은 지방선거 직후 치러질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나선다는 구상을 세우고 있어 지방선거 결과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정몽준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 승계직  대표의 한계를 벗고 정치적 도약의 발판을 밟는다는 계산이고 정세균 대표도 전당대회를 통해 재선을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지방선거의 승패라는 무거운 책임과 함께 차기 대선주자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기회’가 함께 찾아온 셈이다.

정몽준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후보 공천에 사활을 걸었다. 제대로 된 공천만이 계파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공천 후보)자격 요건을 엄격히 정비해 국민이 기대하는 후보를 공천하겠다”면서 “도덕성과 전문성을 갖춘 후보를 공천하겠다”고 밝혔다.

정세균 대표는 지방선거와 관련, 야권 연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기득권을 포기하는 ‘양보’를 통해서라도 야권 연대를 이뤄야 지방선거에서 승산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당권싸움의 파장을 축소하는 데도 신경을 쓰고 있다.

이에 지난달 19일 정동영 의원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지방선거 협력을 약속했다. 정 의원은 이 자리에서 “밖에서 ‘정(丁)·정(鄭) 대리전’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우리는 그런 것 없지 않으냐. 지방선거에서 힘을 합치자”고 말했고 정 대표는 정 의원에게 상임고문직을 제안,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원유세가 기대되는 거물급 인사 3인이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 정동영 의원이다. 이들은 각각 차기 대권주자로 손꼽히는 동시에 지역적 기반을 가지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영남과 충청에서, 손 전 대표는 경기도에서, 정 의원은 호남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 때문에 각 당은 이들의 지원유세를 목말라하고 있다.

특히 박 전 대표는 지난 2004년 4월 총선과 2005년 국회의원 재보선, 2006년 6월 지방선거를 통해 ‘선거의 여왕’이라 불릴만한 성과를 거뒀던 만큼 당의 기대도 크다.

한나라당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두언 의원은 “한나라당은 박 전 대표가 굉장히 어려움 속에서 강하게 만든 정당”이라며 “한나라당이 어려운 선거를 치르는데 박 전 대표가 그것을 간과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박 전 대표의 지원유세를 은근히 압박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지원유세에 나설지 여부는 아직까지 뚜렷한 상이 그려지지 않고 있다. 친박계 이정현 의원은 지난달 21일 “(박 전 대표가) ‘지원하겠다’ ‘안 하겠다’ 일절 말이 없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친박계를 비롯해 정치권 안팎에서도 박 전 대표의 지원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선거는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치러야 한다’는 박 전 대표의 원칙과 현 정부 들어 그가 한번도 당의 지원유세 요청을 받아들인 적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게다가 영남지역 광역단체장 선거에 나설 것으로 관측됐던 친박계 인사들이 연이어 출마 의사를 접은 것도 박 전 대표의 선거 지원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간 경쟁구도가 형성되기 시작한 지난달 2, 3월 친박계로 분류되는 김학송·서상기·안홍준 의원과 김재원 전 의원이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김학송 의원은 지난 2월10일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의 불출마로 경남도지사 선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했던 안홍준 의원도 지난달 11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 의원은 대구시장 선거 출마가 유력하게 점쳐졌지만 지난달 12일 돌연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 의원에 이어 대구시장 후보 물망에 올랐던 김 전 의원도 1년 4개월 동안 진행해 온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진행을 그만두고 지난달 8일 중국 상하이에 있는 복단대학 한국연구센터의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하기 위해 출국하면서 사실상 출마의 뜻을 접었다.

불꽃 튀는 지원유세
표심 누구 따를까

친이계 인사가 단체장을 맡고 있는 지역에서 친박계 인사들이 도전의 뜻을 꺾은 것. 이들은 각종 지역 여론조사에서 현 단체장을 위협할만한 지지율을 보였으나 하나 같이 ‘친이·친박간 계파 갈등’을 우려하며 뒤로 물러섰다. 이로 인해 영남권 공천에서의 친이·친박간 안방싸움은 시작도 전에 막을 내렸다.

하지만 정가 안팎에서는 이러한 친박계 인사들의 불출마 선언이 박 전 대표에 대한 친이계의 지원유세 압박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박근혜’를 완전히 지워버림으로써 지방선거의 승패와 책임을 당 지도부와 친이계에 모두 맡긴다는 것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는 여권에 불리한 결과를 내 온 것이 사실이며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전망이 그리 밝지 못하다”며 “박 전 대표가 지원유세에 나서면 선거결과가 그의 어깨에 놓이게 되는 만큼 지원을 피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선거에서 책임져야 하는 친박계 인사들을 줄여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정중동’ 행보를 보인다면 칩거를 했던 손학규 전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아예 정계 복귀를 노리는 모양새다. 아직 당에서 선대위원장을 제안 받는 등 복귀의 명분이 없어 두드러진 움직임은 피하고 있지만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측근들의 출판기념회나 선거사무실 개소식 등에 발걸음을 옮기는 것으로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손 전 대표는 지난 2월24일 이광재 의원, 20일 김재목 안산시장 후보, 지난달 2일 이시종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이어 11일에는 자신의 비서 출신인 서양호 서울 동대문구청장 예비후보 사무실 개소식에 참석, “정치는 참신하고 깨끗해야 한다”면서 “손학규를 팔아라”라고 주문했다.

지난달 19일에는 군포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하수진 전 도의원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손 전 대표는 그가 도지사 시절 도의원을 지냈던 하 전 도의원과의 인연을 소개하면서 “사람에게는 인격이 있고 나라에는 국격이 있듯이 정치도 품격이 있어야 한다. 품격있고 능력있는 민주당 후보를 선출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뜻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지를 당부했다. 또한 20일에는 수원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염태영 민주당 부대변인의 선거사무실 개소식을 찾았다.


손학규 복귀 움직임
공동선대위원장 움직이나

외출이 잦아지면서 손 전 대표가 이미 정계 복귀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측근들의 출정식으로 행동반경을 좁히고는 있지만 측근들의 출마 예정지가 대부분 수도권이라는 점에서 자신의 지역적 기반에서의 활동은 이미 시작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손 전 대표의 활약은 당의 요청 이후일 것이라는 게 정가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손 전 대표는 지난해 4월과 10월 재보선에서 인천 부평을, 경기 수원장안 재보선에서 선대위원장을 맡아 역할을 톡톡히 했던 만큼 지방선거에서의 역할론은 확실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방선거의 밑그림이 그려지는 4월 중순을 전후로 손 전 대표가 복귀, 지방선거에서 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는 것.

때문에 손 전 대표의 주가는 벌써부터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진표 경기지사, 송영길 인천시장, 이용섭 광주시장, 이시종 충북지사 출마 예정자 등으로부터 지원요청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 이 밖에도 지원을 요청하는 이들의 읍소가 끊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동영 의원은 벌써부터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느라 눈코 뜰 새 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서울·경기·전북·광주 등에서 정 의원측이 지원하는 후보들이 정세균 대표 등 당 주류에서 지원하는 후보들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지만 정 의원은 갈등의 중심에서는 살짝 비켜선 모양새다.

정 의원은 정 대표와 지난달 19일, 23일 비공개 회동을 통해 지방선거와 관련한 의견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에 복당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내분을 일으키는 것은 정 의원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이라는 것.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힘을 합치면서도 주류, 비주류간 갈등이 일어날만한 부분에 대해서는 조정자 역할을 맡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가 한 인사는 “정 의원이 누구보다 의욕적으로 지방선거에 임하려 할 것”이라면서 “지난 대선 이후 무너진 당내 지지기반을 회복하고, 탈당으로 휘청거린 당에 대한 기여도를 새롭게 하기 위해서는 지방선거에서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또 다른 인사는 지방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바빠질 ‘지원유세단’의 살인적인 스케줄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전국 이곳저곳을 돌며 지원유세를 펼쳐야 하는 이들의 경우 지방선거는 체력전이나 마찬가지”라며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되기도 전에 선택과 집중을 요구받게 될 것”이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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