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빅3가 6월 지방선거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한명숙 전 총리와 유시민 전 장관이 ‘지방선거의 꽃’이라는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고 수도권 선거전에서 핵심 키를 쥐게 된 것. 이해찬 전 총리는 시민단체를 이끌며 지방선거 야권 연대와 관련,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가 일각에서는 이 전 총리가 정세균 대표와 함께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인천시장으로 이어지는 수도권 선거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인 5월 ‘노풍’까지 고려하면 이들이 지방선거에 미칠 파괴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장 선거, 한명숙 전 총리 재판 결과 따라 승패 결정
이해찬, 정세균 대표와 손잡고 지방선거 밑그림 그렸다?
‘5월 노풍’이 친노 진영 3인방의 손에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와 유시민 전 장관 등 대선주자급 친노 인사들은 지방선거 주요 선거전을 선점한데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와 연계, 친노 진영의 비상을 노리고 있다.
지방선거에서도 서울시장 선거와 경기도지사 선거는 ‘꽃’이라고 불린다.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에 당선되는 것만으로 차기 대선주자급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정치적 성장은 물론 서울과 경기도를 운영하며 행정경험까지 쌓을 수 있어 거물급 정치인들의 도전이 줄을 잇고 있는 것.
선거 뛰는 한명숙·유시민
수도권 선거 핵심 키 쥐어
이중 서울시장 선거전은 이미 한명숙 전 총리가 장악한 모양새다. 한 전 총리의 재판 결과에 서울시장 선거의 판도가 달라진다는 이유에서다. 한 전 총리가 재판에서 무죄를 받는다면 서울시장 선거 뿐 아니라 지방선거의 전체적인 분위기마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 배경으로 ‘기획수사’ 논란이 점화될 수 있고 이는 곧 현 정부에 대한 심판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과 현 정권에 대한 비판 여론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까지 이어진다면 한 전 총리에 대한 재판 결과는 여권을 매섭게 몰아칠 ‘5월 노풍’의 도화선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도 있다.
실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달 23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결과에서 국민들은 한 전 총리에 대한 재판 결과가 지방선거에 영향을 줄 것이냐는 질문에 60.6%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별로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응답(34.1%)보다 무려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현재까지의 재판 상황도 한 전 총리에게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 전 총리에게 인사 청탁의 대가로 금품을 주었다던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공판에서 검찰에서의 자신의 진술을 대부분 번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곽 전 사장은 공판에서 한 전 총리에게 인사 청탁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한 전 총리가 자신의 공기업 사장 선임에 개입했다는 취지의 검찰 조서 내용 자체를 부인했다. 한 전 총리에게 인사 청탁을 할 위치도 아니었고 필요성도 없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검찰 조사 초 한 전 총리에게 10만 달러를 송금했다고 했으나 “당시 검사가 무서워서 나도 모르게 거짓말을 했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에게 줬다는 골프채에 대해서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인사 청탁의 대가로 건넸다는 5만 달러는 건넨 시기를 바꿨으며, “의자에 놓고 나왔다”고 진술했다.
이에 재판부는 검찰에 “공소장에 기재된 ‘곽 전 사장이 5만 달러가 든 봉투를 한 전 총리에게 건네주었다’는 부분에서 ‘건네주었다’는 표현은 구체적인 행위를 특정하지 못한다”며 공소장 변경을 권고했다.
곽 전 사장의 오락가락 진술과 검찰의 마지막 반격 등으로 한 전 총리의 재판 결과는 아직까지 누구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 정치적 영향력이 남다른 만큼 여야 모두 9일로 예정된 한 전 총리의 1심 선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애끓는’ 심정으로 재판을 지켜보고 있다. 한 전 총리가 무죄 판결을 받으면 서울시장 선거에 ‘한풍’이 불뿐 아니라 난항을 겪고 있는 진보신당과의 서울시장 후보단일화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전 총리가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의 상처는 더 크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명숙 카드’에 올인하고 있어서 한 전 총리의 출마가 힘들어지면 특별한 대안이 없다는 것.
민주당 한 관계자는 “당 지도부가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 빅카드 하나만 손에 쥐고 있다”며 “다른 후보들을 내세워 대안을 만들어 놓을 생각을 했다면 진작 경선이나 후보 띄우기에 나섰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총리가 서울시장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중점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면 유시민 전 장관은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로 ‘선거 흥행’의 중심에 섰다. 유 전 장관의 출마로 김진표 최고위원과 이종걸 의원이라는 후보를 내세웠던 민주당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경기도지사 선거가 흥행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
후보단일화가 관건
경기도까지 집어삼키나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수위권을 달리고 있는 유력 정치인의 합류는 탄탄한 지지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압박할 좋은 패이기 때문이다. 또한 가는 곳마다 화제를 뿌리는 유 전 장관의 행보가 야권의 경기도지사 후보를 띄우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유 전 장관은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을 심판하고 일그러진 국정을 바로잡고자 하는 국민의 소망을 실현하려고 한다”고 출사표를 던지면서도 후보단일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는 “누구로 단일화되든 공정하고 합리적인 단일화만 이뤄지면 (야권의) 어느 당 어느 후보가 나와도 (한나라당에 맞서) 승리한다”면서 “후보 단일화를 꼭 이뤄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유 전 장관의 이러한 태도가 야권 연대의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야권 한 관계자는 “야권 연대에서 주도권은 제1야당인 민주당이 쥘 수밖에 없고 이는 다른 소수야당들의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유력 정치인인 유 전 장관이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단일화’를 강조한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대에 참여하는 이들이 후보단일화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면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야권 대분열이 일어날 수 있다”며 “야권 후보단일화를 하지 않고도 선거에서 소기의 성과가 기대되는 유 전 장관이 공정한 경쟁만 이뤄지면 얼마든지 결과에 승복할 수 있다고 단언하는 것은 정당들의 ‘공정 경쟁’에 대한 책임감과 함께 야권의 후보단일화 의지를 높이지 않겠냐”고 말했다.
친노 진영 맏형 이해찬
야권 연대 밑그림
직접 선거에 나선 두 친노 인사와는 달리 이해찬 전 총리는 후방지원을 맡고 있다. 시민단체 시민주권모임의 공동대표로 야5당과 4대 시민·사회단체 대표로 구성된 ‘5+4 지방선거 선거연대’에 참여하고 있는 것. 지방선거의 큰 그림에 한 손 거들고 있는 셈이다.
이 전 총리는 이미 지난해 10월 ‘시민주권’을 출범시키며 2010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야당과 시민사회의 연대기구를 제안했다. 이 전 총리는 “우리는 지난 10년 우리를 키우지 못했고 각자의 이익을 좇아 분열했다”며 “그 결과 거대 권력을 한나라당에, 지방 의회에서부터 단체장, 국회, 대통령까지 모두 내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대하지 않고 거대한 수구기득권 세력에 맞서 싸워 이길 수 없다”며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제정당과 시민사회를 포함한 민주개혁진영의 선거연합을 제안했다.
이 전 총리는 이후 기회가 닿을 때마다 지방선거에서의 연대를 강조해왔다. “민주개혁진영은 지난 10년 동안 민주주의가 완성된 줄 알고 자기 몫을 찾다가 분열하고 말았다”며 “좋은 후보와 정책으로 연합하면 국민의 신뢰를 얻고 선거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여 온 것.
그리고 지난 1월 야 5당(민주당·민노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과 시민사회 단체 4곳(희망과대안·시민주권모임·민주통합시민행동·한국진보연대)이 참여하는 ‘5+4’가 지방선거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정가 일각에서는 이 전 총리가 정세균 대표와 함께 수도권 빅3 단체장 선거를 구상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서울시장에 한명숙 전 총리, 경기도지사에 유시민 전 장관, 인천시장에 송영길 최고위원이라는 후보군을 세운데 이 전 총리가 깊이 관여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부 언론은 이와 관련 “서울, 경기, 인천에 나온 후보군은 이 전 총리가 밑그림을 그리고 정 대표와 조율을 거친 것”이라며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 선정을 두고 이 전 총리가 막후에서 끊임없이 의견을 교환했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정가 인사들도 이 같은 관측에 고개를 끄덕인다. 지방선거에서의 연대를 거듭 강조해온 이 전 총리가 일정부분 ‘역할’을 맡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가 한 관계자는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모두에 비중 있는 의견을 전할 수 있는 이는 한정돼 있다”며 “이 전 총리는 지방선거에서의 선거연합을 중요하게 여겨온 데다 친노 진영의 맏형인 만큼 꼭 승리해야 하는 선거에서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후보가 승부를 겨루는 상황은 사전에 차단하려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