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아내와 두 아들을 살해해달라는 의뢰를 한 대학 연구원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연구원은 연구 활동과 가정에 심한 중압감을 느꼈고 “가족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러다 생각한 것을 실천에 옮기겠다는 위험한 발상을 했고 심부름을 해준다는 인터넷사이트를 찾아 몹쓸 부탁을 한 것. 불행 중 다행으로 그가 살인을 청부한 사람은 돈만 받고 연락을 끊는 사기꾼이었고 가족살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뒤늦게 경찰에 와 후회의 눈물을 흘린 연구원은 가족에게 크나큰 상처를 주고 법의 심판을 받는 처지에 놓였다.
“가족 없이 나 혼자였으면 좋겠다” 식솔들을 거느린 가장이라면 한번쯤은 해보는 생각일 것이다. 그런데 이 생각을 실천에 옮기려던 대학 연구원이 덜미를 잡혀 충격을 주고 있다.
일과 가정에 대한 극심한 중압감에 시달리다 해선 안 될 짓을 한 장본인은 A(34)씨다. 엘리트 코스만 밟아온 A씨의 직업은 지방의 모 명문 대학의 이공계 연구원. 겉으로 보기엔 그럴 듯해 보이지만 그는 8년 만에 박사학위를 받은 늦깎이 연구원이었다. 지난해 초부터는 같은 대학에서 연구원 겸 시간강사로 일해 왔다.
다른 이들보다 늦게 박사학위를 딴 탓에 시작이 늦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늘 조급했던 A씨는 주말에만 집에 가고 평소에는 연구실에서 먹고 자며 연구에만 몰두해 왔다. 그러나 교수가 될 가능성은 낮아 그에 대해 고민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그는 평소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왔다. 여기에 2000년 말 결혼한 아내(36)와 2살과 6살배기 두 아이들은 힘이 돼주는 가족보다는 자신을 더욱 짓누르는 대상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안겨주는 이들이었다. 그는 지난 1년간 단 한 번도 가족을 만나지 않고 연구실에만 칩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게 직장과 가정 모두에게 압박을 받던 그는 어느 날부턴가 ‘책임져야 할 가족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위험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날이 갈수록 이 마음은 더욱 깊어졌고 그는 본격적으로 가족들을 사라지게 할 방법을 강구했다. 그러다 각종 심부름을 해주는 인터넷 카페가 있다는 걸 알게 된 A씨는 지난 8월, 한 심부름센터 카페에 접속했다.
그리고 운영자 B씨(29·무직)에게 자신의 부인과 두 아들을 교통사고로 위장해 살해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이에 B씨는 A씨에게 ‘착수금 1백50만원을 보내라’고 요구했고 이에 A씨는 급히 돈을 송금했다.
이후에도 B씨는 ‘범행을 착수하기 위해 주민등록증을 위조해야 한다’며 70여만원을 추가로 요구했다. A씨는 또 돈을 송금했고 가족들이 눈앞에서 사라질 날만을 기다렸다.그러나 애초부터 B씨는 살인청부를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의뢰를 해오는 사람들을 상대로 사기를 쳐 돈만 뜯어내려 했을 뿐 청부살인을 할 목적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B씨는 돈을 받은 후 범행을 시도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행 중 다행으로 A씨의 아내와 아들들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만 살을 맞대고 살았던 남편으로부터 당한 배신의 상처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A씨의 아내는 경찰조사에서 “연구원과 시간강사 일을 하며 월 수입이 3백만원 이상은 됐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큰 문제는 없었고 가족관계도 원만했다”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부모는 “아들이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은 없지만 평소 우울증 증세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순간의 실수로 가족을 떠나보낼 뻔한 A씨는 경찰조사에서 뒤늦은 후회를 했다. 그는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데 8년이나 걸렸고 후배들까지 교수가 된 상황에서 가족들을 보기가 미안했다”며 “잠시 정신이 나가 살인청부요청을 했지만 사기꾼에게 걸려 가족들이 피해를 입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라고 진술했다.
사건을 맡은 경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A씨가 반듯한 직장을 갖지 못한 것을 비관하다 가족들이 짐이 된다는 생각에 범행을 의뢰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경찰은 인터넷 심부름센터를 대상으로 불법 사채 등에 대한 검색 단속 작업을 벌이던 중 심상치 않은 내용의 이메일을 발견하고 추적 끝에 A씨와 B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A씨와 B씨가 주고받은 이메일 10여 통을 증거로 확보해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으며, A씨가 살인청부를 하게 된 다른 동기가 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다시 한 번 살인청부 카페 등 심부름을 해주는 인터넷 카페들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A씨의 경우처럼 사기를 칠 목적으로 카페를 만들고 회원들을 유인해 돈을 떼먹는 사람들도 있지만 실제로 요청한 심부름을 수행해주는 카페도 적지 않다.
그중 하나는 흥신소카페. 과거엔 바람난 남편의 뒤를 조사해달라는 등의 요청이 흥신소 사무소에서 이뤄졌다면 지금은 클릭 몇 번과 이메일 발송, 송금만 하면 간단하게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실제로 포털사이트에서 흥신소를 검색해 보면 어렵지 않게 각종 심부름을 대행해주는 업체들을 찾을 수 있다. 이들은 이메일 해킹 프로그램 등을 돌려 의뢰인이 뒤를 캐내줄 것을 부탁한 이들의 이메일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등의 심부름을 해주고 있다.지난 10월에는 사이버 흥신소를 차려놓고 각종 심부름을 해줘 2년간 5억4천여만원의 수익을 챙긴 일당이 검거되기도 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 3일 경찰은 A씨를 살인예비 혐의로, B씨를 사기혐의로 구속했다.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평생 가슴을 칠 실수를 한 연구원의 사건에 많은 이들이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말다툼하다 남편 살해한 40대
순간적으로 격분 흉기로 살해
경기도 파주경찰서는 지난 6일 말다툼 끝에 남편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김모(40·여)씨를 붙잡았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5일 오후 8시40분경 파주시내 자신의 집에서 남편(50)과 말다툼을 하다 집에 있던 흉기로 남편을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경찰에서 “남편이 부부싸움 도중 때리려고 해 순간적으로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김씨는 범행 직후 경찰에 직접 전화해 자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