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5인이 고백하는 그녀들만의 애환

2009.10.27 10:24:19 호수 0호

“나가요X들의 거들먹거림에 그만 두고파”

룸살롱의 꽃은 단연 나가요 아가씨들이지만 그 꽃을 관리하는 것은 이른바 ‘영업상무’라고 불리는 이들이다. 이들은 업소와 아가씨, 손님들의 중간 역할을 하면서 전체적인 ‘매니지먼트’를 한다고 할 수 있다. 소위 ‘잘나가는 상위 10%’의 영업 상무들은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이라고 할 만큼 많은 돈을 벌수 있다. 그러나 돈을 많이 버는 만큼 애환도 많게 마련이다. 아가씨들이 잘못해도, 손님이 잘못해도 결국 욕을 먹는 것은 영업상무일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샌드위치’ 신세라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여성 영업 상무’인 마담들은 더욱 더 심리적으로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남자라면 좀 더 강인하게 생활할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여자가 감당하기에는 외롭고 힘든 것이 화류계 생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도 ‘마담’이 되고자 하는 나가요 아가씨들은 넘쳐나고 있다. 이면에 있는 고통스러운 삶보다는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월수입’에 더욱 끌리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여자 영업상무, 마담들의 애환을 <미디어헤이>에서 집중 취재했다.

5년차 마담 김양 “손님에 대한 것도 모두 마담의 책임”
4년차 마담 최양 “한 명의 단골 더 부르기 위해 ‘X줄’”
2년차 마담 채양 “손님들 추파가 심해지면 짜증나”
6년차 마담 박양 “아가씨들 우리를 너무 힘들게 해”

마담의 역할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중간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손님과 아가씨 사이에 발생하는 문제, 아가씨와 업주 간에 발생하는 문제, 또는 손님과 업주 간에 발생하는 문제 역시 1차적으로는 모두 마담의 손을 거쳐야 한다.

아가씨 결근도
결국 마담 책임?



그러니 일을 잘 해결해봐야 ‘기본’에 불과한 것이고 잘못했을 경우에는 욕을 먹게 마련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권한도 그리 많지 않고 최종적인 책임이나 결정권자도 아니면서 지나치게 많은 의무를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강남 A 룸살롱의 5년차 마담인 김모(31)양은 “심지어 아가씨가 결근해도 그것이 마담의 책임이 된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불합리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 회사에서 말단 직원이 결근한다고 그 책임이 부장에게 올라가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하지만 여기는 그렇다. ‘관리를 잘못했다’는 것이다”고 털어놨다.

김양은 이어 “하지만 천차만별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아가씨들을 어떻게 일일이 관리하겠는가. 그들의 사생활까지 훤히 꿰뚫고 있으라는 것은 그야말로 초능력을 가진 슈퍼우먼이 되라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고 항변했다.
또 “그뿐인가. 손님에 대한 것도 1차적으로는 모두 마담의 책임일 수밖에 없다. 술을 먹고 깽판을 쳐도, 외상값을 받지 못해도 모두 마담의 책임이다. 이것도 마찬가지다. 어떤 성격을 가진 어떤 손님이 올지 누가 장담한다 말인가”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래서 화류계에서 가장 힘든 생활을 하는 것은 아가씨들이 아니라 마담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녀들은 업소에 가장 먼저 출근해서 가장 나중에 퇴근 한다.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으며 아침이 되어서야 퇴근하면서 찬 소주 한잔으로 마음을 달래는 사람들이 화류계의 마담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녀들에 대한 혜택은 딱 한가지 밖에 없다. 바로 아가씨들보다는 훨씬 많은 돈을 번다는 것. 마담들의 속내를 들어보면 ‘제대로 된 정신’으로는 쉽게 할 수 없는 것이 마담일 이라고도 한다.

마담 4년차 최모(29)양은 “처음에는 마담이 너무도 하고 싶었다. 손님 옆에서 시중을 들지 않아도 되고 억지로 웃지 않아도 되고 술을 안마셔도 되지 않은가. 그저 손님을 확보하고 그 손님이 오면 웨이터와 아가씨를 붙여주면 모든 일이 다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니 편안히 앉아서 놀고먹는 것처럼 생각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최양은 이어 “그런데 막상 일을 해보니 생각하고는 천차만별이었다. 예전에는 일단 테이블 세팅이 끝나면 모든 것이 편한 줄 알았더니 사실은 그 시간에 다른 손님들의 컴플레인을 해결하고 있었고 한 명의 단골이라도 더 부르기 위해 ‘X줄’이 타고 있었던 것이다”고 설명했다.
또 “아마도 이런 사실을 예전에 알았더라면 절대로 마담을 하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아가씨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가기가 힘들다.

주변에서 ‘마담 능력이 되지 않아 다시 아가씨로 주저앉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고 심정을 고백했다.
때로 마담들을 괴롭히는 것은 손님들의 ‘추파’이기도 하다. 심지어 아가씨는 놔두고 자꾸만 마담에게 ‘함께 술을 먹자’, ‘2차를 가자’고 까지 이야기한다는 것.

미수금·외상값
모두 물어내야

마담 2년차 채모(27)양은 “아직 내가 아가씨 티를 벗지 않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자꾸만 아가씨는 놔두고 나에게 추파를 던지는 손님들이 있다. 내 입장에서는 정말로 민망한 상황이다. 나를 좋아해준다는 거야 기분이 나쁘지 않지만 이건 명백히 비즈니스 아닌가. 그 상황에서 아가씨를 제치고 내가 술시중을 든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것이다”고 말했다.

채양은 “그러려면 내가 뭐하러 마담을 하겠는가. 차라리 아가씨를 하지. 하지만 마담들을 선호하는 손님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익히 듣기는 했다. 아무래도 마담이다 보니 매너도 아가씨들보다 훨씬 좋고 아가씨 생활을 통해 산전수전 다 겪다보니 손님의 기분을 맞춰주는 것도 훨씬 능숙한 것이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러니 일부 아가씨들의 틀에 박힌 서비스에 지친 손님의 경우 오히려 마담을 선호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어쨌든 손님들의 추파가 심해지면 짜증나는 것도 사실이다”고 불평했다.

사소하지만 ‘안주’에 대한 압박감도 마담들을 괴롭히는 요소 중의 하나다. 일반 룸살롱이야 그렇지는 않지만 ‘노래바’와 같은 단란주점 개념의 업소에서는 이런 것이 특별히 심하다. 어차피 양주는 크게 돈이 되지 않고 노래바와 같은 곳에 와서 양주를 많이 먹는 손님도 많지 않다. 결국은 안주로 ‘쇼부’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손님이 안주 먹어줘야
우리에게  돈이 된다”

한 노래바 마담 강모(28)양은 “업소에서는 끊임없이 ‘안주로 승부해라’고 압력을 준다. 사실 안주가 술보다는 돈이 많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아가씨로 버는 돈도 있겠지만 그 역시 일정부분 갈라먹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안주에 못 미친다. 사실 내가 업주라도 마담에게 그렇게 요구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양은 이어 “하지만 실제 그것을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 뛸 이야기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손님이 ‘처먹어줘야’ 우리들에게는 돈이 된다는 이야긴데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내가 안주를 시킬 수도 없는 일 아닌가. 나중에 문제가 되면 고달픈 것도 우리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또 “손님들이 술에 취해있는 것 같지만 깐깐한 손님들의 경우 맥주 한 병까지 다 따지는 경우도 있다. 정말 손님들이 시간만 축내고 안주를 시키지 않을 때는 속이 뒤집어지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마담들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역시 아가씨다. 단순히 출퇴근의 문제가 아니라 요즘에는 아가씨들의 콧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과 같은 불경기에는 아가씨들의 존재가 업소의 매출 자체를 심하게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아가씨들도 이런 상황을 다 안다. 그러니 콧대가 높아져 심지어 마담에게도 거들먹거린다고 한다.

마담 6년차 박모(32)양은 “정말 요즘 같아서는 나가요X들의 거들먹거림이 보기 싫어 이 일을 그만두고 싶은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업주나 마담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서 지들 잘났다는 모습을 할 때면 정말 싸대기를 날려주고 싶을 때도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박양은 이어 “하루만 돈이 밀려도 지랄 지랄하면서 돈 달라고 난리다. 많은 돈도 아니다. 몇 만원에서 20만원도 되지 않은 돈으로 그렇게 사람 무시하는 것이다. 아무리 아가씨들이 있어야 영업이 된다고는 하지만 자기네들도 업소가 없으면 일할 곳이 없지 않은가. 어쨌든 아가씨들도 우리를 힘들고 피곤하게 하는 요소임에는 틀림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금되지 않는 외상값은 마담들의 피땀 어린 돈을 깎아 먹는다. 결국 손님에게 외상을 주는 것은 아가씨들의 권한이고 그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는 마담이 다 물어줘야 하는 입장인 것이다.

박양은 “가방에는 싸인지가 가득하다. 금액으로 따지면 2000만원 가까이에 이르지만 현재 내 수중에 있는 돈은 거의 없다. 수금이 되면 다 내 돈이지만 수금이 안되면 모두 다 내가 전부 물어내야 하는 돈이다”고 허탈해했다.
이어 “정말 피곤한 일이다. 그렇다고 외상을 주지 않을 도리도 없다. 단골이 ‘돈 없는데 한잔하고 싶다’고 할 때 어떻게 하겠는가. 돈 있을 때 오라고 말하면 그건 관계 끊자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고 덧붙였다.


‘화려한 비상의 꿈’ 꾸며
애환 곱씹고 또 곱씹고

하지만 마담들에게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힘든 생활이지만 이곳에서 잘 생활을 해나간다면 웬만한 대기업 부장 이상의 월급을 매달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앞으로도 마담생활을 통해 ‘화려한 비상의 꿈’을 꾸는 여성들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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