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손학규 친노·386 지원받은 당 주류 ‘연합전선’ 가능성
정동영·천정배·추미애 비주류 연합군, 당권·대권서 주류에 도전장
민주당에 삼국지가 펼쳐지고 있다. 정세균 대표와 손학규 전 대표, 정동영 의원이 지방선거와 당권, 대권을 놓고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 또한 주류와 비주류가 이들을 중심으로 연대하면서 전선을 계속해서 확장시키고 있다. 정 대표와 손 전 대표가 ‘주류 연합’을, 정 의원이 추미애·천정배 의원과 ‘비주류 연합’을 구성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 같은 큰 그림이 계속 유지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당장은 손을 잡았지만 정치에서 ‘작전 변경’은 언제든 가능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을 이끌고 있는 정세균 대표와 복당을 앞둔 정동영 의원의 기세싸움이 치열하다. 여기에 지방선거를 즈음해 정치 복귀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는 손학규 전 대표의 이름까지 오르내리고 있다.
민주당을 둘러싼 삼파전은 주류와 비주류의 편 가르기와 연계되면서 판을 키우고 있다. 정 대표와 손 전 대표는 ‘주류’로 묶인다. 둘 다 친노나 386 인사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손 전 대표의 측근들은 정 대표의 당권 도전을 도왔으며 손 전 대표의 칩거 후에는 주류로 활동해왔다. 또한 지난해 재보선을 치르면서 정 대표와 손 전 대표의 유대감도 한층 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막 오른 민주당 3파전
이해관계 따라 교통정리
정 대표는 지난달 부분 당직개편에서 자신의 최측근인 강기정 비서실장 후임에 신학용 의원을 임명했다. 신 의원은 손 전 대표와는 서울대 정치학과 선후배 사이로 당 안팎에서는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이다. 이에 정가 일각에서는 정 대표가 손 전 대표를 향해 손을 내민 것 아니겠냐는 분석이 줄을 이었다.
반면 정동영 의원은 천정배·추미애 의원 등 비주류와 가깝다. 이미 당내에서는 정동영-천정배-김근태 계파의 비주류 연합체인 민주연대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특히 정 의원과 추 의원은 동병상련의 처지에 놓여 있다. 정 의원은 복당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고, 추 의원은 노동관계법 강행 처리에 대한 당의 징계에 반발하며 거리로 나섰다.
민주당 윤리위원회가 지난달 20일 추 의원에게 내린 징계는 1년간 당원 자격정지 처분이다. 당무위원회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징계안이 통과되면 6월 지방선거와 전당대회 참여가 불가능해진다.
추 의원은 징계조치에 불복, 명동에서 장외투쟁에 돌입했다. 추 의원은 “민주당의 향후 진로가 뭔지, 대안 야당으로서의 몫을 하는지 국민들은 굉장히 궁금해 하고 있고 나도 고민스럽다”면서 “민주당과 개인 추미애의 향후 진로를 포함해 국민에게 말씀을 드리고 말씀도 듣겠다”고 말했다.
그는 ‘1년 징계에 지방선거나 전당대회에서 추 의원을 배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언급하기 적절하지 않지만 행간에서 읽히는 것 아니냐”는 말로 당 지도부의 의중을 꼬집었다.
정 의원은 복당이 급물살을 탄 후 당 지도부와의 직접적인 마찰은 피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징계와 복당을 둔 정 의원과 추 의원의 공동대응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징계와 복당을 두고 비주류가 주류 측에 반발하며 결속력을 더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추 의원도 당 지도부에 날을 세우면서도 정 의원의 복당에 대해서는 “현재의 지도체제는 약점이 많은 만큼 이번 기회에 무대를 대폭 늘려 의욕을 가진 사람들이 전면에 나서서 뛰어야 한다”며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은 지방선거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가장 먼저 이러한 분위기가 표출된 곳은 경기도지사 선거다.
경기도지사는 김진표 의원이 일찍부터 눈도장을 찍어두고 있던 곳이다. 김 의원은 정세균 대표 등 주류 측의 지지를 받아 왔다. 하지만 출마 선언은 비주류 측 인사인 이종걸 의원이 먼저 했다. 민주연대 소속인 이 의원은 정동영·천정배 의원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미 정 의원의 과거 대선캠프 인력 상당수가 이 의원을 지원하기 위해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도 “정 의원은 지금까지 큰 선거를 7번이나 치러서 하부 조직이 탄탄하다”며 정 의원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음을 밝혔다. 천 의원도 “이 의원과 나는 당이 지금 모습으로 가면 안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며 “이 의원을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경기도지사를 지낸 바 있는 손 전 대표가 둘 중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는 것이다. 지역 정가에서는 손 전 대표가 김 의원을 지원하고 나선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의원은 “손 전 대표가 경기도지사 선거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면서도 “당내 경선에서는 중립을 지키겠다는 뜻을 보였다”고 말해 손 전 대표라는 변수를 최대한 차단했다.
지방선거서 기 싸움
주류, 비주류 갈라섰다
광주지역 지방선거에서도 주류와 비주류간 묘한 분위기가 읽힌다. 광주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양형일 전 조선대 총장의 출판기념회에는 정 의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11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정 의원은 양 전 총장과의 정치적 인연을 언급한 후 “양 전 총장은 일관되게 공심을 앞세우고 사심을 경계했으며 신의를 존중해 온 품격을 갖춘 정치인”이라면서 “큰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가 지지 해줄 것”을 당부했다.
지난달 21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는 광주시장 출마를 선언한 또 다른 인사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이용섭 의원이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정 대표와 손 전 대표가 나란히 자리를 함께 했다.
정 대표는 축사를 통해 “이 의원은 실력과 운까지 겸비한 분으로 추진력과 성실성을 인정받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해 발탁이 돼 18대 국회에서 뜨는 별이다”라며 “이 의원은 추진력과 변화, 혁신을 통해 성과를 내고자 하는 일을 맡기면 확실히 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손 전 대표도 “민주화 성지인 광주에 오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도 가슴 뭉클한 감격을 느낀다”며 “이 의원을 보면서 내가 당 대표 때 공천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이 의원을 치켜세웠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손 전 대표가 최근 외부 출입이 잦아졌기는 하지만 정 대표와 나란히 행사에 참석한 것에는 의미가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주류와 비주류로 편 가르기를 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면서 손 전 대표와 정 대표의 정치적 연대 가능성까지 내다봤다.
정 대표와 손 전 대표가 손을 잡을 시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은 지방선거를 넘어 전당대회와 대선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주류 연합의 구성 자체가 지방선거 이후까지 가늠케 하기 때문이다.
정 의원이 복당을 한다고 해도 당분간 움직임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복당 후 적응기도 필요할 뿐 아니라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어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정가 한 인사는 “정 의원이 복당을 한다고 해도 지금과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라며 “비주류를 지원하기는 하겠지만 지방선거나 당권에서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분석엔 무리가 따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의원과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천정배·추미애 의원은 그렇지 않다. 특히 당권을 염두에 두고 있는 천 의원의 경우 6월 지방선거는 물론 7월 전당대회까지 활발한 정치적 행보를 보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당권·대권 계산 끝
본격적인 시행만 남았다?
이미 정가에서는 정·천·추 의원을 중심으로 한 비주류 측의 지방선거, 전당대회, 대선 등 주요 선거에 대한 연합전략이 떠돌고 있는 실정이다. 정 의원의 대권 도전, 천 의원의 당권 도전, 추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 등 비주류 3각 연대를 통해 굵직한 자리들을 모조리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손 전 대표의 복귀도 당권·대권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그가 당권을 노릴 경우 연임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 대표와는 물론, 천 의원 등 다른 후보들에게도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다.
손 전 대표는 지난달 국회를 방문, 세종시 원안 사수를 위해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는 양승조 의원을 격려하고 4대강 사업 강행에 반대하며 팔당상수원에서 홀로 단식투쟁 중인 신부를 찾아 위로를 전했다.
1주일에 한두 번은 지역구인 성루 종로 사무실에 들러 지인들과 현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방선거 출마를 앞둔 후보들의 출판기념회에도 종종 모습을 내비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어 정치권 복귀가 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