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주요 인사들이 새해 각오와 구상을 사자성어에 담았다. 짧은 글귀지만 함축적인 뜻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4일 신년 회견에서 현충원 방명록에 적은 ‘일로영일(一勞永逸, 지금의 노고로 안락을 누린다)’을 강조했다.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재임 중 각고의 헌신을 다해 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놓고 다음 정부와 세대에게 선진일류국가를 물려주자는 대통령의 각오가 담겨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세종시 수정 문제로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는 정운찬 국무총리는 ‘사예즉립(事豫則立)’을 신년 새 화두로 들었다. 사예즉립이란 모든 일을 미리 준비하면 반드시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정 총리는 사예즉립을 거론하며 “정책이 결정 난 후의 피드백뿐 아니라 정책 결정 전에 미리 정책이 미칠 영향을 점검하는 피드 포워드(feed forward)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지난해 여야의 극한 대치 상황을 염두에 둔 듯 ‘화이부동(和而不同, 남과 사이좋게 지내되 의를 굽혀 좇지는 아니한다)’을 골랐다. 여야가 차이를 존중하고 다름을 조화시키는 ‘상생의 정치’에 대한 김 의장의 속내가 드러나는 사자성어다.
후반기 국회의장을 노리고 있는 박희태 한나라당 의원도 ‘태화흥국(泰華興國, 크게 화합해 나라를 흥하게 만들자)’으로 정치권의 화합을 강조했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청정무애(淸淨無碍, 흠이 없어야 당당하게 나설 수 있다)’에 정치적으로 깨끗함을 유지해 정치가 좀 더 당당하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뜻을 담았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호시우행(虎視牛行, 호랑이처럼 예리하게 현실을 꿰뚫어보고 소처럼 우직하게 행동하라)’을 새해 화두로 삼았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할 일을 잘 찾아서 국민이 승리하는 해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현충원 방명록에 ‘기호지세(騎虎之勢,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형세)로 국운이 융성하게 하소서’를, 이규택 친박연대 대표는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라고 적었다.
지난해 춘천에서 칩거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손학규 전 대표는 ‘여민동락(與民同樂, 국민과 즐거움을 함께한다)’을 강조, 정치권에 복귀할 뜻을 내비쳤다. 정동영 의원이 꼽은 ‘절전지훈(折箭之訓, 가는 화살도 여러 개가 모이면 꺾기 힘들듯 여러 형제나 동료가 협력하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은 진보개혁진영의 통합에 힘을 보태겠다는 그의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은 ‘지족불욕(知足不辱, 분수를 지켜 만족함을 알면 모욕당할 일이 없다)’을 표어로 세워 공공기관 감찰에 대한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친박계 좌장 격인 김무성 의원은 의원회관 사무실에 지난해까지 걸어뒀던 ‘인고(忍苦)’ 대신 ‘거침 없이 나아간다’는 뜻의 ‘매진(邁進)’을 걸어 올 한 해 정치행보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