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술은 새 부대에, 집권 3년은 새 인물로

2010.01.12 09:40:31 호수 0호

연초 개각설 급부상 막후



새해 벽두부터 청와대 주위 맴도는 장·차관 개각설
지방선거 출마, 업무 성과, 개인 사정…명분은 충분

새해 벽두 정치권이 연초 개각설로 술렁이고 있다. 2월 말이나 3월 초 소폭 또는 중폭 개각이 단행될 것이라는 설에 정가와 관가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 이명박 대통령은 인사를 두고 장고하는 편이라 수차례 제기됐던 개각설 중 실제로 개각이 이뤄진 것은 일부에 그친다. 하지만 현 정부 조각 때 입각해 2년 가까이 재임한 장·차관이 적지 않은데다 6월 지방선거에 눈길을 보내는 이들도 있어 개각이 이뤄질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 정가에 불어 닥친 개각설 돌풍이 차츰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현 정부 출범 후 이미 여러 차례 정가를 지나쳤던 개각설이지만 다시 정치권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것. 연초 개각설이 정가 안팎의 이목을 집중시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개각설이 제기된 배경이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에서 나타난 조건들과 들어맞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개각을 단행할 때는 정치적 이슈보다는 ‘필요성’ 때문인 경우가 많았다. 광우병 사태, 선거 패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으로 인해 개각설이 제기됐을 때보다는 이후 인사 수요가 나타났을 때 개각이 단행됐다. 또한 이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목표가 생겼을 때 이에 부합하는 이들이 선택됐다.

살랑대는 개각 바람
차곡차곡 쌓인 명분 가득

연초 개각설은 이러한 조건들을 충족시킨다. 이번 개각설은 신설된 뒤 다섯 달째 공석으로 남아있는 청와대 인사기획관 인사와 6월 지방선거 출마를 원하는 이들로 인한 연쇄적인 인사 이동의 필요성에서 탄생했다.

또한 집권 3년차를 맞아 분위기를 쇄신하고 심기일전해야 하는 것도 개각의 필요성을 키운다. 임기 중반기로 접어드는 집권 3년차를 잘 보내야 임기 말까지 빠르게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강경 드라이브를 걸어온 이 대통령이 처음으로 ‘레임덕’을 언급한 것도 집권 3년차를 잘 보내야 한다는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견해다.

때문에 다소 느슨해져있는 조직의 고삐를 죄고 이 대통령의 친서민·중도실용을 강화할 수 있을 만한 인사들을 충원, 집권 초기와 같은 속도를 내는 방안이 고려될 여지는 충분하다.

정치권은 개각이 이뤄진다면 조각 때부터 함께한 장수 장·차관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장관 중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임명된 이는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만의 환경부 장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등 4명이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촛불시위 이후 입각해 1년 반 이상 임기를 보냈다.
차관 중에서는 임채민 지식경제1, 신재민 문화체육관광1, 이병욱 환경, 권도엽 국토해양1, 정종수 노동, 홍양호 통일부 차관이 현 정부 출범부터 함께했다.


그러나 한번 손발을 맞추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쉽사리 바꾸지 않는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상 단순히 ‘오래 일했다’는 것은 인사 변동의 사유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장수 장관들은 그동안 몇 차례 개각이 이뤄졌음에도 정부 핵심 사업을 맡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개각 명단에서 제외됐다.

정종환 장관의 경우 현 정부 초대 장관이면서 역대 건설·교통, 국토해양 관련 부처를 통틀어 가장 오랜 기간 재임하고 있다. 그는 취임 직후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맡아 만 2년째 차질 없이 추진해오고 있다. 올해에는 보 등 핵심공정의 공정률을 60%까지 달성한다는 계획인데다 세종시 발전방안 집행도 그의 손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커 개각과는 무관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충청도 출신 장관으로 충남지사, 대전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경우 올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관련이 있어 유임될 가능성이 크다.

일부 장·차관과 청와대 인사들의 지방선거 출마가 연초 개각을 이끌 수 있다. 유인촌 장관은 서울시장에, 전재희 장관과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경기도지사에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차관과 청와대 비서관 중에서도 몇몇 인사들이 지방선거에서 지자체장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초 개각설 부르는
6월 지방선거 출마명단

유 장관은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데 대해 “양념으로 올라간 것 같다”면서 “문화부 일만 해도 하루가 짧다”고 출마 가능성을 일축했다.

전 장관도 ‘개인 사정을 이유로 당 복귀를 희망하고 있다’ ‘지방선거에 출마하려 한다’는 주변의 관측들을 일거에 잘라냈다. 전 장관은 자신이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문에 대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지방선거 출마설에 대해서도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정가 일각에서는 일부 인사들의 ‘낙마’가 개각설을 부추겼던 이전과는 달리 ‘승진’이 개각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부 차관들의 경우 청와대 수석비서관급으로 자리를 옮기거나 해외주재 대사로 나갈 것이라는 말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출마를 원하는 이들이 정부나 청와대를 나설 경우 차관이나 청와대 행정관이 승진할 수도 있다.

일부 업무 성과가 좋지 않는 장·차관들은 이와는 반대 의미로 인사 명단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청와대 인사기획관은 신설되고 다섯 달째 공석이라 인사의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며 “외부 인사가 영입되거나 내부에서 자리를 옮길 경우 모두 조금씩 자리를 옮기게 되지 않겠느냐”라고 내다봤다.

개각이 단행되면 그 시기는 언제일까. 정가는 구정 전후를 유력하게 보고 있다. 1월에는 세종시 정국으로 어수선해서 개각이 힘들어 2월에야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개각은 명절 전후 단행되곤 한데다 구정 직후인 2월25일은 이 대통령의 취임 2주년이어서 시의적절하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재보선 패배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줄곧 개각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음에도 9월에야 개각을 단행했던 이 대통령의 ‘장고’로 3월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인하는 청와대
개각설은 모락모락

청와대는 연초 개각설에 대해 “개각을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공식 부인했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4일 “필요성이 생길 경우 언제라도 필요한 자리에 인사를 할 수 있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면서 “때를 정해 언제 어떻게 이벤트식으로 하겠다는 준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의 부인에도 불구, 개각설은 그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연초 개각이 필요한 이유에 ‘필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더해지고 있는 것. ‘연초 개각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손꼽히는 것 중에는 세종시 수정 문제가 있다.

청와대는 11일께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모습을 드러내면 한 달이 고비가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박형준 청와대 정무수석은 친이계 의원 모임인 ‘함께 내일로’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정부의 발전 방안이 나온 뒤 일주일이 중요하며, 한 달 정도가 여론의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이들이 찬반으로 나뉘어 각을 세우고 어떤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한 달이 걸릴 것이라는 계산이다. 그리고 한 달 후 세종시 수정이 원안 추진 여론에 밀릴 경우 개각이 ‘반전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것.

정치권 한 관계자는 “세종시 수정에 대한 반대 여론이 커지면 이 대통령이 세종시를 포기할 수 있다는 말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며 “세종시 역풍이 지방선거에까지 영향을 주지 않으려면 2월 말쯤에는 분위기를 환기할 수 있는 대응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개각설이 세종시 수정에 따른 여론의 변화 추이까지 염두에 둔다면 ‘일석이조’ 내지는 ‘일석삼조’의 계책으로 쓰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결국 개각은 일부 인사들의 지방선거 출마와 업무 성과에 따른 청와대와 정부의 인사 수요, 세종시와 지방선거 등 정치적 이슈 사이에 서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 대통령이 긴 고민을 마치는 순간 연초 개각설의 파장도 실체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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