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정치 부활…제2 권력사유화 사태 터지나?

2009.02.24 11:22:56 호수 0호

산하조직 인사 개편 “누군가 입김 작용했다”…MB 측근 2명 거론
  한승수 대신 박영준 실세…정두언 “총리 역할 제대로 하라” 강조



1·19개각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들이 대거 중용됐다. 강력한 친위체제가 구축된 것. ‘왕 차관’으로 불리는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사진)이 화려하게 컴백한 것이 대표적인 일례다. 이른바 ‘차관정치가 시작됐다’는 의미인 셈이다.

그런데 최근 여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박 차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지난해 6월 권력 사유화 논란으로 물러났던 박 차장이 내각의 요직에 기용되면서 과거와 비슷하게 ‘실세’로 등극했다. 게다가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는 얘기가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제2의 권력사유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박 전 기획조정비서관이 국무차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하면서 산하 기관장들도 대거 교체가 됐다. 국방부 개편이 대표적이다. 당시 국방부 차관을 지냈던 김종천 전 차관은 국방부 업무를 위해 해외순방을 하던 중 자신이 해고되는 불상사가 발생했던 것. 이 자리는 장수만 신임차관이 꿰찼다.

방위사업청장도 같은 케이스다. 양치수 전 청장은 업무 보고를 위해 A 의원실을 방문하던 도중 직위가 해제됐다. A의원 측은 “당시 양 전 청장에게 업무보고를 받고 한창 얘기를 하던 중 갑자기 변무근 방위사업청장이 새로 내정자됐다는 소리를 듣고 황당했다”며 “양 전 청장도 몰랐을 정도다. 더욱이 변 청장은 김천 출신이라는 점에서 누군가의 입김이 작용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누군가의 입김’은 누구를 뜻하는 것일까. 일부에서는 청와대에서 모든 작업이 이뤄지기는 했지만, 박 차장이 사전에 인사권에 개입한 것 같다고 말하는 이들도 적잖다. 여권 한 관계자에 따르면 MB핵심 측근들이 대거 산하 기관장에 개입을 하면서 박 차장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있게 사전 작업을 했다. 게다가 산하 기관에 관련된 모든 부분은 장관을 거치기 전에 박 차관을 먼저 거쳐야 된다는 후문이다. 이런 점을 볼 때 이명박 정권의 권력 메커니즘을 꿰뚫고 있는 박 차장이 한승수 총리의 말을 따르지 않고 ‘보이지 않는 실세’로 등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각의 중론이다.


더욱이 정두언 의원이 지난 17일 대정부 질문에서 한승수 총리 등에 대해 따끔한 질책성 발언을 했다. 정 의원은 한 총리를 향해 “자기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냐”며 “대통령이 모든 일에 직접 나서고 있는 상황에 대해 국민의 우려 목소리가 크다. 이게 대통령의 스타일 탓인가. 아니면 총리와 장관이 소극적이기 때문인가”라고 반문했다.

이 때문일까. 여권 일부에서는 ‘제2의 권력사유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아무리 친이계 내에서 여권의 결속력 강화 움직임에 따라 정두언-박영준, 이상득-정두언-이재오 등 단일대오를 형성하고 있지만, 양측이 그간의 감정을 털어내고 완전하게 화해를 하는 데 아직은 무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박 차장을 옹호하는 한 관계자는 “한 총리를 모시고 심부름 역할을 하는 데 충실하겠다고 밝힌 만큼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고 밝혀, 이 모든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과연 이들의 향후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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