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토끼 쫓는’ 박근혜 정중동 행보

2008.11.04 12:17:24 호수 0호

내공 쌓고... 계파 개편하고... 대박 터트린다

박근혜 전 대표가 연일 조용한 행보를 취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친이계 인사들과도 맞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박 전 대표의 또 다른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투사가 아닌 관망자로 변모했다는 이유에서다.
한때 대북 특사설, 총리설 등이 나돌았던 박 전 대표는 당내 불협화음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명분으로 관망자 기조로 돌아섰다.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속내 감춘 박근혜
물론 계기는 당내 화합이었다. 하지만 사실 친박계 인사의 ‘내부 단결’을 통해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행보일 수도 있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특히 지난 10·29 재보선 선거 유세를 하지 않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반응이다.



실제 박 전 대표는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창전동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여의포럼’의 만찬에 참석하는 등 박근혜계 인사들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표가 친박계 인사들을 결속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경제 위기론 등으로 이 대통령이 허우적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공식적인 자리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한나라당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친박 결속력을 다지면서 박 전 대표가 대권 플랜도 가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 플랜의 일환박계 좌장을 다수로 나누는 ‘친박계 세력재편’ 구상이 바로 그것이다.

친박계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계파정치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사실상 계파정치를 할 수밖에 없다”며 “이 대통령과 친이계가 당을 독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력재편을 통해 다방면에 걸쳐 당에 큰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한나라당 내부에선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를 정치 파트너로서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이 대선 때부터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게다가 이 대통령이 친이계 인사들을 공기업 등에 낙하산으로 투하해 ‘독식’하는 과정에서 친박계 인사들이 배제됐다. 따라서 이 대통령을 굳이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박 전 대표도 승부수를 띄울 수밖에 없다. 정치권 안팎에선 박 전 대표가 자신을 대변할 수 있는 권력 2인자를 배출해 친박계 결속력을 다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신 단서조항이 붙는다. 한명이 아닌 여러 명을 두겠다는 것. 호랑이를 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 중심에는 친박계 대표적인 인사인 김무성·유정복 의원을 비롯해 초선인 이정현·구상찬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방면에 걸쳐 당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복안이다. 이는 박 전 대표가 조용한 행보를 통해 당내 기반을 확실히 다지고 대권 플랜을 가동시키기 위한 ‘전초전’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게 일각의 반응이다.

그러나 변수도 있다. 이재오 전 의원의 귀국설이 바로 그것이다. 이 전 의원이 귀국할 경우 이명박 정부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재오계 측근 인사인 진수희 의원은 지난달 29일 한 라디오 프로에 출연해 “(이 전 의원은) 지금 시점에서 본인 거취가 이슈가 되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라면서 “(복귀 시점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전 의원이 귀국할 경우 박 전 대표와의 전쟁은 불가피하다. 박 전 대표를 견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정무장관 등에 이 전 대표가 기용될 것”이라는 말들이 회자되고 있다.

대권 플랜 변수 없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측에서는 이 전 의원의 귀국이 큰 파괴력을 지내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주류가 아닌 비주류인사일 뿐 아니라 내각에 참여할 경우 적잖은 파열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박 전 대표의 조용한 행보는 이 전 의원에 영향을 받지 않고 계속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더욱이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 전 의원이 조기귀국을 하더라도 여전히 마땅한 자리가 없다”며 “이 전 의원은 말 그대로 핵뇌관이기 때문에 내각에 참여할 시 큰 희생이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결과적으로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입지를 넓힌다는 차원에서 당분간 조용한 행보는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박 전 대표가 ‘친박계 세력 재편’과 ‘차기 대권 후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는 더 두고 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여,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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