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가지 도발 시나리오 압축…이명박 취임 1주년, 대의원선거 등 유력
3·4월 미사일 발사 준비 완료…中어선 조업자제 ‘제3연평해전’ 터지나
‘북한의 도발이 언제쯤 시작될까.’
대포동 2호 발사 준비 등 남북 긴장이 고조되면서 북한 도발 가능성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사일 발사 여부를 놓고 안팎에서는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 대북전문가 등이 도발 시기 및 여부에 대해 각기 다른 의견과 분석을 내놓고 있는 것. 특히 지난 16일 국회 대정부 질문(외교?통일?안보 분야)에서 북한 도발 가능성이 표출돼 관심을 끌었다.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서다. 서해북방한계선(NLL) 무력화, 장거리미사일 발사 준비 등을 놓고 볼 때 북한이 전략적으로 도발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신빙성 있게 나돌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북한 남침 도발 시나리오’를 해부해봤다.
“2월에 도발한다” “3월이다”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불거진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두고 각계의 이견이 엇갈리고 있다. 북한의 움직임이 어떻든 이번 일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16일 외교?통일?안보 분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미사일 발사 가능성과 예상 시기, 정부 대응 방안,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등이 집중 논의됐다. 북한이 최근 함경북도 무수단리 미사일 기지에서 장거리 미사일 대포동 2호 발사 준비를 진행하고 있고, 서해 북방한계선 인근에서 군사훈련 횟수가 증가하는 등 도발징후가 심상치 않게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상희 국방부장관은 과거 서해교전을 대비, 필요한 권한을 현장 지휘관에게 위임한 상태다.
더 나아가 지난 20일 발간된 ‘2008년 국방백서’에서 북한을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이라고 기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4년 국방백서의 ‘직접적인 군사위협’, 2006년 국방백서의 ‘현존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 및 심각한 위협’보다는 강도 높게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분위기는 ‘북한 도발 시나리오’를 한층 가속시키는데 한몫한 모양새다.
이 때문일까. 현재 북한의 도발 가능성 여부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시기를 놓고 이명박 대통령 취임 1주년(2월25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3월8일), 김일성 생일(4월15일) 등 3가지 시나리오로 압축되고 있다. 또한 북한이 도발할 경우 전략적일 것이라는 게 일각의 중론이다. 물론 도발 시나리오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어,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태다. 단지 남한 내부 갈등을 유도하기 위한 고도의 노림수일 것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도발 시기 갑론을박
전략적으로 움직일 수도
현재로선 이명박 대통령 취임 1주년인 25일 도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2월 도발설이다. 정보기관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16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방한(19~20일)기간 동안 도발할 것이라는 예측이 모두 빗나가 이명박 대통령 취임 1주년이 유력하다는 것.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하면서 단계적으로 도발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중 도발 시나리오로 거론되는 것은 중·단거리 미사일 발사다. 북한은 함경북도 무수단리 기지에서 중·단거리 미사일의 발사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유력한 도발 수단이다. 최근에는 미사일을 두 층으로 분리해 탑재한 40m 길이의 특수 열차가 함경북도 무수단리 기지로 이동했다고 한다. 이미 발사실험을 마쳤다는 점과, 일부 외신보도에서 이 대통령 취임 1주년에 발맞춰 장거리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군 당국은 혹시 모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 미사일 발사 가능성에 대비해 지대공미사일을 전진 배치한다는 방안이 검토 중인으로 알려졌다. 탐지장치와 사격통제장치 등이 가능한 ‘천마’를 배치한다는 것.
2·3·4월 도발설 계속
한미 태도에 따라 유동적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실질적으로 힘들다는 지적이다. 기술적으로 미사일 발사 준비를 갖추는 과정으로 보이고, 완비되는 데도 빨라야 2~3주가 소요된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 취임시기에 맞춰 미사일을 발사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것. 지난 18일 한나라당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이상희 국방부장관이 최근 북한 정세를 보고하는 과정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 준비가 3·4월 정도에 완성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에 따라 북한 도발 시나리오 중 가장 유력한 것은 ‘제3의 연평해전’이다. 북한은 지난 1999년 2002년 제1·2차 연평해전을 통해 서해북방한계선 폐기를 주장하며 도발한 바 있다. 그 무렵 중국은 북한 군부 동향을 사전에 파악, 자국 어선들에 조업자제 지시를 내린 바 있다.
요즘 제1·2차 연평해전이 벌어졌던 과정과 흡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 관심사다. 해양경찰청과 해군 관계자는 “서해5도 앞 북한 영해에서 밤낮없이 조업하던 중국 어선들이 지난달 말부터 한꺼번에 철수, 지금은 자취를 감췄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 대통령 취임 1주년에 맞춰 제3의 연평해전을 통해 도발할 수 있다는 것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특히 북한이 서해상의 교전으로 한차례 충돌을 한 후 제2단계로 개성공단 완전 폐쇄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외교부장관을 지낸 송민순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북의 행동이 군사적 행동일지는 모르지만 개성출입을 더 줄이는 상황도 염두에 두고 대처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는 3월8일 열리는 제12기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 시기에 맞춰 미사일 도발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견도 있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준비를 완료할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당초 지난해 선거를 치르려다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불거지면서 미뤄졌지만 3월에 대의원 선거가 다시 실시될 것으로 보여, 북한의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한 도발설이 그것이다. 게다가 김 위원장의 3남 김정운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 후보로 등록한 것으로 알려져 ‘3대 권력세습’을 앞두고 미사일 발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다. 이후 체제불안 등에 대한 불안이 계속되다 1998년 제10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를 통해 김 위원장이 최고 권력자로 추대돼 ‘권력 1인자’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북한은 선거에 앞서 같은 해 속초 잠수정 침투사건, 대포동 1호 미사일 발사 등을 통해 긴장감을 고조시켰던 것. 따라서 북한은 모든 도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잠시 주변국들의 반응을 살핀 뒤 3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를 전후로 도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대북전문가는 “이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인 25일 이후나 3월8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직전, 아니면 권력 세습이 이뤄진 3월 정도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며 “미사일 발사는 북한 내부적인 요인도 있기 때문에 최고인민회의 선거와 김정운 체제 출범 사이가 되지 않겠느냐”고 관측했다.
김 위원장 추대일(4월9일)을 기점으로 김일성 주석 생일(4월15일)도 북한 도발 시나리오 중 하나다. 2·3월에 남북, 북미관계 등에 변화가 없을 때에는 북한 내부결속 및 이명박 정부와 오바마 미 정부를 향한 압박 수단으로 4월 김 주석 생일이라는 이벤트를 전후로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는 게 한 대북 전문가의 전언이다. 이렇게 북한이 남북 긴장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내부결속 등을 다지기 위한 갖가지 포석이 깔려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북한 도발 시나리오는 말 그대로 시나리오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군사적 도발이 대내외적 경고차원으로 끝날 수 있다는 것. 대신 단서조항이 붙는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 전환, 북핵 협상이나 북미간의 접촉이 진전된다는 조건이다.
또 미사일 발사를 강행했을 때 국제사회의 제재 및 비난 여론이 가중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유엔안보리는 지난 1998년 대포동 1호 미사일 발사 때 의장 성명, 2006년 대포동 2호 발사 때는 대북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남측에 군사 도발을 하거나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거나 고립되는 등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세계 관심사 급부상
도발 여부 ‘오리무중’
북한 도발 시나리오가 나돌면서 미사일 발사 여부는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의 관심사다. 아직까지 일각에서 도발 시나리오에 대한 ‘전초전’ 성격의 움직임은 감지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도발 시기 등은 확실하게 가늠할 수 없는 상태다. 과연 북한이 또 다시 동족을 향해 무력도발을 감행할지 여부에 온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