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잔혹사2>역대 연쇄살인마 ‘살인의 법칙’ 4인4색

2009.02.10 10:23:23 호수 0호

엽기적이고 잔혹하게… 그러나 죄의식은 ‘전무’

두 얼굴의 연쇄살인마 ‘강호순’ 등장에 나라가 떠들썩하다. 죄의식 없이 연쇄살인을 저지른 범인의 출연에 경악하는 동시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몇몇 인물들이 있다. 강호순보다 먼저 연쇄살인을 저질러 극형을 받은 흉악범들이다. 그 중 단연 1순위는 유영철. 잔혹한 살인마들이 검거될 때마다 그 이름이 회자될 만큼 유영철은 살인마의 대명사가 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지존파, 정남규, 온보현 등 중독된 듯 살인을 저질렀던 흉악범들의 행적도 재조명받고 있다. 살인동기와 방법, 시신유기, 범행장소, 피해자의 특징 등 각기 다른 범인들의 ‘살인의 법칙’을 분석했다.


흉흉한 시국에 찬물을 끼얹은 연쇄살인범의 출연 이후 충격과 공포는 쉽사리 가시지 않고 있다. 흉악한 살인마의 이미지와는 너무나 다른 선량하기 짝이 없는 강호순의 얼굴이 공개되면서 그 공포는 극에 달했다. 도대체 누굴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탄식이 흘러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갑자기 늘어난 살인마들
2년에 한번 꼴로 등장

이처럼 잊을 만하면 나타나 세상을 어지럽히는 두 얼굴의 연쇄살인마. 더욱 무서운 사실은 이들 살인마가 등장하는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것. 17명을 살해하고 1975년에 검거된 김대두, 1982년 총기난사로 주민 60여명을 살해한 우범곤, 가진 자들에 대한 막연한 증오심으로 5명을 살인한 지존파는 20여년에 걸쳐 등장했다.

이처럼 7년여에 한 번 꼴이었던 살인마의 등장이 급물살을 탄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다. 지존파 등장 이후 나타난 온보현을 필두로 막가파, 정두영, 유영철, 정남규, 정성현 등의 살인마가 2년에 한 번 꼴로 출연한 것.

강호순은 혜진, 예슬을 살해한 정성현이 검거되고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등장한 살인마로 흉악범이 등장하는 기간이 점차 짧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에게는 별다른 죄의식 없이 생면부지의 사람을 잔혹하게 살해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살인을 하게 된 동기와 방법, 주 범행 무대, 피해자들의 특징 등은 제각기 다르다. 이들 가운데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은 지존파, 유영철, 정남규 그리고 강호순의 범행방법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살인은 도대체 왜 했나>
지존파의 살인동기는 누구보다 뚜렷했다. 불우한 가정환경과 하층민이라는 콤플렉스로 사회에 불만이 많았던 7명의 청년들이 모여 1993년 결성된 지존파. 이들은 ‘돈 있는 자의 것을 빼앗고 그들을 죽인다’는 행동강령을 만들고 범행을 시작했다.

이처럼 이들의 살인 동기는 부유층에 대한 적개심이었다. 살인명단에 넣은 사람만 봐도 알 수 있다. 강남 현대백화점 주요 고객명단을 입수해 이들 가운데 살해할 사람을 선택한 것. 잡힌 뒤에도 ‘압구정동 야타족들, 돈 없다고 무시하는 사람들은 다 죽이고 싶었다’는 등의 발언을 해 가진 자에 대한 막연한 증오심이 이들의 범행을 불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유영철의 경우는 부유층에 대한 반감과 함께 여성에 대한 막연한 혐오감이 살인충동을 일으켰다. 가난에 찌들었던 어린 시절은 부자들에 대한 미움을 쌓이게 했고 부인의 일방적인 이혼통보와 애인에게 버림받은 기억 등은 여성에 대한 복수심을 키웠다.

그에게 희생당한 사람들을 봐도 범행동기는 뚜렷이 드러난다. 부유층과 출장마사지 여성 등이 주요 타깃이었던 것. 유영철은 검거된 후 “여성들이 함부로 몸을 놀리거나 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고 부유층들도 좀 각성했으면 합니다”라는 말로 자신의 범행을 합리화시키기도 했다.

2004년 2월부터 봉천동 세 자매 등 5명을 살해한 정남규 역시 특정인에 대한 원한이나 돈을 벌 욕심 등이 아닌 사회에 대한 막연한 불만과 자신에 대한 욕구불만이 범행동기였다. 특히 “부자를 죽일 때는 희열을 느꼈다”고 말할 정도로 부유층을 증오하기도 했다.

반면 강호순의 살인 동기는 자격지심이나 사회의 불만이 살인동기였던 여타 범인과는 확연히 달랐다. 강호순은 “네 번째 부인이 죽은 뒤 여성들만 보면 살인충동이 일어났다”며 범행을 저지른 이유를 설명했지만 그의 사생활과 용모, 피해자의 면면 등은 그가 전형적인 ‘서구형 사이코패스’ 범인임을 말해주고 있다.

살인행위 자체에서 느끼는 희열, 성적우월감과 과시욕구가 여성들의 살인을 불렀다는 것. 여기에 남다른 성적욕구와 잔인성이 더해져 참혹한 결과가 만들어졌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어떻게 죽였나>
지존파는 7명의 조직원으로 이뤄진 조직인 만큼 단독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이들보다 훨씬 계획적이었다. 이들은 두목 김기환의 어머니집을 아지트로 개조해 ‘살인공장’을 만드는 것으로 범행을 시작했다.

아지트를 만드는 데 드는 돈을 벌기 위해 대전의 건설현장에서 막노동을 하기도 했다. 또 다이너마이트, 공기총, 군용대검 등의 무기를 무기밀매상을 통해 구입했다. 범행에 쓸 목적이었다.

범행의 시작은 1993년 7월18일. 이날 범인들은 살인 예행연습을 실시한다며 귀가하던 최모양을 납치해 야산으로 끌고 간 뒤 차례로 강간하고 살해했다.


이후 1994년 9월13일에는 자신들의 타깃이었던 부유층을 살해하면서 목적달성을 하게 된다. 이날 집으로 오던 중소기업 사장 소씨 부부를 납치해 소씨에게서 현금 1억원을 강탈한 뒤 증거인멸을 위해 공기총으로 소씨를 살해하고 부인은 흉기로 찔러 잔인하게 살해했다.

유영철은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철저하게 범행을 계획해 살인을 저질렀다. 특히 그는 과감하게 범행을 하고 치밀하게 증거를 인멸해 흔적을 거의 남기지 않았다. 범행이 반복되면서 그 수법도 더욱 발전해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살인기술은 몰라보게 진화했다.

범행도구는 자신이 직접 만든 망치나 칼 등을 이용했다. 시중에 파는 도구를 이용했다면 구입경로 등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주로 둔기를 이용해 머리를 내리치는 방법으로 희생자들을 죽였다. 살해한 후에는 피해자의 신원을 알지 못하도록 살해한 여성의 지문을 흉기로 도려내거나 일부러 불을 지르는 등의 방법을 사용했다.

유영철을 롤 모델로 삼은 정남규 역시 매우 치밀한 방식으로 범행을 이어갔다.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속옷도 입지 않았고 쇠망치와 파이프렌치 등을 담은 신발주머니가 소지품의 전부였다.

초기에는 칼을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으나 둔기로 범행도구를 바꿨다. 연쇄적으로 범행을 하면서 생긴 일종의 노하우였던 셈이다. 범행 시에는 마스크와 안경을 써 철저히 위장을 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강호순도 여느 연쇄살인범과 마찬가지로 범행이 반복될수록 대담하고 침착하게 살인을 했다. 처음 그가 타깃으로 삼은 여성은 노래방도우미. 업소에 가면 쉽게 만날 수 있고 1대1 만남도 비교적 쉬웠던 탓이다.

그러나 몇 번의 범행 뒤엔 더욱 대담해져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삼았다. 완전범죄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나는 행동이다.

이렇게 자신과 단둘이 차 안에 있는 상황을 만든 강호순은 성폭행 후 스타킹이나 넥타이 등으로 목을 졸라 살해하는 단순한 방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다른 범인들이 시행착오를 거치며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터득해 살인법을 조금씩 바꾼 것과는 달리 일관된 방식을 고수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체 유기방법은>
살해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남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시신을 숨기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존파는 소각용 화덕까지 갖추고 일부 시신을 소각했다. 또 일부 시신은 야산에 암매장하는 방식으로 유기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완전한 은폐를 위해 인육을 먹었다는 것. 이는 지금도 지존파 사건이 조명될 때마다 빠지지 않는 화제 거리이기도 하다.


유영철도 사체 처리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체를 토막 내 암매장하는 방식으로 시신을 유기했다. 자신의 집 안에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시신 절단 작업을 했다는 사실은 그의 잔인성을 보여줬다. 또 인육을 먹거나 토막 낸 사체를 물에 씻는 등의 엽기행각도 서슴지 않았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정남규는 주로 방화를 저질러 시신을 유기했다. 이는 시체와 함께 증거까지도 인멸할 수 있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식이 되기도 했다.

강호순은 시신유기방법도 7차례의 살인이 모두 같았다. 살해한 여성들의 옷을 벗기는 것으로 작업은 시작됐다. 성폭행 과정에서 여성의 옷에 묻어 있을지 모를 정액이나 혈흔 등을 남기지 않으려는 행동이었다.

벗겨낸 옷은 모두 불태웠고 시신은 야산이나 논두렁 등 인적이 드문 곳에 암매장했다. 시체를 처리하는 방식도 점차 가혹해져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 희생자들은 가위로 손톱을 잘라내기도 했다.

<살인마들의 어록>
연쇄살인범들은 자신들이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는 의식조차 없을 정도로 뻔뻔스러운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언론이나 수사기관 등에 충격적인 언행을 해 보는 이들을 경악케 했다. 범죄만큼이나 잔혹한 이들의 어록을 모았다.

지존파는 “백번 죽어도 좋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돈 많은 사람들을 더 죽이고 싶다” “난 인간이 아니야, 그래서 다 잡아 죽이려고. 우리 엄마요? 내 손으로 못 죽여서 한이 맺힙니다” “우리는 인간이기를 포기했다. 그래서 인육고기도 먹었다” 등의 어록을 남겼다.

유영철의 경우 “여성들이 함부로 몸을 놀리거나 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고 부유층들도 좀 각성했으면 한다” “강제로 나를 끌어내 형식적 재판을 진행하는 재판부와 검찰이 한심하다” “판사님은 저의 죄를 벌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잡히지 않았다면 100명을 더 죽였을 것” 등이 어록으로 꼽힌다.

정남규는 “직장도 없고 결혼도 못해 부자만 보면 죽이고 싶었다” “담배를 피우고 싶은 것처럼 사람을 죽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살해한 뒤 죽은 사람을 보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환희를 느꼈다” “타오르는 불을 보면 황홀했다” “유영철을 만나 같이 한 건 하고 싶었다” “왜 국가가 사형 집행을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빨리 사형해 달라” 등의 말을 했다.

강호순의 경우 “내가 저지른 범행을 책으로 출판해 아이들이 인세라도 받도록 하고 싶다” “한번 놔줘 봐요. 다음엔 안 잡힙니다” “사람을 죽이고 나서 바로 애인을 만날 수 있지 않냐” “나는 사이코패스다” 등의 어록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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