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이 다 챙기는 고려은단, 왜?

2022.05.12 12:51:36 호수 1374호

챙길 건 챙기는 비상장 부자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고려은단이 통 큰 배당을 실시했다. 1년간 열심히 거둬들인 수확물보다 배당으로 흘러나간 금액이 더 큰 모양새. 덕분에 회사 주식 전량을 쥐고 있는 오너 일가는 앉은 자리에서 100억원에 가까운 현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고려은단은 1946년 조규철 창업주가 설립한 고려은단제약회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의약품·식품 제조업을 영위하며, 대중에게는 비타민C 음료를 앞세워 인지도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오너 2세인 조창현 회장과 그의 아들인 조영조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을 이끌고 있다. 

금싸라기 주식

고려은단은 지난해 매출 68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800억원) 대비 14.2% 감소한 수치다. 제품 매출이 반 토막 난 가운데, 같은 기간 상품 매출마저 80억원가량 줄어든 게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

수익성에서도 뒷걸음질이 확연했다. 2020년 128억원이던 영업이익은 1년 새 40억원 가까이 감소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16.0%에서 13.1%로 내려앉았다. 2020년 61억원에 육박했던 광고선전비를 1/3 수준으로 축소시킨 데 힘입어, 영업이익 하락을 최소화한 게 위안거리다.

이 영향으로 판매비 및 관리비 내역의 30%가량을 차지했던 광고선전비의 비중은 11%대로 하락했다. 고려은단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광고선전비로 매년 46억~61억원을 집행한 바 있다.


다소 저조한 실적을 거둔 것과 별개로 주주환원 정책은 한층 적극적인 양상을 나타냈다. 고려은단은 2021회계년도에 보통주 1주당 4만2900원을 현금배당했다. 배당금 총액은 약 98억원(중간배당 17억원, 결산배당 81억원)이다.

배당 규모는 전년 대비 17.2% 확대됐다. 고려은단은 2020년 1주당 3만5500원을 현금배당한 바 있는데, 당시 배당금 총액은 81억원이었다.

넉넉하게 쌓인 이익잉여금은 고려은단이 주주친화적 배당정책을 내세울 수 있었던 근간으로 작용했다. 고려은단은 수십년에 걸쳐 순이익 행진을 거듭했고, 순이익은 착실하게 이익잉여금으로 전환됐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이익잉여금만 443억원이 쌓여 있는 상태다. 총자본(467억원)의 95.3%에 해당하는 규모다.

매우 탄탄한 재무구조 역시 통 큰 배당정책을 취할 수 있게 한 배경이다.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은 617억원. 이 가운데 부채는 152억원이고, 부채비율은 32.7%에 그친다. 또한 2019년 287억원이었던 총차입금은 2년 만에 70억원으로 급감했고, 차입금의존도는 41.2%에서 11.4%로 떨어졌다. 

내실이 한층 탄탄해지자, 배당 규모는 눈에 띄게 확대됐다. 실제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배당금 총액은 ▲2017년 19억4000만원 ▲2018년 5억9000만원 ▲2019년 38억원 등이다. 해당 기간 동안 주주들에게 지급된 배당금은 총 63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하면 2/3 수준에 불과하다.

지분 100% 보유…지배력·현금 일석이조
남은 것 없는 1년 농사…배보다 큰 배꼽

다만 순이익을 뛰어넘는 배당 규모는 다소 이례적이다. 고려은단의 지난해 배당금 총액(98억원)은 순이익(91억원)을 가뿐히 뛰어넘는다. 더욱이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161억원) 대비 43.0% 감소한 수치다. 실적에 따라 탄력적으로 배당 규모를 책정하는 통상적인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순이익이 줄어든 가운데 배당금 총액이 확대되자, 배당성향은 크게 요동쳤다. 2020년 50.15%였던 고려은단의 배당성향은 지난해 106.34%로 두 배 이상 치솟았다. 사실상 지난해 벌이들인 수익보다 많은 금액을 배당으로 지출한 셈이다.

고려은단의 주주친화적 배당정책 덕분에 오너 일가는 막대한 현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지난해 말 기준 고려은단의 최대주주는 지분 78.73%(17만9346주)를 보유한 조 회장이다. 나머지 21.27%는 조 사장이 쥐고 있다.

조 회장 일가가 회사 주식 전량을 보유했다는 건, 두 사람이 배당금 전액을 수령한다는 걸 의미한다. 배당금 총액 98억원 가운데 조 회장이 약 78억원, 조 사장은 약 20억원을 지급받는 구조다.


오너 일가에 귀속된 배당금은 향후 승계 재원으로 활용될 여지를 남긴다. 특히 아버지가 보유한 지분을 증여 혹은 상속받는 과정에서 현금을 써야 하는 조 사장에게는 고려은단이 지급한 배당금이 실탄이나 마찬가지다.

급격히 외형을 키우고 있는 고려은단헬스케어 역시 조 사장의 확실한 우군이다. 고려은단헬스케어는 2015년 10월 식품제조 및 판매업을 영위하고자 설립된 법인으로, 지난해 말 기준 최대주주는 지분 61.56%(12만3000주)를 보유한 조 사장이다. 

최근 고려은단헬스케어는 괄목할만한 실적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매출은 465억원으로, 전년(300억원) 대비 55%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4.2% 늘어난 121억원이고, 영업이익률은 무려 25.9%에 달했다.

고려은단헬스케어에 대한 고려은단의 측면 지원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고려은단헬스케어가 고려은단과의 거래를 통해 거둔 매출은 21억원으로, 전년(10억원) 대비 두 배 수준으로 커졌다. 또한 고려은단헬스케어는 2020년 해외법인과 함께 고려은단 소유인 안산공장을 약 131억원에 넘겨받기도 했다.

두둑한 주머니

고려은단헬스케어는 실적 상승세에 힘입어 2020년과 지난해에 9억9900만원씩 배당을 실시했다. 배당성향은 2020년 14.6%, 지난해 10.8%였고, 조 사장은 최근 2년간 배당금 명목으로 12억원을 지급받았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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