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몰락 스토리> 친인척·측근비리에 ‘패가망신’

2009.04.14 09:35:21 호수 0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를 지탱해온 도덕성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고 구속된 데 이어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 3인방’으로 불리는 정화삼 전 제피로스 골프장 대표와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도 줄줄이 검찰에 소환된 것. 이 과정에서 지난 정권 실세로 군림했던 386 인사들은 물론 노 전 대통령과 가까웠던 정치인들도 불법 정치자금 문제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노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가 지난 정권 ‘상왕’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밝혀졌으며 조카사위 연철호씨, 아들 건호씨, 부인 권양숙 여사도 박 회장의 ‘돈’과 무관하지 않았다. 특히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가족들에게 건넨 돈에 대해 “노 전 대통령에게 준 것”이라고 말해 노 전 대통령을 향한 수사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2월 “정치부터 바뀌어야 한다. 시장과 제도를 세계 기준에 맞게 공정하고 투명하게 개혁하고 경제의 지속적 성장과 건강한 사회를 위해 부정부패를 척결해 나가겠다”고 ‘개혁’을 외치며 대통령직에 올랐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에서 물러난 지 불과 1년여 만에 측근과 친인척의 비리가 하나둘 밝혀지며 부정부패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참여정부의 ‘가치’로 임기 내내 강조해왔던 ‘도덕성’도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친노 게이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 비리 수사로 시작됐다. 지난해 말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정화삼 전 제피로스 골프장 대표가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와 관련해 구속기소 됐다.

측근비리 수사로 시작
노 전 대통령 ‘조이기’

또한 이 사건에 연루됐을 것이라는 의혹을 받았으나 별다른 혐의가 포착되지 않았던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은 회사 돈 266억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 3인방’이 모두 검찰의 시선을 비껴가지 못한 것이다.

강 회장의 횡령은 개인비리지만 그의 돈 70억원이 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봉하마을 개발을 위해 설립된 (주)봉하에 투자되는 등 노 전 대통령 주변으로 흘러들어간 정황이 드러나 수사 진행에 따라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검찰은 박 회장에게서 정·관계 인사 70여 명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진술을 확보, 이를 ‘고리’로 불법정치 자금의 흐름을 잡아냈다.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였던 민주당 이광재 의원이 박 회장으로부터 2억원이 넘는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서갑원 의원도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정상문 청와대 전 총무비서관은 총무비서관 재직시절 박 회장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2005년에서 2006년 사이에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으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형·조카사위·부인까지
가족서 돌고 돈 ‘검은돈’

이강철 전 시민사회수석과 박정규 전 민정수석도 구속됐으며 노 전 대통령과 가까운 박관용·김원기 전 국회의장도 검찰 조사에서 박 회장에게 각각 2억원과 1억원을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안희정 최고위원도 강금원 회장으로부터 10억원대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와 측근뿐 아니라 가족들도 ‘검은 돈’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형 건평씨는 세종증권 매각과 관련, 불법로비의 대가로 수십억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또한 지난 정권 PK(부산경남)지역에서 ‘상왕’으로 군림하며 박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끌어다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건평씨의 사위이자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연철호씨 또한 박 회장으로부터 받은 500만 달러의 실체에 대해 의심받고 있다.

심지어 영부인이었던 권양숙 여사도 박 회장을 자금줄로 활용했다. 노 전 대통령은 정 전 비서관이 박 회장으로부터 수억원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데 대해 “저의 집에서 부탁하고 그 돈을 받아서 사용한 것으로 미처 갚지 못한 빚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저의 집’은 경상도에서는 부인을 뜻하는 것으로 노 전 대통령의 해명은 곧 권양숙 여사가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박 회장의 돈을 받아썼다는 것을 시인한 것이라는 게 노 전 대통령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돈에 대해 박 회장은 권 여사가 아니라 노 전 대통령에게 돈을 건넸으며 노 전 대통령 요청으로 돈을 줬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노 대통령에게 전해 달라”며 돈 가방을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건넸다고 진술했다. 돈 가방에는 10억원 이상이 들어있었으며 현금 외 상품권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회장의 진술을 토대로 “빌린 돈이고, 퇴임 후에 알았다”는 노 전 대통령의 주장이 사실이 아닐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박 회장이 연씨에게 투자한 500만 달러의 실제 주인이 노 전 대통령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특히 연철호씨가 2007년 말에서 2008년 초, 500만 달러를 투자받기 위해 세 차례에 걸쳐 박 회장을 찾았을 때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가 동행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박 회장이 연씨에게 건넨 돈이 건호씨를 통해 노 전 대통령에게 전달됐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건호씨는 박 회장과의 만남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이는 해외 사업 성공 노하우를 배우기 위한 것이었을 뿐 박 회장의 돈은 10원도 쓴 게 없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도 이번 사건에 대해 “잘못은 잘못”이라면서도 “좀 지켜보자. 내가 알고 있는 진실과 검찰이 의심하고 있는 프레임이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노 전 대통령과 관련한 수사가 진척을 보이면서 정치권의 안색도 변하고 있다.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으로 인한 여파가 미칠까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민주당은 검찰이 전 정권의 정치 자금만 파헤치고 있다며 여야 모두 성역없이 수사할 것을 촉구했다. 노 전 대통령 측과 거리를 두는 한편 현 정권 인사들과의 관련성을 강조한 것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대통령 재임 중에 돈을 받았거나 퇴임 후에 돈을 받았거나 대통령과 관계된 돈은 모두 포괄적 수뢰죄”라며 “노 전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진실을 밝히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맹공에 나섰다.

악재에 숨죽인 민주당
한나라 ‘노무현 죽이기’ 올인

네티즌들도 술렁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과 팬클럽 ‘노사모’ 등에는 노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반면 기사에 붙은 댓글은 차갑기만 하다.

이에 대해 한 정치분석가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처럼 개인 비자금을 축재한 일은 아니지만 정치개혁을 부르짖던 친노진영이 스스로 실정법을 어겼다는 데 대한 ‘배신감’이 크게 작용한 탓”으로 분석했다.

“대통령이 되면 친인척과 측근을 막론하고 비리를 저지르면 가차없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 “검은돈 받으면 검은 정치하는 것 아니냐. 낡은 정치의 핵심은 돈이다” “도덕성 신뢰만이 국정을 이끌 수 있는 밑천이다”라는 말로 ‘깨끗한 정치’를 외쳤던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면서 파급효과를 불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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