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스 잡은 안철수 혁신위원장, 국민의힘 살릴까?

2025.07.02 17:54:19 호수 0호

김용태 “인적 청산 여부가 핵심”
정가 “인요한 전례 답습 말아야”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2일,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된 ‘의사 출신’ 안철수 의원이 “보수 정치를 오염시킨 고름과 종기를 적출하고, 국민과 다시 호흡하는 정상 정당의 처방전을 만들겠다”며 당 쇄신 의지를 천명했다.



이날 안 혁신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사망 선고 직전의 코마(Coma, 의식불명) 상태에 놓여 있다”며 “정당의 목적은 정권 획득이라는 점에서, 이번 대선 패배는 정당으로서 가장 큰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재 당은) 대선 패배 후 한 달이 지났는데도 꼼짝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악성 종양이 이미 뼈와 골수까지 전이돼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여전히 자연 치유를 믿고 있는 것과 같은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건강한 야당의 존재가 자유민주주의에서 가장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 국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며 “저 안철수가 메스를 들겠다. 과거의 잘못은 철저히 반성하고, 냉정히 평가해 국민의힘을 반드시 살려내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인선을 두고 정가에선 당 혁신에 있어 명분 있는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안 혁신위원장은 12·3 비상계엄을 비판해 왔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에도 찬성표를 던지는 등 당 쇄신을 지속적으로 촉구해 왔기 때문이다.

또 그가 수도권 4선 중진이면서도 특정 계파에 기울지 않은 중도 성향으로 평가받는 점을 들어 혁신안 실행 과정에서 당내 갈등을 잘 조율해 나가지 않겠느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날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당에 남아있는 낡은 의식과 관행, 문화를 모두 벗어던지고 혁신의 길을 힘 있게 이끌어가기 위해 4선 안철수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모시겠다”며 “안 의원은 이공계 출신으로 의사, 대학교수, IT 기업 CEO를 두루 경험해 과감한 당 개혁의 최적임자”라고 설명했다.

향후 혁신위 운영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안철수 혁신위원장은) 혁신에 대한 일관성이 있었던 의원이라 당내에서 나름 기대치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혁신위는 당을 잘못 이끌었던 사람들에 대해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느냐가 핵심인데 그것을 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대위원장 당시) 지역을 돌면서 당원이나 지지층들은 인적 개혁과 혁신을 굉장히 많이 바란다는 것을 느꼈다”며 “국민의 기대치를 충족하기 위해 혁신위는 강도 높은 개혁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고, 제가 생각할 때 국민께서 바라는 혁신은 인적 청산”이라고 주장했다.

‘인적 청산이 김문수·한덕수 후보 교체 파동 당시 지도부 출당도 염두에 둔 이야기냐’는 취지의 기자 질문엔 “그건 혁신위에서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혁신위가 진부하거나 기술적인 측면의 혁신을 내놓는다면 국민들 성에 안 찰 거라는 생각이 든다”는 김 전 비대위원장은 자신이 제안했던 5대 개혁안에 대해 “거창해 보이지만 개혁이라고 포장하기에도 죄송한 것들이고, 우리가 바뀌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합의점인데 (당 지도부는) 이마저도 하지 못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달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송 원내대표가 “(5대 개혁안은 추후 구성될) 혁신위에서 논의해야 한다”며 “또 (개혁안이) 당원투표로 진행되면 또 다른 분열이나 갈등이 혹시 없을지 짚어보겠다”고 협상을 유보한 데 대한 비판으로 풀이된다.

당초 김 비대위원장은 6·3 대선 패배 직후부터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등 5대 개혁안 실행을 당내 지도부에 거듭 요구했으나 결국 총의를 모으지 못한 채 지난달 임기가 끝난 바 있다.

일각에선 이미 당 대표격인 비대위원장의 개혁안조차 무시되는 상황에서 산하 기구인 혁신위가 과연 당 쇄신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겠느냐는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그간의 전례를 살펴보더라도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지난 2023년 10월23일, 김기현 대표 체제 당시 인요한 혁신위가 꾸려지면서 인 위원장은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는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발언을 인용하며 강한 혁신을 예고했다.


하지만 ‘원내 지도부·중진 의원들에 제22대 총선 불출마 및 수도권 출마 요구’ 등 공천 관련 5대 혁신안이 당사자들의 반발로 무산되면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해산한 바 있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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