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연초 귀국설이 힘을 받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의 귀국과 복귀를 놓고 당내 최대계파인 친이계 의원들은 모임을 갖는 등 세규합에 본격 나섰다. 정치권 일각에선 그의 복귀가 기정사실화될 경우 향후 친박계의 움직임과 한나라당과 여권 권력 구도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여부에 관심을 가지며 손익계산에 한창인 분위기다.
여권 재개편설과 맞물려 미국에 체류중인 한나라당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귀국과 여권 내 핵심 역할론이 점점 힘을 받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의 귀국 시점과 관련해선 현재 세 가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강의가 12월에 끝나는 만큼 강의 종료와 동시에 귀국할 것이란 12월 귀국설이 그것이다.
미국으로 출발할 당시 동료 의원들이 ‘세계일주 항공권’을 마련해준 만큼 바로 귀국하기보다는 유럽 또는 아프리카 등으로 여행을 한 후 마무리 시점인 내년 1월14일 귀국하지 않겠느냐는 ‘1월 귀국설’과 여권 개편 과정에서의 잡음을 피하기 위해 미국 비자 만료시점인 5월말 직전 귀국설도 들린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1월 귀국설이 대세가 되는 추세다.
8개월 해외생활 청산 국내에 복귀할까?
이 전 최고위원은 귀국 시점을 고민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자신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 전 최고위원측은 귀국한다면 100% 본인 결단에 따른 것이라며 섣부른 예상에 대한 경계감을 표시했다. 만일 1월에 귀국한다면 지난 5월말 도미해 워싱턴에 머무른 지 8개월여의 해외 생활을 청산하고 국내에 복귀하게 되는 셈이다.
그는 미국의 추수감사절 연휴가 시작되는 오는 11월21일부터 세계일주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대략 2주간 예정으로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 콜롬비아의 보고타 등 남미 일대를 돌아볼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에서 한국현대정치를 강의하고 있는 그는 12월초 워싱턴으로 복귀, 남은 강의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미 약속이 잡힌 초청 강의 일정상 12월 중순이면 강의를 끝낼 것으로 정치권에선 보고 있다. 강의일정을 모두 마치면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등을 거쳐 한 달 가까이 아프리카 등지를 탐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재개편설과 맞물려 이재오 여권 핵심역할론 부활조짐
12월 조기귀국설·1월 복귀설·5월말 직전 귀국설 관측 난무
한나라당 내에서도 여권 및 친이명박계의 구심점 역할 차원에서 귀국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연말 정기국회가 끝나고 나면 정권이 새 출발의 각오를 다지고 대통령도 승부수를 던지지 않겠느냐. 국정 과제의 원활한 수행 등을 위해 이 전 최고위원이 일익을 담당해야 된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 전 의원의 한 측근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과 이 전 최고위원이 서로 안부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복귀와 관련한 얘기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전 최고위원의 귀국 명분과 관련해 친이재오계 측근 인사들은 “현재 여권이 구심점 없이 이명박 대통령을 확실하게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이 대통령을 대신해 계파를 관리하면서 때론 총대를 메고 전장에 나설 구심점없이 좌충우돌했던 것이 사실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이 대통령 직계라고 꼽히는 의원들조차 종합부동산세 논란에서 청와대 의중을 간파하지 못하는 모습을 노출했고 소위 이명박계는 결집력이 세분화돼 일부 의원이 박근혜계를 기웃거린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현재 박희태 대표와 홍준표 원내대표 이상득 의원 등이 당내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지만 다소 미흡하다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이 전 최고위원의 한 측근인사는 “이상득 의원은 강력한 위상은 있지만 대통령 친형이란 특수한 지위 때문에 제대로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와 관련 “정치인이 정치를 안 하고 어떻게 하느냐.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고 복귀가 당연하다고 말한 바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여권 내 지리멸렬한 분위기도 있고, 이(재오) 선배가 돌아와서 여권의 한 축이 되는 것도 쇄신의 방법이다. 당연히 유학에서 돌아오면 정치활동을 할 분이고, 그걸 두고 왈가왈부하고 돌아와서는 안 된다고 얘기하는 것도 우습다”며 복귀를 기정사실화 했다.
친 이재오계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10월25일 저녁에는 공성진 최고위원의 소집으로 친 이재오계가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비밀회동을 가졌다.
이 모임은 이재오계가 수시로 정국상황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로 진수희, 김용태, 권택기 의원을 비롯해 차명진 대변인, 현경병 의원, 대표 비서실장인 김효재 의원 등 11인이 참석했고 이 전 의원의 귀국에 따른 정국 현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전 최고 귀국 명분은 친박계 뛰어넘기?
이같은 분위기가 전해지면서 한나라당과 정치권 안팎에선 귀국 후 지각변동에 대한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그중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은 이 전 최고위원이 귀국하게 되면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을 받쳐줄 리더십 부재로 힘들어 했던 현 여권도 그를 중심으로 각종 개혁 드라이브에 박차를 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명실상부한 ‘정권 2인자’로 불려온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는 박근혜 전 대표의 보이지 않는 강력한 영향력을 크게 감소시키는 등 향후 여권 구도에도 거대한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그동안 여권 내에선 이 대통령의 개혁 작업을 선봉에서 진두지휘할 사령탑이 없다는 얘기가 끊임없이 나도는 등 이 전 최고의 귀국을 바라는 듯한 움직임이 물밑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다.
한나라당 내에선 한나라당 현 지도부가 중대 사안마다 청와대와의 소통에서 일정 한계를 드러낸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 왔다. 때문인지 복심인 이 전 최고위원이 여권 권력구조에 새로운 변화를 몰고 오고 야당의 공세를 더욱 강력하게 차단시켜 정국을 정면 돌파하는 중심축 역할을 맡겨야 한다는 공감대가 상당히 폭넓게 형성되는 추세다.
이 대통령의 고심을 해결해줄 사람은 역시 그밖에 없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 전 최고는 지난 3월 총선 직전 민심을 감안, 이른바 ‘55인 항명 파동’을 주도하며 대통령 친형의 공천 불출마를 촉구하는 등 실력자로서의 파워 행보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대운하 전도사’ 귀국하면 대운하 사업 재개되나
대운하 사업 재개 여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대운하 전도사를 자임하는 이 전 최고위원이 귀국해 활동을 본격 재개하면 대운하 사업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이다.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친이재오계로 지목받고 있는 한나라당 권택기 의원(국회 정무위원회)은 지난 10월23일 국무총리실 국정감사에서 한반도 대운하 재검토를 촉구했다.
권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조중표 국무총리실장에 대한 질의를 통해 이 대통령의 대표 공약임에도 확인되지 않은 여론에 떠밀려 정부가 소홀히 다뤄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듯 “국민을 합리적으로 설득시켜 본 적이 있느냐. 한반도 대운하를 처음에 구상했던 사람은 매국노냐”며 대운하 사업에 대한 정부 관련 부처의 미지근한 태도를 질타했다.
그는 또 “정부에서 (대운하) 사업을 두고 연구 용역을 준 적이 있나. 제대로 된 공청회나 토론회를 정부에서 주관해 본 적이 있나. 내가 알기로는 없다. 무슨 근거로 국민이 반대한다는 거냐”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가 제대로 한반도 대운하 연구도 안하고 국민 설득도 안 했으면서 국민이 반대한다고 정책 환경이 바뀌었다고 하면 되느냐. 정부가 대통령 공약을 그렇게 헌신짝처럼 버리는데 국민들이 정부에 대한 신뢰를 왜 헌신짝처럼 못 버리겠느냐. 이처럼 일관성이 없어 이명박 정부가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내년 국회의원 정무장관설, 보궐선거 출마설 등 다양한 역할론도 들린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이기 때문에 정무장관이 가장 적격이라는 것이 당내 전체 의견으로 모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원외 인사이기 때문에 당내 내각 입각도 가능하지만 입각할 경우 당내 구심점 역할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무장관이 가장 적임이라는 것.
당의 한 핵심인사는 “박근혜 전 대표 진영과 균형을 맞추고, 흩어진 친이계를 수습하기 위해 당내 역할을 맞는 게 합당하다고 본다. 당청간 원활한 소통과 친이계를 일사분란하게 이끌기 위해선 정무장관에 기용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 정치전문가도 이 전 의원의 정무장관 기용에 무게를 뒀다. 또 다른 당 핵심인사는 “당과 청와대가 완전히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당이 친이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로 뭉치고 하나로 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모든 것이 하나가 되어야 이명박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가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내 일각에선 대운하 전도사인 만큼 연계되는 지식경제부 장관 취임도 거론되고 있다. 결국 이 전 최고위원 자신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당내 일각에선 이 전 최고위원과 박근혜 전 대표 간 대립구도 경계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의 귀국과 복귀를 놓고 박근혜계는 경계심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최고의 귀국은 대치전선의 부활 가능성을 의미한다는 시각에 따른 것이란 이유에서다.
박근혜계 한 인사는 “이 전 최고위원이 구심점 역할을 한다는 말 자체가 우리와는 전선을 긋겠다는 의미로 들린다”며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반면 이같은 박근혜계 반발 움직임에 이 전 최고위원 일각에선 박 전 대표를 끌어안을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범주류측 한 의원은 “박 전 대표측 좌장인 김무성 의원을 당내 주요직에 영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 정치전문가는 이에 대해 “이 전 최고위원의 귀국이 여권을 추스르는 계기가 되어야 하지 친이 친박 간 분열과 충돌을 부르는 단초가 돼서는 안된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우려감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