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죽은 장애청년의 ‘뿌리 찾기’ 사연

2009.08.18 09:24:09 호수 0호

“난 멀쩡히 살아 있는데…”

최근 두 번이나 사망신고가 된 30대 장애청년의 기구한 사연이 법원 내부게시판을 통해 알려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살아있으면서도 죽은 자로 살아 온 이 청년은 힘겨운 ‘뿌리 찾기’소송을 진행 중이다. 2급 지체장애인 성모(34)씨는 32년 전 친아버지에 의해 버림을 받았다. 성씨의 친아버지는 두 살짜리 아기를 아내 몰래 광주광역시 터미널에 내다 버렸다. 그 후 인근 파출소 직원에게 발견된 성씨는 입양 보호소로 보내졌다가 전남에 있는 손모씨의 집으로 입양됐다.
성씨를 입양한 손씨는 막내아들이 사망하자 사망신고를 하지 않고 성씨에게 죽은 막내의 본명과 주민등록번호를 가지고 살도록 했다.

문제는 20여 년 뒤 발생했다. 당시 성씨의 친아버지 집에 군입대를 위한 신체검사 통지서가 날아들었고 성씨 할아버지는 뒤늦게 손자의 사망신고를 했던 것이다. 이로써 성씨는 완벽하게 손씨의 죽은 막내아들이 됐다. 이때부터 성씨는 죽은 자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불행은 또다시 찾아왔다. 성씨의 양아버지가 사망하면서 양아버지의 자식들이 “친동생은 이미 숨졌다”며 세상을 떠났던 막내의 사망신고를 뒤늦게 해버린 것.

이로써 성씨는 친아버지와 입양가족들에게 버림받은데다 자신의 본명과 두 번째 이름까지 잃어버리는 운명에 빠지게 된다. 그 후 성씨는 아들을 애타게 찾던 친어머니인 박모씨와 극적으로 상봉, 최근 친아버지를 상대로 ‘친생자관계 존재 확인’ 소송을 전주지법에 냈다. 장애인인 성씨는 건강보험 혜택도 받지 못해 몸이 아프면 어머니가 대신 병원을 찾아 약을 받아오는 등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성씨의 딱한 사정을 들은 법무법인 로고스는 무료 변론에 나섰고 성씨는 며칠 전 친아버지와 함께 친자확인을 위한 유전자 검사를 했다. 전주지법 담당 재판부는 사망상태인 성씨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정정하려면 소송보다는 가족관계등록 기록의 정정 신청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소송 취하를 권고한 상태다. 가족관계등록법 104조는 등록부 기록이 법률상 허용될 수 없거나 기재에 착오가 있으면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등록부의 정정을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108조는 판결을 통해서도 등록부를 정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성씨의 어머니 박씨는 “아들은 지금 서류상으론 살아 있지 않고 죽은 사람”이라며 “하루빨리 신분을 되찾아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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