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10·15 부동산 대책, 정부는 왜 초강수 뒀나

2025.10.25 11:22:14 호수 0호

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지 불과 열흘, 그러나 부동산 시장은 답답하기만 하다. 정부의 처방이 약이 될지 또 다른 불안을 키울지 아직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10·15 부동산 대책은 6·27 대출 규제와 9·7 공급 대책에 이어 나온 이재명정부의 세 번째 부동산 정책이다. 정부 출범 이후 넉 달 만에 세 번의 부동산 정책이 나왔다는 건 정부가 그만큼 현재 부동산 시장을 방치할 수 없는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서울 및 수도권 일부 지역 중심으로 아파트값 상승, 거래량 증가, 갭투자(전세 낀 매매)의 재확산 징후가 나타났다고 판단했다. 그간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지정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이익을 기대한 수요가 여전히 살아있어 이번에 역풍선효과를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10·15 부동산 대책의 골자는 서울 25개 구와 경기도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동시에 지정해, 사실상 3중 규제지역으로 묶었다. 특히 해당 지역에서는 갭투자 구조 차단 목적으로 주택 매매 시 실거주 2년을 의무화했고, 매매 전 구청장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대출 규제도 강화했다. 수도권 고가주택(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4억원으로,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축소했고, 15억원 이하 주택은 6억원 한도를 유지했다. 전세대출 또한 1주택자에 대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포함했고, 스트레스 금리를 1.5%에서 3.0%로 상향했다.

정부가 이처럼 초강도 대책을 밀어붙인 배경은 과거 문재인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이라 생각된다. 문정부는 25차례 넘는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그러나 ‘타이밍·메시지·공급’ 세 축의 실패로 인해 집값이 폭등했다. 결국 부동산 정책 실패로 정권까지 내주고 말았다. 정부도 “지금 억제하지 않으면 더 큰 리스크가 온다”고 인식해 강력한 조치가 필요했을 것이다.


또한 수요에 대한 풍선효과 차단도 필요했을 것이다. 과거엔 규제지역이 한정돼 있어 수요가 규제를 피해 상대적 저규제 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생겼다. 정부가 이를 미리 막고자 규제 대상을 서울 전역 및 수도권 핵심까지 확대한 것이다. 즉, 풍선효과가 생기면 시장 전체가 다시 불안정해지니 한꺼번에 묶자는 전략이 깔려 있는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확실한 메시지도 필요했던 것 같다. 정부가 “부동산과 전쟁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시장에 “더는 투자나 투기 목적으로 주택시장 진입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정책의 방향이 명확해야 기대심리가 꺾인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물론 이런 강력 억제 정책에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정부와 여권은 “투기수요를 철저히 차단함으로써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을 꾀했다”고 설명하지만, 야권과 시장 관계자들은 “실수요자까지 옥죄었다”고 반발하고 있다.

예컨대,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것은 대한민국 부동산 역사상 처음이라는 점에서, 실거주자를 포함한 주택시장 참여자 모두를 규제 대상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한 대출 한도를 2억 혹은 4억으로 줄인 것은 고가주택 중심이라지만, 실수요자가 다주택자가 아닌 1주택자로 바꾸려는 경우라 해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국 “누구를 위한 규제인가”라는 질문이 제기된다.

이번 10·15 부동산 대책은 시장에 단기적 충격을 줄 가능성도 매우 크고, 실제로 거래절벽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 효과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시장에 풀려있는 유동성이 여전히 크고,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쉽게 꺾이지 않기 때문이다.

규제 중심 정책은 수요를 막을 수 있지만, 주택 자체를 늘리는 근본적 대응은 아니란 지적도 많다. 규제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일률적이라는 점에서 실수요자 피해 및 지역 간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정부는 ‘제한적 규제→시장 안정화→공급 확대’로 이어지는 정책의 선순환 구축이라고 하지만, 현재는 규제 올인 상태라 리스크가 따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염려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은 24일 서울 노원구 재정비촉진구역을 방문해 “10·15 부동산 대책은 재개발사업의 장애물이 된다”며 “사업이 속도를 내야 할 시점에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규제 정책을 발표해 지금까지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도 지난 17일 규탄대회를 열고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은 ‘부동산 계엄’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또한 “국토부는 서울시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울 전 지역을 투기과열지구 및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결박하는 만행을 저질렀다”며 “서울시와 사전 협의도 없이 정부가 강력한 규제를 제멋대로 결정한 것은 중대한 절차적 하자”라고 주장했다.

여론조사 업체 한국갤럽이 지난 21~23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15 부동산 대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물음에 44%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고 ‘적절하다’는 응답자는 37%였다, 특히 30대의 부정 응답이 57%로 매우 높았는데, 이는 첫 주택 마련을 고려하는 30대에서 피로감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는 증거다


필자는 “이번 10·15 부동산 대책은 단순한 부동산 규제가 아니라 정부가 정책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시장 리셋에 나섰음을 보여주는 정치경제적 신호다”고 생각한다. 특히 지난 정부의 미진한 부동산 정책으로 생긴 자산 격차와 투기 불안을 이대로 방치하면 현 정부의 리스크가 된다는 위기감 속에 정부가 과감히 강력한 규제를 꺼내 들었다고 본다.

하지만 시장에는 준비된 공급정책과 실수요자 보호장치가 뒤따라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이번 10·15 부동산 대책이 ‘투기 억제’ 대신 ‘실패한 부동산 정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10·15 부동산 대책으로 내국인의 주택담보대출이 축소된 상황에서, 외국인이 현금을 앞세워 아파트를 대거 매입할 가능성도 주목해야 한다. 실제로 최근 고가 아파트를 외국인이 현금으로 사들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국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만든 대책이 외국인 투기 자본에 이용되는, 이른바 ‘죽 쒀서 개주는’ 일이 돼선 안 된다.

제주도가 ‘국제자유도시’라는 비전 아래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려다, 정작 외국인의 토지·부동산 취득만 지나치게 쉽게 만든 결과, 2015년 이후 중국인 투자가 급증했다. 그 후 뒤늦게 대책을 세웠지만 제주도는 이미 중국인이 점령한 땅이 되고 말았다. 정부는 이를 반면교사 삼아 10·15 부동산 대책의 후속 조치로 외국인의 현금 매입에 대한 보완책도 마련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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