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역풍타고 재기 노린다

2009.12.29 09:35:00 호수 0호

한명숙 전 총리 수사,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와 닮은꼴
국민참여당 서울시장 자체 경선 분위기로 ‘띄우고 ’



친노 진영이 꿈틀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후 친노 진영은 정치적으로 각개약진했다. 국민참여당을 만들고 시민주권모임에 참여했으며 재단 활동에 열중했다. 노 전 대통령이 남긴 것들을 연구하는 데 몰두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검찰 수사를 계기로 하나로 뭉치는 분위기다. 한 전 총리의 공동대책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몰려든 인사들은 민주개혁 진영의 총결집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노’라는 이름은 하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후 친노는 여러 갈래로 갈라졌다. 노 전 대통령의 추모에 대해서만 함께했을 뿐 정치적으로 친노는 이미 하나가 아니었다. 하지만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를 반전시키고 있다.

한 지붕 아래 모인 친노

범친노계 모임인 ‘시민주권’과 연구재단인 ‘광장’을 이끌고 있는 이해찬 전 총리, 친노 신당인 국민참여당에 입당, 지방선거를 노리고 있는 유시민 전 장관,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이르기까지 다른 길을 선택했던 친노 핵심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 전 총리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노무현 재단에 상근하다시피 하며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친노 인사들이 하나로 뭉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권은 한 전 총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친노 진영의 ‘이성’과 ‘감성’을 건드렸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친노 인사들은 노 전 대통령의 유지를 각각의 방식으로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검찰 수사라는 화살이 친노를 향하면서 ‘흩어지면 죽는다’는 위기감이 이들을 휘감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 친노 진영은 검찰 수사를 ‘친노세력 말살 계획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또한 검찰의 수사 방식이 노 전 대통령 때를 연상케 한다는 점이 이들의 감성을 부추겼다. 검찰 수사가 언론에 보도되고, 제대로 된 증거를 잡지 못한 상태에서 소환조사를 하는 등 일방적인 수사 태도가 검찰 수사로 노 전 대통령을 잃은 친노 진영을 분개하게 했다는 것이다.

천호선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명박 정부가) 국가기록물 사건에서부터 시작해서 일련의 과정이 그랬다. 집요하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무현 대통령을 공격했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이라며 “한 전 총리는 당시 일종의 상주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 한 전 총리에게 똑같은 수법으로 달려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전 장관은 “(현 정부가) 내 뒷조사를 다 했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보건복지부 장관할 때 했던 일에 대해 감사원에서 조사했다는 말도 들리고, 하나를 터뜨리려고 하다가 때를 맞추지 못해 놓쳤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유 전 장관은 검찰 수사를 삼국지의 ‘장판교 싸움’에 비유하며 “장판교 싸움의 장수가 한 전 총리다. 한 전 총리가 쓰러지면 나를 공격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하지만 친노 진영이 뭉치면서 ‘위기’는 ‘기회’가 되고 있다. 민주개혁진영의 통합과 민심이라는 반전의 요소를 얻었기 때문이다.

한 전 총리의 공동대책위에는 야 5당 및 시민사회 주요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전 총리를 비롯해 박주선 민주당 최고위원,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 권영길·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 이병완 국민참여당 창당준비위원장, 이창복 시민행동 대표, 김상근 목사, 효림 스님, 도종환 시인, 정동익 전 동아투위 위원장, 유준하 6월포럼 대표, 이시재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등 민주개혁진영의 총결집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당이 “기득권을 버리겠다”고까지 외치며 공을 들이던 민주개혁진영의 ‘합심’이 이뤄진 것. 이 분위기를 타고 “국민참여당, 민주당, 진보신당, 민노당 등 각 정당이 협의해 한나라당 후보에 일대일로 맞설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시키자”는 유 전 장관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검찰 수사를 계기로 노 전 대통령을 그리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노무현 재단 측에 따르면 한 전 총리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후 회원가입이 일평균 50% 이상 늘었고, 노 전 대통령 묘역 조성과 관련한 후원도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한 전 총리가 검찰에 출두한 18일에는 2억2012만원의 기부금이 전해졌다. 2억원을 재단에 기부한 이는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가 한 인사는 “한 전 총리에 대한 수사가 바람을 일으켰다면 1월17일 창당할 국민참여당은 이 기세를 몰아갈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 전 장관과 천 전 대변인 등으로 이슈를 만들 수 있는데다 창당을 기점으로 쟁쟁한 인물들을 끌어안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는 국민참여당이 당 밖의 친노 인사들과 손을 맞잡을 수도 있다. 반한나라당, 반MB의 야권 세력과 시민사회단체의 연대를 모색하는 가운데 범도민 또는 시민 후보의 형태로 출마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이가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돌풍만 불어도 성공

유 전 장관은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대권 도전 등이 거론되고 있고 천 전 대변인은 서울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시장 선거에는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이 출사표를 던졌다. 또한 이병완 위원장은 주변으로부터 출마 제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두관 전 장관은 경남지사를, 안희정 최고위원은 충남지사를 노리고 있다. 울산시장에는 노무현 정부 시절 국민고충처리위원장을 지낸 송철호 변호사가 거명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친노 진영이 ‘폭풍’이 아니라 ‘돌풍’만 일으켜도 반은 승리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친노 진영은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과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에서 모두 후보를 낼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호남과 영남에서 각각 지자체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다음 총선을 통해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

정치권 한 관계자는 “친노를 향해 부는 것 같은 역풍이 실제로는 훈풍일 수 있다”며 “역풍도 훈풍도 이용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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