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의 전쟁’ 나선 조폭 활약기 <현장추적>

2009.01.20 09:41:35 호수 0호

‘폭력과 협박’ 밑천으로 사채시장 ‘주물럭’

사채시장에 조직폭력배(이하 조폭)들의 입김이 거세다. 이들이 폭력과 협박을 무기로 사채업자들과 결탁해 채무자들의 돈을 받아내는 일등공신 역할을 하는 것은 오래전의 일. 그러던 이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예 대부업체를 차려 쏠쏠한 돈맛을 보는 조폭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것. 돈에 쫓기는 서민들로 사채 사무실의 문지방이 닳을 지경인 지금의 불황은 이들에게 연일 대목의 즐거움을 안겨주고 있다. 이에 사채시장은 짭짤한 현금 냄새를 맡고 뛰어든 조폭들로 인해 더욱 무서운 늪으로 변했다. 고리의 이자를 갚지 못해 폭행과 감금, 심지어 성폭행까지 당하는 채무자들이 속출하는 것이 이 현상의 한 단면이다. 조폭들의 ‘사채시장 활약기’를 뒤쫓았다.


한때 ‘미수금 받아드립니다’란 플래카드를 내걸고 사채업자들의 심부름꾼 역할을 하던 조폭들. 이들이 사채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이유는 하나다. 수많은 현금이 오고간다는 매력이 그것이다.
이들 조폭은 무엇보다 훌륭한(?) 사채업자가 될 수 있는 주특기를 가졌다. 바로 ‘폭력과 협박’이다. 성공한 조폭으로 폼 나게 살기 위해 갈고 닦았던 이 무기는 사채시장에서 유독 그 빛을 발하고 있다.
한 조폭 전문가는 “자신들이 가진 힘 하나로 얻을 수 있는 돈이 지천으로 깔려있는데 왜 망설이겠습니까. 옛날 조폭이라면 먹고 죽을 돈도 없어 사채시장에 기웃거리는 서민들을 빨아먹는 짓은 안 하겠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으니까요”라고 말했다.



많은 조폭들이 사채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다는 것은 조폭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통해서도 나타났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전국 교도소 6곳에 수감된 폭력조직원 109명에 대해 ‘폭력조직원의 자금원과 생활상’이란 설문조사를 한 결과 사채업으로 돈을 번다고 답한 조직원이 41.3% 에 달했다.
차마 생목숨을 끊을 수 없어 위험을 무릅쓰고 사채를 빌려 쓰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지금은 더 많은 조폭들을 사채시장으로 불러들이고 있는 추세다.
조폭들이 사채놀이의 달콤한 맛을 알게 된 것도 지금과 같은 불황기였다. 12년 전 IMF 위기는 조폭에게 자본축적을 할 수 있는 호기를 제공했다.
현금유동성이 부족했던 IMF 시기에 오히려 조폭들은 고리 대부업으로 큰돈을 벌었고 이때 축적한 자본으로 건축, 부동산, 용역 등의 사업을 벌여 더 큰 자금을 끌어 모았다. 이는 폭력조직이 돈을 벌고 세력을 키우는 전통적인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조폭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조폭들이 돈 버는 방식 1단계는 유흥업소 업주 등을 상대로 보호비 명목의 푼돈을 뜯어내는 것이다. 2단계는 모인 돈으로 마약밀매, 도박, 성매매 등 불법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을 벌이는 것이다. 고리대금업도 이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건설업, 부동산업 등의 합법적인 영역에 투자해 ‘사업가’란 타이틀을 얻어 겉 보기엔 떳떳한 돈벌이를 하는 것이 과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현재 사채업을 하고 있는 조폭들은 2단계 과정에 들어선 주인공들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떼인 돈 받아 드립니다’라며 푼돈을 벌어 쓰는 초짜 조폭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사채업과 관련된 폭력조직은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돈 많은 사채업자와 손잡고 동업자의 관계로 돈을 버는 이들이다. 이들 조폭은 이른바 ‘해결사’ 노릇으로 사채업자의 든든한 파트너가 돼 주고 있다.
지난해 채무자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잡힌 폭력조직 부천 ‘식구파’도 이런 방식으로 돈을 벌어 온 조직 중 하나다. 이들과 결탁해 불법 사채업을 한 사람은 부천 일대에서는 악명이 높았던 남모씨. 300억원가량의 자금을 굴릴 정도로 자산가였던 남씨는 200여 명으로부터 불법채권 수신을 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2006년 식구파와 인연을 맺은 남씨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사채업을 시작해 악랄한 수법으로 돈을 벌어들였다. 고리의 이자를 매겨 돈을 빌려준 뒤 갚지 못하는 채무자에게는 식구파를 보내 폭행과 감금 등의 행위로 돈을 받아오게 한 것. 그 대가로 식구파는 남씨에게 조직 자금을 대준 것으로 드러났다.

사채업으로 돈 버는 조폭 늘어 사채시장 갈수록 ‘험악’
돈 안 갚는 채무자 폭행, 감금, 협박해 고리이자 받아내
사채업자에 기생해 조직자금 얻거나 직접 대부업 경영해 돈벌이
허술한 대부업 관련 정책과 법규로 조폭의 사채시장 진입 쉬워

이들은 채무자에게 돈을 받기 위해서라면 폭행과 폭언, 감금까지 서슴지 않았다. 남씨에게 3억원을 빌렸던 한 채무자는 불어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돈을 갚지 못했고 2006년 4월 10여 시간 동안 사무실에 감금당한 채 폭행과 협박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는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구두를 들고 맨발로 새벽에 겨우 도망쳤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결국 이들은 경찰에게 덜미를 잡혔다. 경기도 부천 남부경찰서는 지난달 채무자를 폭행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로 식구파 조직원 1명과 남씨 등을 구속하고 조직원 14명을 불구속입건했다.
그런가하면 지난해 11월에는 전국 90개 폭력조직 320명과 연락체계를 갖춘 사채업자가 덜미를 잡혀 조폭과 사채업자 간의 긴밀한 유착관계를 보여줬다.
조폭을 등에 업고 각종 악행을 벌인 사채업자는 원모(36)씨. 그는 2005년 강남에 대부업체 사무실을 차려놓고 60~120%의 고리로 335차례에 걸쳐 107억원을 빌려줬다. 그리고 상환능력이 없는 채무자들에게 조폭들과의 친분을 무기로 협박과 폭행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원씨에게 피해를 당한 이들 중 한 명인 A씨는 2006년 벤츠, 페라리 등의 외제 승용차를 담보로 맡기고 월 10∼15% 이자로 3억원을 빌렸다. 그러나 A씨가 6억원으로 불어난 빚을 갚은 후에도 원씨는 담보로 맡긴 차를 돌려주지 않았다. 이미 중고차시장에 처분한 뒤였기 때문이다. 차를 돌려달라는 A씨의 요구에 돌아온 것은 원씨의 무자비한 폭행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원씨는 조폭과의 친분을 무기로 채무자들에게 돈을 벌어들였다. 검찰 조사 결과 실제로 원씨는 부산칠성파, 목포새마을파, 서방파 등의 폭력조직과 친분이 있었고 구속된 조직원들에게 영치금을 입금해 주는 등의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서울중앙지검 마약ㆍ조직범죄수사부는 채무자들을 협박ㆍ폭행한 혐의(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원씨를 구속기소했다.
조폭들이 사채업으로 돈을 버는 또 하나의 방식은 직접 대부업체를 차리는 것이다. 사채업자에게 기생해 해결사 역할로 돈을 받던 조폭들은 더 큰 수익을 얻기 위해 대부업체를 꾸려나가기 시작했다.
2006년에는 신촌 일대 유흥가를 장악한 뒤 사채업에 손을 뻗쳐 백억원대 자금을 운영한 기업형 조폭이 적발됐다. 이들은 유흥업소 갈취, 보험사기 등으로 벌어들인 30억원의 돈으로 명동 사채시장에 진출해 100억원의 자금을 주무르는 기업형 조직으로 발전했다.
지난달에는 불법 대부업체를 차려 500%가 넘는 고리이자를 받아 챙긴 폭력 조직이 적발됐다. 광주지방 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광주 모 조직폭력배 행동대장 김모(47)씨와 조폭 두목 전모(51)씨 등 3명을 대부업법 위반혐의로 붙잡았다.
이들은 2006년 6월 대부업체를 차렸다. 단속에 걸릴 것을 대비해 친구의 명의를 빌려 XX개발이란 상호로 등록을 한 뒤 사채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약 3년 동안 100여 명에게 돈을 빌려주고 최고 542%의 고리이자를 받아 수익을 챙겼다.
사채업자로 둔갑한 조폭의 존재는 경찰청의 단속으로도 나타났다.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지 경찰청이 ‘민생침해 조직폭력배 집중 단속’을 벌여 적발한 조폭 가운데 34.8%가 불법 대부업을 운영한 것으로 드러난 것.
이처럼 조폭들이 사채시장에 뛰어들면서 ‘신체포기 각서’ 등으로 살벌한 사채시장은 더욱 험악하고 위험하게 변했다. 빌린 돈을 갚지 않았다가는 깍두기 머리를 한 건장한 체격의 조폭들로부터 폭행과 협박을 당하는 것이 사채시장의 일상적인 풍경이 된지도 오래다.
전문가들은 폭력배들도 별다른 문제없이 사채업에 종사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대부업체를 등록하는 데 필요한 자격조건 등이 허술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현행 대부업 법에 따르면 미성년자, 금치산자, 한정치산자, 실형선고 후 5년이 경과되지 않은 자, 집행유예나 선고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 벌금형의 선고를 받고 2년이 경과되지 않은 자를 제외하면 누구나 대부업자로 등록할 수 있게 되어있다.
이렇다보니 조직폭력배와 같이 채무자에게 불법행위를 가할 소지가 많은 이들도 결격사유만 없다면 아무 문제없이 사채업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대부업을 등록할 때 폭력단체 등은 등록거부를 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만 우리의 경우는 이런 규정도 없어 대부업자가 되는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 현실이다.

또 하나는 대부업자들을 관리 감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경실련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대부업체 관리감독 실태 조사’란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대부업법상 대부업체로 등록하기 위해 작성하는 신청서의 내용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이는 일정한 사무실을 차리지 않고 임시 거주지의 주소와 대포폰 등으로도 대부업체로 등록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행정적으로 관리 감독하는데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런 허점을 이용해 모텔 등에 거주하면서 불법 대부업을 운영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고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검사를 위해 현장점검을 나갔다가 사업장이 모텔인 것을 확인하고 대부업자조차 만나지 못하는 등 관리감독에 애를 먹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이처럼 대부업과 관련된 법과 제도가 허술한 것이 조폭사채업자를 만드는 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한 조폭 담당자는 “불황의 여파로 갈수록 사채피해자들이 늘어나고 있어 문제”라며 “그 가운데는 남몰래 배를 불리며 회심의 미소를 띠는 조폭들에게 당한 사례가 많아 이 같은 피해방지책을 시급히 마련, 구제에 나서야 한다”고 꼬집었다.


‘부산 양대 라이벌 조폭’ 줄줄이 쇠고랑 찬 사연
부산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는 지난 13일 부산 서면과 부전동 일대 술집 업주들로부터 돈을 빼앗고 청부폭력을 행사한 ‘통합 서면파’와 ‘부전동파’ 조직원 33명을 범죄단체 구성 등 혐의로 구속하고 달아난 폭력배 95명을 같은 혐의로 수배했다.
통합 서면파는 10여년간 보호비와 술값 등 명목으로 술집 업주들로부터 3억여원을 빼앗고 검찰 조사에서 불리한 증언을 한 참고인을 흉기로 찔러 중상을 입히는 등 7차례에 걸쳐 보복 폭행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부전동파 역시 10여 년간 상인들에게 2000여만원을 갈취하고 채권 회수를 의뢰받아 6차례에 걸쳐 청부 폭력을 저지른 혐의다.
이들 폭력배는 유흥업소를 직접 운영하거나 면세유를 불법 유통하고 술집 업주로부터 보호비 등을 뜯어내 조직 운영자금을 충당했으며 모텔이나 오피스텔에 집단으로 거주하며 결속을 다져왔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들은 또 행동강령을 마련해 조직을 탈퇴한 동료를 야구방망이로 때리고 감금하는 등의 보복행위를 하고 다른 폭력조직들과의 마찰로 상인들이 피해를 입는 등 각종 악행을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150일간 장애여성 납치 성폭행한 30대男<행각>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채팅으로 만난 지적장애인 여성을 납치해 150여 일 동안 자신의 차에 태워 데리고 다니며 돈을 뜯고 성폭행 행각을 벌인 30대 남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영도경찰서는 장애인 여성을 상대로 납치와 성폭행, 갈취 등을 일삼은 혐의로 정모(37)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해 8월 인터넷 채팅을 통해 정신지체 장애와 파킨슨씨병을 앓고 있는 김모(43·여)씨를 만나 경남 마산의 노래방과 모텔로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김씨를 납치해 약 140일 동안 경남 마산과 울산, 강원도 일대를 돌아다니며 그녀의 이혼한 남편이 치료비로 송금한 돈과 기초생활수급자 지원금 등 약 5000만원을 뜯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김씨에게 “돈을 주지 않으면 성폭행 사실을 알리고 가족을 해치겠다”고 협박했다. 김씨는 10여 년간 파킨슨씨병으로 투병해 왔으며 병원비가 가족에게 부담이 되자 이혼한 뒤 혼자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남편은 이혼한 뒤에도 치료비를 보내왔으며 휴대전화를 통해 아내와 연락을 계속해 왔으나 김씨는 정씨의 협박으로 남편에게 납치사실을 알리지 못했다.
경찰은 “아내가 나를 피하려 하고 같이 있는 사람이 자꾸 때린다고 말하는 걸 보니 납치된 것 같다”는 남편 김씨의 신고를 받고 영도의 한 병원에서 정씨를 검거했다. 경찰조사결과 정씨는 2002년에도 장애인 강간혐의로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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