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은 국감 뛰고, 감투는 재보선 뛰고

2009.10.20 10:08:13 호수 0호

정치거물들의 국감시즌 엿보기

주로 초·재선 의원들의 활약 무대가 됐던 국감장에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거물급 인사들이 합류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정동영 의원은 ‘대북정책 전문가’로 날카로운 질의를 쏟아냈고 박근혜 전 대표는 대안까지 들고 나왔다. 반면 각 당 대표를 맡고 있는 정몽준, 정세균 대표는 국감장을 빠져 나와 10월 재보선을 뛰고 있다. ‘정당정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선거판에서 두 대표의 정면승부가 흥미를 더하고 있다.

국감은 의원들에게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이슈를 만들어내기도 쉽거니와 지역구와 전국에 자신의 활약상을 알릴 좋은 기회를 얻는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주로 전국적인 인지도가 높지 못한 초·재선 의원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이번 국감에서는 거물급 의원들도 뚜렷한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계급장 떼고 붙는다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정도로 정치적 행보는 ‘정중동’의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박근혜 전 대표가 국감장에서는 철저히 ‘모범생’이 됐다. 보건복지위 소속인 박 전 대표는 국장에서 질의마다 구체적 수치를 포함시켜 피감기관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9일 식약청 국감에서 세세한 수치를 거론하며 연구개발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 윤여표 식약청장으로부터 “지적이 맞습니다”라는 항복을 받아냈다. 이어 “언제나 좋은 제안 해주시는 박 의원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감사인사까지 받았다.

박 전 대표가 피감기관장에게 감사인사를 받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박 전 대표는 질의에서 차분한 문제제기와 함께 검증된 대안을 포함시키기 때문이다.

지난 5일 복지부 국감에서는 전재희 장관에게 “의약품 실거래가 파악을 위해 일본처럼 카드결제 자료를 적극 활용하자” “독일이 결혼이민자에게 무료로 600시간의 언어 교육을 제공하는 것처럼 우리도 다문화 가정에 대한 언어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을 했다.


또한 “실종아동 사건 담당 주무부처인 복지부와 경찰청 간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아 통합 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실종아동 대책 태스크포스팀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8일 질병관리본부 국감에서는 신종플루 백신의 안정성 문제에 대해 조목조목 따져 물으면서도 에이즈 감염인들에 대한 지원책과 관련, “법무부가 교도소에 원격진료장치를 설치했더니 비용 대비 만족도가 컸다고 하더라. 에이즈 전문 치료병원에도 비슷한 원격진료장치를 만들어 감염인들이 쉽게 이용하게 하자”고 했다.

박 전 대표는 국감에 대비해 상당한 양의 정책 자료를 학습하고 전문가들과 오랜 토론을 거쳐 대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들도 “10분의 질의를 위해 박 전 대표가 공부하는 양은 엄청나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복지위 내 최다선임에도 국감에 성실하게 임하는 모습에 변웅전 복지위원장도 “초선 이상으로 열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찬사를 보냈다.

정가 인사들은 “중진 정도 되면 국감장에 나타나지 않거나 질의 때 별다른 준비없이 일반론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진들이 몰리는 상임위는 아예 국감 때 다룰 특별한 이슈가 없는 곳”이라면서 “박 전 대표가 국감에 임하는 모습은 타 의원들에게 귀감이 될 만하다”고 평했다.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소속된 정동영 의원도 국감으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이었던 정 의원은 대북정책을 주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대북정책 전문가’로 나섰다.

정 의원은 지난 6일 통일부 국감에서 “동북아 냉전구조의 판이 변하고 있다. 일본도 변화하고 있고 북한도 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른 급물살에서는 자칫 잘못 휩쓸리면 떠내려간다. 하지만 통일부는 작년 하반기나 지금이나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반도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중국·북한이 급박한 7~9월을 보내고 있는 것과는 달리 우리는 정세를 놓치고 있다”면서 “한반도 주변 미국·중국·일본이 변화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는다면 대북 봉쇄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자신의 질의에 현 장관이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답하자 “보고 있지만 말고 행동을 개시하라”고 압박했다.

외통위 아시아 지역 국감반에 포함된 정 의원은 7일부터 20일까지 해외 공관을 돌며 국감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을 트위터를 통해 생중계하고 있다.

정 의원은 뉴질랜드에서 독일식 소선거구제를 채용해 성공을 거둔 것이나 재미, 놀이, 자유분방을 특징으로 하는 초중고 교육을 하면서도 PISA(국제학력평가)는 세계 최상위 그룹에 속하는 점 등을 벤치마킹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또한 김제동 하차 논란에 대한 견해나 지난 7일 서울을 출발하기 전 마무리한 ‘용산참사 재발 방지법’ 초안에 대한 계획을 전하기도 했다.

 국감 접고 표심에 올인

정몽준, 정세균 대표는 재보선 운동 때문에 국감 활동은 사실상 접었다.

10월 재보선으로 첫 시험대에 선 정몽준 대표는 의정 생활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국감에서 빠졌다. 다른 외통위 위원들은 해외 공관 국감으로 전 세계를 돌고 있지만 정몽준 대표는 휴일에도 10월 재보선 지역구 표심잡기에 매진하고 있다.

미디어법 사태로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후 원외에서 활동해 온 정세균 대표는 국감에 구애받지 않고 재보선 지역구를 누비고 있다. 원내 사안에 대해서도 손을 떼고 “정치생명을 걸고 죽기 살기로” 뛰고 있다.

특히 두 대표는 격전지로 꼽히는 수원 장안과 안산 상록을 지역구를 하루에도 몇 차례씩 돌며 정면승부를 펼치고 있다. 어느 쪽이 승리하느냐에 따라 정치 운명이 갈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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