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남자’ 천신일 구하기 프로젝트

2009.04.21 09:36:37 호수 0호

이명박·박연차 중간에 낀 천신일, 구명로비·대선자금 두가지 의혹
박연차 “대선 전 10억 줬다”VS  천신일 “10원 하나 받은 적 없다”

청와대가 ‘박연차 리스트’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는 전 정권 인사의 비리 의혹 때문도, 전 정권에 대한 기획사정이라는 비판 여론 때문도 아니다.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기엔 청와대 앞마당까지 넘보고 있는 불길이 너무도 거세진 탓이다. 박연차 사건을 조사하는 검찰의 시선이 현 정권에 치명타를 날릴 수 있는 인사로 향하면서 대응책을 고심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절친한 친구이자 지난 대선 이 대통령을 도운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특히 박 회장이 검찰 조사에서 지난 대선 전 천 회장에게 2차례에 걸쳐 모두 10억원을 건넸다고 진술하면서 청와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대선 전 받은 돈이 이 대통령에게로 전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천 회장이 박연차 사건에서 여권으로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면 대통령 측근 인사들의 무사를 장담할 수 없게 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청와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박연차 리스트’ 수사의 파장이 추부길 전 청와대 비서관을 넘어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으로 치닫고 있다.
그동안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관련한 수사에서 현 여권 인사들은 그다지 거론되지 않았다. 혐의가 드러난 것은 박연차 회장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를 무마해 주는 대가로 2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정도다.

MB 측근 이어 절친까지
검찰 사정망에 ‘딱 걸렸네’

추 전 비서관은 이 과정에서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 친이계 정두언, 차명진 의원에게 접촉했다. 당 내 ‘실세’로 통하는 이들에게 박 회장과 관련한 청탁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들은 “청탁을 단호하게 거절했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검찰도 “현 정권 인사들에 대한 박 회장 구명 로비가 실패로 끝났다”면서 추 전 비서관을 기소하는 것으로 사건을 일단락 졌다.

이명박 정부 초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이종찬 변호사와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도 박 회장의 구명 로비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박 회장의 세무조사와 관련, 대책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변호사는 변호사 사무실 보증금과 관련, 동생이 박 회장과 금전 거래를 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하지만 이 같은 의혹들은 참여정부 핵심 인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숲에 숨은 나무’가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 3인방에 대한 수사로 전 정권 실세들이 줄줄이 소환되고 구속되면서 현 정권 인사들은 세간의 시선을 비껴간 것이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로 궁지에 몰린 민주당이 ‘반격’에 나서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민주당은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지적하며 현 정권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천 회장을 타깃으로 삼았다.

천 회장은 이 대통령의 고려대 61학번 동기로 수십년간 인맥을 이어온 ‘절친한 친구’이면서 박 회장과도 형님 동생으로 부를 정도로 강한 친분관계를 유지해 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천 회장은 최근까지 태광실업이 농협에서 인수한 휴켐스의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등 박 회장과 친분관계를 이어왔다.

그리고 이러한 ‘친분’을 이유로 지난해 7월 국세청이 박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하자 서울 모 호텔에서 박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전 국가보훈처장, 박 회장 측근인 정승영 정산개발 대표와 함께 세무조사 무마와 검찰 고발을 막기 위한 대책회의를 가졌다. ‘구명로비 의혹’의 한가운데 서게 된 것이다.

천 회장은 이에 대해 “박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전 국가보훈처장과 동석한 적은 있었지만 언론에서 말하는 이른바 ‘대책회의’는 아니었다”면서 “박 회장은 친동생 같은 아이다. 그가 세무조사를 받는데 인간 정리상 어떻게 안 갈 수 있느냐”고 답했다.

그는 “박 회장이 ‘형님 도와주이소’라고 하면 내가 ‘알아볼게’ 이 정도로 얘기한 게 전부다. (구명로비를) 어디 가서 누구에게 얘기를 하겠냐. 인간적 도리를 한 것이고 가까운 사람이 궁지에 빠지면 위로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수준”이라고 ‘대책회의’에 대한 의혹어린 시선들을 차단했다.

박 회장의 구명을 위해 이종찬 변호사와 대책을 논의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이 변호사와 박 회장이 따로 만난 적은 있을지 몰라도 나와 같이 만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천 회장은 ‘박연차 구명로비 의혹’을 완강하게 부인했지만 박 회장이 그에게 10억원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면서 검찰 조사를 피해가지 못하게 됐다. 박 회장이 검찰에서 지난 2007년 대선 전 천 회장에게 2차례에 걸쳐 10억원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 박 회장은 10억원 가운데 7억원을 채무관계에 따라 먼저 제공했고 3억원은 또 다른 용도로 제공했다고 밝혔다.

야당 반격에 상황 반전
‘천신일 죽이기’ 나섰다


천 회장은 “대선 때든 국세청 세무조사 때든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10원 하나 받은 적 없다”며 금품수수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대선자금을 받는다는 것은 휘발유를 들고 불에 들어가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인간적으로 (박 회장과) 친하지만 선거 때 돈 받고 국세청 세무조사할 때 돈 받고 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검찰은 박 회장에게서 천 회장에게 전해진 10억원과 관련해 천 회장에 대한 수사 의지를 드러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아직까지는 (지켜)보고 있지 않지만 의혹이 제기되는데 검찰이 확인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뜻을 나타냈다. 검찰은 천 회장의 출국금지를 요청하고 그를 소환, 돈의 성격과 사용처를 조사할 방침이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며 청와대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큰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천 회장에 대한 검찰 조사로 불똥이 튀지 않을까하는 우려어린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벌써부터 검찰과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 회장이 지난 대선을 앞두고 천 회장에게 거액의 정치자금을 건네 이 대통령에 ‘보험’을 들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박연차 → 천신일 ‘10억’
MB 대선자금으로 흘렀나

청와대가 신경 쓰는 것도 대선자금에 관한 부분이다. 천 회장은 지난 대선 당시 고대 교우회를 이끌며 이 대통령을 적극 지원, 이명박 정부 창출의 공신으로 꼽힌다. 대선에서 천 회장이 차지한 비중을 고려했을 때 박 회장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거액의 돈이 천 회장을 통해 이 대통령의 대선자금으로 전해졌을 개연성도 있을 수 있다는 것.

검찰은 이번 수사에 대해 “한 기업인으로부터 부정한 금품을 수수한 정치인과 공직자 등 개개인의 범죄혐의를 밝히는 게 목적”이라며 “대선자금은 이번 수사대상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흔들었던 박 회장의 돈이 이 대통령에게 전해졌다는 의혹이 일부라도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 파장은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정가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전 정권에 대한 사정이 기력을 잃게 될 뿐 아니라 야권의 공세에 시달리는 동안 입게 될 정치적 손실이 상당할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또 “지난 대선에서 선거혁명이 이뤄져 대기업이 돈 대는 것이 처음으로 없어졌다”고 말하는 등 대선자금의 ‘깨끗함’을 강조해온 이 대통령도 정치적 타격을 감수해야 할 입장으로 내몰릴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천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로 제2, 제3의 여권 인사가 검찰로 향할 수 있다는 점도 청와대로 하여금 검찰 수사를 예의주시하게 한다. 천 회장은 여권에 폭넓은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인물로 박 회장과 여권 인사들 사이에서 ‘중간다리’가 되었을 수 있다. 박 회장에게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은 한나라당 박진 의원과 박 회장을 연결시킨 이도 천 회장이었다.


청와대는 “대선자금만큼은 누구보다 깨끗하다. 신세진 게 없는 만큼 도덕적으로 꿀릴 일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천 회장은 정권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인물”이라며 “불길이 여권까지 덮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천 회장의 방비를 단단히 하거나 그에게 몰려드는 불길을 차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괜히 건드려 부스럼이 될까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청와대지만 천 회장에 대한 수사로 인한 ‘도덕적 치명상’이 예상된다면 조심스럽지만 확실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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