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최고위원 후보를 만나다> 파이팅 넘치는 김재원

“다음 지도부는 속으면 안 된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당 대표 후보 간 견제 수위가 높아졌고, 최고위원들도 속속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최고위원의 관심도도 높다. 친 이준석계, 친윤계의 극심한 대립 탓이다. 다양한 인물들이 출마하는 만큼 후보들은 파이팅이 넘친다. 내년 차기 총선을 생각했을 때 이번 전당대회서 지도부 입성은 필수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3선 의원 출신이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줄곧 보수당에 몸담아왔고 17대 총선서 국회의원에 당선돼 여의도에 발을 들였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선출 전당대회서 박근혜 전 대통령 후보 대변인으로 활동하며 친박(친 박근혜)계 정치인으로 불렸다.

지난 20대 대선에서는 윤석열 후보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섰다. 선거대책본부에서 윤 대통령 스피커로 각종 방송에 출연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파상공세를 막았다. 지난 지도부에서는 최고위원으로 뽑혔고, 대구 중남구 보궐선거 출마 과정에서 물러난 바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의 전대 출마는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큰 용광로에 갈등을 녹여내야 한다”며 “보수의 최종병기”로 활용되고 싶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일요시사>는 김 전 최고위원을 만나 출마의 변, 차기 국민의힘 지도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 총선 대비책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고위원 출마 선언이 다른 후보에 비해 빨랐다. 출마 이유는?

▲전국 단위 선거다. 유권자인 당원에게 저를 제대로 알려드리려고, 접촉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필요했는데 후보 등록 이전에 밝히는 게 도리다. 다른 최고위원 후보들도 출마에 대해 고민하고 러시가 이어질 텐데, 한발 앞서 출마 뜻을 밝혔다. 


최고위원이 단순하게 회의에 참여하고 특별한 경우에 의견을 내는 정도가 아니라 당의 운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생각에서다. 우리 당이 겉으로는 여당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 당에 소속돼있다는 것 외에는 여소야대 국면에서는 소수당이다. 

“보수 최종병기로 끝까지 싸우겠다”
총선은 각자 노선 혼란 빠지기 쉬워

아무 일도 독자적으로 할 수가 없다. 이런 어려운 국면을 타개하는 데는 상당히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대응 과정에서도 일익을 담당할 수 있겠다고 판단해 전대 레이스에 참여하게 됐다. 

-이준석 전 대표 체제서도 지도부에 소속돼있었다. 지도부가 지금과 좀 달라질 양상이다. 염두에 둔 것들이 있나?

▲이 전 대표 시절에는 (지도부가)굉장히 비민주적으로 운영됐다. 처음 이 전 대표가 당 대표로 뽑힌 이후 인사 문제가 있었다. 전혀 통보도 없이 인사한 것이 논란이 됐었다. 그냥 넘어갈 수 있다고 봤는데 이 전 대표가 당 운영을 엉망으로 했다. 그래서 최고위원이 실질적으로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확인했다. 당시에 대선이라는 큰 행사를 앞두고 대표가 마음대로 비합리적으로 당을 운영할 때 고통스러운 상황을 지켜봤다.

-스스로를 보수의 ‘최종병기’라고 말했다. 어떤 의미인가?

▲최종병기라는 말은 영화 <최종병기 활>에서 유명해진 말이다. 전투 과정서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무기라는 뜻이다. 그렇지만 이 최종병기를 사용하면 전세가 완전히 전환되기도 하는데 굳이 비유하자면 핵무기인 셈이다. 보수 진영에서는 그동안 탄핵 이후 많은 일을 겪었다. 벌써 6년이 지났는데 우리나라 역사적으로 거의 처음이다. 


이런 일은 진영 싸움이 격화됐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발생한 일이다. 지난 대선서도 0.73%p 차로 보수당이 승리했다. 진영 싸움이 격화돼 극단적으로 갈라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실적으로 당분간은 이렇게 갈 수밖에 없다. 이런 진영 싸움에서 최종병기답게 앞장서고 끝까지 남아 싸우겠다. 

-여야 간 대립도 심각하지만, 국민의힘 내에서의 크고 작은 분란도 많은데…

▲통상 대통령은 최소 10년 이상 정치를 한 사람이 대부분 당선됐다. 그러면 정치세력 자체서 자신이 선택하고, 그 세력과 함께해왔는데, 윤 대통령은 사실 그런 경험이 있는 인물이 아니다. 지금 여당이라고 하더라도, 기존 정치인들과 정치적인 의견을 깊이 나눠보고 행동을 같이 해본 경험이 별로 없다. 또 지금 국민의힘 구성원 대부분이 야당 시절에 국회의원이 됐고, 갑자기 여당이 된 상황에서 이 구조가 굉장히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친윤·비윤으로 갈라져 전당대회가 진흙탕 싸움이 됐는데…

▲윤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 당에 기대하는 점도 있고, 스스로가 그런 상황을 만들려는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약간 반대로 생각하는 분도 분명 있다. 과거 정당 내에서 주류, 비주류 간의 입장 차이 또는 외부 투쟁에 비해 지금은 분명 평화로운 상황은 아니다. 다만, 심각할 정도로 혼란스럽지는 않다.

대국민적 풀 니즈로 총선 치러야
당 대표 후보군 대부분과 친분

현재 당권주자 중 윤 대통령과 비교적 거리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안철수 의원조차 윤 대통령의 연대 보증인이라고 주장하고, 실제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려고 한다. 과거에는 안 그랬다. 김무성 전 대표에 비하면 반대편에 서 있다고 보기 어렵다. 

-연대 보증인, 러닝메이트 등을 여러 후보가 카드로 꺼내 들었다. 본인의 러닝메이트는?

▲개인적으로는 모든 대표 출마 후보들로부터 표를 얻고 싶은 마음이다. 아직은 그렇게까지 어필하지 않지만, 김기현 의원과는 국회의원 출마를 함께했다. 굉장히 가깝게 지냈었고, 울산시장으로 재임할 때도 원내수석, 전략기획본부장으로 있었다.

김 의원과는 인간적인 신뢰가 많다. 윤상현 의원도 국회의원 시절부터 알고 지냈고, 안 의원도 19대 국회 때 같은 상임위원회서 함께 일하며 쭉 지켜봤다. 조경태 의원도 처음에 농림해양수산위원이었는데, 고향서 함께 등산도 했다. 당 대표 후보들 모두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다. 

-함께 경쟁할 인물 중에는 이준석계라고 불리는 인물도 포함돼있다. 최고위원 경쟁도 격랑 속으로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당내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자는 의미를 담은 선거다. 최고위원 후보들도 죽기 살기로 싸우지 않는다. 다른 분이 함께 참여하는 게 오히려 당의 건전한 의사결정과 의견 반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지도부가 꾸려지면 이제 총선을 대비해야 한다. 총선은 각자 생존인 측면도 있는데…

▲21대 총선 때 정책위의장이었다. 그 당시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게 총선 때가 되면 각자도생으로 공천받고자 하는 욕망이 크다는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총선을 지휘해야 할 지도부 역시 혼란에 빠진다. 중앙당 차원에서 지원해야 하는데, 각자 노선으로 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 총선 공약을 검증받고자 토론을 많이 하고, 사전에 다 만들었다. 그런데 결국 공천도 망했고, 위성정당이 만들어지면서 뒤집히는 바람에 엉망이 돼 버렸다. 황 전 총리가 요즘 당시에 자신이 속았다는 표현을 자주 하는데, 지도자는 속으면 안 된다. 그때 속인 사람들이 공천을 행사하고 당을 망쳐버렸다. 

최고위원에 나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다시는 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말아야 하고 총선을 제대로 마무리지을 지도부가 필요하다. 경험자들이 모여 지도력을 발휘할 나름대로의 충분한 전략을 갖추고 있다. 

-국민의힘이 총선서 승리할 수 있는 전략은?

▲우선 어떤 이슈와 어떤 주장으로 총선을 치를 것인가 하는 대국민적 풀 니즈(full needs)가 있어야 한다. 국민에게 우리의 당위성을 설득하고 설명하는 게 필요하다. 정당은 정견을 같이하는 사람이 모여 확립하는데, 총선 때는 공약으로 나타나든 정당의 정당정책으로 나타나든 할 것이다.


초선 의원들 다음 물갈이
낭인이어도 칼 차고 있어 

이런 정견을 함께하는 사람이 모여 그것을 중심으로 정권을 쟁취하기 위해 이겨야 한다. 권력의 힘으로 공표했던 강명·정강정책 공약 또는 정치이념 같은 것들을 실천해 자신이 꿈꾸는 이상적인 사회로 만드는 게 모든 정당의 실체적인 목표이자 존재 근거다.

우리가 총선서 이기기 위해서는 국민에게 어떤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을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총선 승리를 위해 조직위원장이나, 당협위원장을 검사 출신으로 다수 임명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합리적으로 잘 정리해야 한다. 그냥 갈 수는 없는 법이다. 많은 사람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데 사전에 시스템을 잘 정비하고, 변수 등의 예측도 가능해야 한다. 

-앞으로 당을 어떻게 정비해나가야 한다고 보나?

▲공정하고 객관적인 투명한 시스템이 중요하다. 당도 더욱 안정적으로 관리돼야 한다. 당협위원장에 무자격자가 끼어들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앞으로도 새로운 방식으로 수혈이 되는 게 좋은 일이다. 이제 막 당협위원장을 맡았더라도 총선 국면에서는 지역 주민과 많은 교감이 돼있을 것이다. 

이런 상호작용이 나중에 유권자가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총선 무렵이 임박해 마구잡이식으로 내보내 검증할 기회도 없이 선거에 나가서 임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과거 보수당은 공천 파동을 겪었고, 다음 총선에도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당이 공천 파동을 몇 번 겪으면서 계속 함량 미달들이 들어왔다. 사실상 선거에 나와서 뛰어볼만한 사람 자체가 별로 없다. 

-초선 의원들이 나경원 전 의원을 향해 성명을 냈었는데…

▲2004년도 17대 국회서 당시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 시절은 초선 의원이 108명이었다. 그때 열우당 의원들은 파이팅이 있었다. 계급장 떼고 싸우자고 덤볐다. 정치권에서는 108번뇌라고 불렸다. 당 지도부 반발도 심했다. 우리 당도 박근혜 대표 앞에서 초선들이 덤볐다.

당시 나 전 의원, 김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 다 있었는데 어떻게 보면 전성기였다. 당 대표 반대파가 절반쯤 됐었다. 지금은 그런 능력이 있는 사람이 없다. 날아갈 사람도 몇 명 보인다. 공천이 실패하면서 자력으로 된 초선 의원이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공천을 받지 않았으면 당선될 사람이 없다. 전부 영남권, 경기도라고 하더라도 북쪽 끝, 동쪽 끝 이런 곳이다. 수도권도 강남, 서초 지역 외에는 없다. 공천을 주지 않으면 무소속으로 도전할 인물도 많지 않다. 물갈이가 될 수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우회적으로 비판을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한물 간 정치 낭인이 설치는 판이 됐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생생한 사람은 아닌데, 낭인이라도 칼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힘 전대 컷오프 일정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 난립을 막기 위해서 당 대표 경선 후보를 4명까지, 최고위원 후보는 8명, 청년 최고위원 후보로는 4명으로 압축한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제6차 회의를 열고 컷오프 규모를 결정했다.

함인경 선관위 위원장은 “경쟁 후보자가 많지 않아 관행에 따라 4명으로 압축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후보를 3명까지 추리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4명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던 점이 반영됐다.

현재까지의 당 대표 후보군(가나다 순)은 김기현·안철수·윤상현·조경태 의원,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이다.

최고위원 후보군은 김용태·김재원 전 최고위원, 박성중·이만희·허은아 의원 등이다.

이 밖에 청년 최고위원 후보는 김가람 전 청년중앙회의소 전 회장, 김영호 전 장제원 의원실 보좌관, 이종배 서울시의원,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 등이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컷오프 결과는 오는 10일 최종 결정된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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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