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떨어지면 사라” 이상경 차관, ‘내로남불’ 갭투자 논란

2025.10.22 14:55:52 호수 0호

전세 끼고 33억 아파트 매입
10·15 부동산 정책 신뢰 ‘흔들’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이 시행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정책의 실효성보다 정책 책임자들의 ‘내로남불’ 논란이 국민 분노를 키우고 있다.



서민들에게는 대출을 통한 투기를 경고하면서 정작 정책 설계자들이 수십억원대 아파트를 전세를 끼고 매입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긴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다.

논란의 중심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책사’로 불리는 이상경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있다. 이 차관은 지난 19일, 유튜브 채널 ‘부읽남TV’에 출연해 “지금 집을 사려고 하니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라며 “시장 안정 후 집값이 떨어지면 그때 사면 된다”고 발언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그 본인과 배우자가 이른바 ‘갭투자’ 형태로 수십억원대 아파트를 매입한 사실이 알려지며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다. 갭투자는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액이 적은 주택을 전세를 끼고 매입한 뒤, 나중에 집값이 오르면 시세차익을 얻는 투자 방식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 차관은 지난 2017년 성남시 수정구 고등동 ‘판교밸리호반써밋’ 전용 84㎡를 6억4511만원에 분양받은 뒤, 이재명정부 출범 직후인 올해 6월 11억4500만원에 매도했다. 약 5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셈이다. 매도 이후에도 해당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관의 배우자인 한모씨 역시 지난해 7월 분당구 백현동 ‘판교푸르지오그랑블’ 전용 117㎡를 33억5000만원에 매입하면서 14억8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끼고 거래를 마무리했다. 이는 전형적인 ‘갭투자’ 형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단지는 올해 6월 동일 면적 고층이 40억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으며, 현재 호가는 42억원대까지 치솟았다.

이 차관은 “입주 시점이 맞지 않아 불가피하게 전세를 낀 거래였을 뿐”이라며 “대출도 받지 않았고 투기 목적과는 다르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부동산 업계와 여론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온라인상에선 “국민에게는 빚 내지 말라더니 본인은 갭투자했다” “말과 행동이 이렇게 다를 수 있나” “이래서 정부 말을 못 믿는다” 등의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고위 공직자부터 갭투자를 하지 않으면 시장도 안정된다”는 글이 베스트 댓글로 오르기도 했다.

한 중개업 관계자는 “실거주 목적이라면 입주 시기 조율이나 임대 기간 설정 등 다양한 방법이 있었을 것”이라며 “정책 책임자가 갭투자와 유사한 방식으로 거래한 것은 국민 감정선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신뢰도에 상당한 흠집을 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10·15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고, 대출 규제를 강화하며 갭투자 차단을 위한 실거주 의무까지 부과했다.

하지만 정책을 만든 당사자들이 ‘시세차익’을 누리는 모습이 드러나면서 “서민만 규제한다”는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2030 세대 사이에선 정책을 믿고 기다리면 손해를 보는 구조”라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 전반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연일 이어지는 비판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한 국토부 관계자는 “이 차관의 배우자 근무지 인근으로 이사하기 위해 백현동 주택을 매수했는데 당시 매도인 사정 등으로 즉시 입주가 불가능한 상태였다”며 “이후 매도인이 갑자기 퇴거 의사를 밝혀 시세보다 저렴한 14억원대에 전세를 내줬고 고등동 아파트가 팔린 후에도 부득이하게 전세로 살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급하게 진화에 나섰다.

한준호 최고위원은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당의 최고위원이자 국토위원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밝혔다.

한 최고위원은 “공직자, 특히 국토부 차관 같은 고위 공직자는 한마디 한마디가 국민 신뢰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저희 여당은 더욱 겸허히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책임 있는 자세로 국정을 바로 세워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회의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한 최고위원의 발언은 당 지도부의 공식 입장”이라며 “정책 기조가 흔들리고 본질이 아닌 언행으로 공세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막기 위해 각별히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다만 국민의힘은 ‘내로남불’이라며 정부·여당을 겨냥한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국국민한테는 ‘대출은 투기’라고 훈계하면서, 정작 본인들은 모두 수십억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재명정부와 여권 고위층은 노골적인 위선과 내로남불을 보이고 있다”고 직격했다.

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굶고 있는 사람 앞에서 자신은 폭식하고 나중에 밥 먹으라고 조롱하는 꼴이자, 주식 사놓고 주가 올리는 시세 조작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내로남불’ 논란을 넘어 정책 신뢰의 구조적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책 책임자의 처신 하나가 시장 신호로 작용한다”며 “정부 인사들의 거래가 시장의 불신을 키우면, 향후 어떠한 규제나 완화책도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시장 반응은 빠르다. 국토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5~19일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9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대책 발표 전인 10~14일 1257건보다 44.8% 줄어든 수치다. 이는 정책 불신으로 인해 ‘버티기 수요’가 늘어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이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시장은 그 어떤 규제보다도 빠르게 불안정해진다”며 “정책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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