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베테랑 조사관 현장리포트<5>

2009.03.10 09:22:32 호수 0호

혹시 ‘대물’의 소유자?

마약 밀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더욱 교묘해지고 대형화·조직화 되고 있다. 더욱이 국제범죄조직에 의한 한국경유 일본 등 제3국으로의 중계밀수도 크게 증가하고 밀수경로도 다변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마약안전지대가 아니란 얘기다. 그렇다고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 국경 최일선에서 ‘마약 청정국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 밤낮으로 뛰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관세청 마약조사과 직원들. 그들이 전하는 마약 밀수 비화를 들어봤다.

“배탈로 설사가 나 팬티 한 장 더 입었을 뿐”이라더니
팬티 속은 부드러운 살갗 대신 필로폰…‘큰 이유 있었네’



대구본부세관 A마약조사관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관세행정정보시스템에 접속해 여행자정보시스템 상에 입항현황 조회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승객들 명부를 살펴보니 출입국 목적이 불분명하고 중국 심양과 대구시를 자주 다녀 우범자로 등록된 K씨가 오전 10시35분 입항예정인 심양발 여객기에 탑승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또 K씨의 동승자를 확인해보니 H씨가 함께 탑승한 것이 확인됐다.

강한 저항에는 ‘이유 있다’

항공기가 도착하기 전 그들의 얼굴을 인지하기 위해 A조사관은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에게 K와 H에 대한 인적사항을 보여주고 여권사진을 확인했다.
그들의 신원파악을 끝낸 A조사관은 휴대품검사대에서 검사직원들이 검사대상으로 지정된 여행객을 검사하고 유치하는 것을 지켜보다 법무부 심사대쪽으로 눈을 돌렸다. 순간 짧은 흰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여권심사를 받기위해 대기선 앞줄에 서 있는 K가 눈에 들어왔다.

곧바로 옆에 있는 P조사관에게 “동행자 H를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잠시 입국장 안을 찬찬히 둘러보던  P조사관은 동행자를 발견하고 눈짓을 했다. H는 중간 크기 정도의 가방 하나를 끌고 어깨에는 또 다른 작은 가방 하나를 메고 있었다.
A조사관은 즉시 조사요원들이 입국장에서 활동 중이라는 것이 노출되지 않고 효율적인 밀착 동태 감시를 위해 입국장에 있는 모든 조사관들에게 “출입증을 패용하지 말라”고 지시를 했다.

신분이 노출되지 않게 K와 H의 동태를 살피던 A조사관은 순간 ‘가방이든 신변이든 메스암페타민(일명 필로폰)을 은닉할 가능성이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스쳤다고 한다. K와 H가 휴대품 검사를 하는 직원과 전자태그 감지기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이 포착된 것.
휴대품신고서를 내미는 H에게 A조사관은 “정밀검색을 해야 하니 신변검색실로 같이 가야한다”라고 말하니 H는 “뭣 때문에 그러냐. 뭐 잘못한 것이라도 있냐”며 순간 당황해 했다. A조사관은 이에 “항공기가 도착하면 승객 중 1~2명 정도는 무작위로 선별해서 정밀검사를 한다. 협조해 달라”고 말하니 “알았다. 빨리 끝내 달라”면서 H는 큰 저항 없이 순순히 응했다. 옆에 있던 P조사관에게 H를 인계하고 다시 입국장 안으로 돌아가 K를 찾았다. K에게도 “지금 정밀검사를 해야 하니 협조해 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자 K는 “내가 뭐 잘못했다고 남들과 다르게 하냐”며 불만을 표출했다.

신변검색실로 데려온 K와 H에게 A조사관은 “혹시 휴대품신고서에 신고한 것 말고 다른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은 없느냐”라고 다그쳤다. 그러자 그들은 “신고서에 있는 그대로”라면서 “다른 사람은 나가도록 하면서 나는 왜 붙잡느냐. 내가 죄인이냐. 무슨 이유로 이처럼 격리된 방에서 특별하게 검사를 받아야 하느냐”라고 강하게 항의를 했다.
A조사관은 이에 “신변검색동의서에 동의를 해 달라”며 용지를 내밀었다. K와 H는 신변검색동의를 해주지 않으면 더욱 의심을 받을 것으로 생각을 했는지 아주 불쾌한 얼굴에다가 짜증난 동작으로 마지못해 인적사항을 쓰고 서명을 했다.

A조사관은 우선 그들이 소지한 가방들을 뒤졌다. 그러나 의심나는 물건은 없었다. 그래서 신변검색실 내의 격리된 다른 내실로 데리고 들어가 옷 위를 ‘터치’하는 방법으로 검색을 실시했다. 그런데 그들은 “왜 내 옷을 당신이 만지느냐. 그냥 육안으로 만 봐라”라며 거칠게 항의했다.
필요 이상으로 저항하는 것에 더욱 강한 확신이 든 A조사관은 “신변검색을 거부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계속 거부하면 다른 방법이 있다”라고 계속해 다그쳤다. 그러자 그들은 “정 그렇다면 옷 위로 더듬어 보라”고 한 발 물러섰다.

손으로 상의의 옷을 만져보니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 아래에 입은 청바지를 만지려고 하니 유난히 긴장을 하고 머뭇거렸고 허리부분에 손을 대니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지면서 안절부절 못했다. “바지 속에 무엇인가 있는 모양인데, 한번 보여 달라”고 하니 한숨을 크게 내쉬면서 떨리는 손으로 혁대를 풀고 바지를 무릎까지 내렸다.

그런데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은밀한 부분을 건드릴 수가 없어 사타구니 쪽을 팬티 위로 더듬으니 부드러운 살갗이 만져져야 하는데 무언가 안에 덧대 입은 느낌이 들었다. “안에 덧대 입은 것 있느냐”고 하니 “어제부터 배탈 때문에 설사가 나서 팬티를 한 장 더 입고 왔다”라고 불안한 얼굴로 대답했다.
겉 팬티를 스스로 내리게 하고 보니 ‘은밀한 부분’을 감싼 곳이 유난히 탄력 있고 부풀어 있었다. A조사관은 ‘이 친구가 ‘대물’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그 속에 무엇인가가 있다’고 확신했다.

“인권침해 넘어 마약 적발”

속 팬티를 내리게 하고 자세히 보니 같은 종류의 검정 삼각팬티가 또 있었다. 속 팬티 사이를 조심스럽게 벗기니 비닐 랩으로 꼼꼼히 포장해 은닉한 필로폰이 모습을 드러냈다. 팬티 속 필로폰 두 덩어리를 꺼내 중량을 달아보니 50.61g, 시가로 1억5200만원 상당이나 됐다.
A 조사관은 “이 사건은 외부의 정보 없이 순수한 세관 조사요원의 자체 정보 분석과 마약우범지역으로부터 입국하는 여행자의 철저한 동태관찰, 그리고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단호하게 인권침해소지의 어려움을 뛰어 넘어 일궈낸 마약류 적발사례”라며 “대구세관 조사계가 직접 마약수사를 경험한 첫 사례로 앞으로 마약수사에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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