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습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이번에는 한국자산관리(캠코)가 진행한 공매에서 피해를 봤다는 사연입니다.
지난 3월 A씨는 음악연습실을 구하던 중 서울시 동대문구 신설동의 한 상가 지하실을 찾았다. A씨가 지하실을 방문해 내부를 확인해보려 했지만 박스가 쌓여있어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이의
A씨는 그래도 감정평가서 구분건물감정평가요항표 제7항 ‘공부와의 차이’란에 기재사항이 없고 제9항 ‘기타 참고사항’란에 특이사항이 없어 공매 매각 공고상에 기재된 내용을 신뢰하고 공매 포털 온비드를 통해 입찰에 참여해 낙찰받았다.
하지만 A씨는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A씨가 해당 건물 관리사무소 협조를 받아 내부 상태를 확인해 보니, 공고된 공부상의 전유부분 면적과 현상이 실제와 크게 다른 것을 파악했다. 감정평가서에 따르면 이용 상태도 소매점이지만, 물품 보관창고로 사용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공부상 전유부분 면적은 27.21㎡로 표기됐는데 낙찰 후에 실측해 보니, 실제 전유부분 면적은 15.80㎡로 실제 면적보다 부풀려 공고됐으며 현상도 변형된 상태였다.
결국 지난달 4일 A씨는 매각결정 취소 신청서를 제출했다.
신청서에는 “입찰자가 유의해야 할 사항이나 매각 후 인수되는 법적 부담에 관해서는 미리 고지해 입찰자가 피해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공부상 면적과 실제 면적이 크게 차이가 남에도 고지하지 않아 공매 공고를 신뢰하고 입찰에 참여했던 신청인이 곤란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됐다. 이는 잘못된 매각 공고에 터 잡은 것이므로 귀 공사에 매각결정의 취소를 신청한다”고 작성했다.
공고 27.21㎡ 기재…실제 15.80㎡
부풀려 호객? 현상도 변형 상태
A씨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공개매각 절차에 대한 ‘압류재산 매각업무 편람’ 중 120페이지 5줄에 매각결정의 취소 나항을 살펴보면 ‘매각결정 후 매수자 귀책이 아닌 여타의 사유가 있을 때 관서의 장과 협의해 매각결정을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국세징수법 제67조(공매공고의 방법과 공고) 2항을 보면 매각 공고 시 공매재산의 중요한 사항에 관해 기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공매공고는 공부상 면적보다 실제 면적이 현저히 작은데도 현황 기준의 원칙을 무시하고 공부상 면적으로 기재했으며 ‘공부상 면적보다 현황 면적이 현저히 작다’는 내용을 고지하지 않아 매각 물건 명세서 작성에 중대한 흠이 있는 명백한 매각 공고의 하자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A씨가 문제를 제기했지만 뜻대로 이뤄지지는 않았다. 캠코가 매각결정 취소를 불허한 것이다. 캠코는 회신을 통해 전기기계실과 건물 지하실에 있는 상자가 적재돼있으니 정확한 위치, 면적, 이용 상태 등은 별도로 재확인을 해야 한다고 공지했다.
캠코 측은 “감정평가서는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에 의거해 기재된 사항이다. 현장조사할 때 인근 탐문 및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자료 등을 참고해 적법하고 타당하게 감정평가가 이뤄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답변했다.
이어 “귀하(A씨)가 입찰 전에 동의한 입찰 참가 준수 규칙 제14조(공매 물건 표시기준) 및 제15조(하자 책임)에 의거해 ‘공부상 하자 및 행정상 규제에 대해는 전적으로 입찰자(매수자) 책임하에 현지답사 등으로 물건을 확인하고 공매에 참가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귀하가 제기한 민원은 국세징수법 및 압류재산 매각 취소 사유에 해당되지 않아 매각결정 취소가 불가하다”고 덧붙였다.
“명백한 하자에 해당”
매각결정 취소 불허
경매에 있어서 해당 부동산의 면적이 실제와 큰 차이로 공고되거나 부동산의 일부가 아예 누락된 경우 법원의 매각 절차상 하자로 인한 매각 허가에 대한 이의신청 사유에 해당된다고 규정돼있다.
2004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경매 절차상 매각물건명세서를 작성하는 취지는 매각 대상 부동산의 현황을 되도록 정확히 파악해 일반인에게 그 현황과 권리관계를 공시함으로써 매수 희망자가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방지하고자 함에 있다.
A씨는 “구분상가를 낙찰받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사항인 전유부분 면적이 실제 면적보다 크게 공고된 점은 ‘현황조사의 원칙’을 지키지 않은 감정평가상의 중대한 하자“라고 주장했다.
이어 “명백히 ‘매수자 귀책이 아닌 여타의 사유’에 해당되는 것이므로 신청인은 위 압류재산 매각업무 편람 및 국세징수법 제62조의 제2항 제1호, 국세징수법67조 2항에 관한 공고상 하자를 이유로 이 사건 매각결정에 관한 취소를 신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부
캠코 관계자는 “해당 재산의 공매는 공부와 현황에 대해 입찰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해당사항을 상세히 설명했다. 관련 제반사항은 매수인 책임하에 사전조사 후 입찰해야 하므로 국세징수법 제86조(매각결정의 취소)에 해당하는 매각결정 취소 사유로 볼 수 없어 매각결정 취소가 불가하다”고 말했다. 이어 “캠코는 국세징수법령에 의거해 압류재산 매각 대행 업무를 공정하게 처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