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3·8 전대 불출마 속사정

다 차려진 밥상 걷어찬 이유가…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후보를 정하기 위해 본격적인 교통정리가 시작됐다. 윤심마저 흩어질까 겁이 난 모양새다. 첫 대상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다. 이쯤 되면 대놓고 김기현 의원을 밀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윤 대통령이 교통정리를 잘 끝내고 원하는 인물을 당 대표로 심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두 달 남짓으로 다가왔다. 전대일이 가까워질수록 당권주자들의 신경전이 한층 더 격화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중심인 권성동 의원까지 참전에 가세했다. 각종 현안들에 한마디씩 보태면서 존재감 키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지역구인 강원도 강릉을 방문해 당심을 다지고, 원조 TK(대구·경북) 사람이라며 텃밭 다지기에도 공을 들였다.

깜짝 선언
존재감 과시

캠프 역시 준비를 끝마쳤다. 윤석열 대통령 대선캠프에 참여했던 이들과 송년회를 열어 세까지 과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하 MB)이 특별사면(복권)됐을 때도 권 의원은 자신을 과시했다. MB 옆에 착 붙어 당심 구애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권 의원이 당내 상황이 여의치 않자, MB로 윤심에 들기 위해 전략을 편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이렇듯 세를 다진 권 의원의 전대 출마는 기정사실화된 모양새였다.

그러나 하루 만에 상황이 급변했다. 권 의원이 지난 5일, 불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는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최측근이 지도부에 입성하면 당의 운영과 총선 공천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당원의 우려와 여론을 수용했다”며 “윤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총선 승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날 불출마 기자회견은 마지막까지 자신이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을 못 박기 위한 게 아니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과 논의했을 것이라는 의심이 짙다. 해당 의혹에 대해 권 의원은 윤 대통령과 교감이 아닌 스스로 내린 결단이라며 교통정리설에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권 의원의 측근 역시 “너무 급작스러웠다”는 반응이다. 측근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전날까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누구나 인정하는 윤핵관이다. 윤 대통령의 오랜 친구였고, 대선 출마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대선 기간 동안 선대본부장격인 종합지원본부장, 국민의힘 사무총장을 맡아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가교 역할도 수행하기도 했다.

대세 중 대세로 불렸던 권 의원은 이를 방증하듯 대선 후 원내대표로 선출되면서 원내 최고 사령탑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권 의원은 승승장구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채용 청탁 논란, 이준석 전 대표와의 갈등 등으로 스스로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당권주자 교통정리 신호탄 쐈다
측근들도 몰랐던 갑작스러운 결정


한동안 잠잠했던 권 의원이 다시 등판한 시점은 지난해 11월 무렵이다. 당이 본격적으로 전당대회 모드로 돌입하기에 앞서 모습을 드러냈다. 권 의원을 비롯한 윤핵관 세력이 다시 돌아오자 국민의힘은 다시 친윤과 비윤으로 갈라져 으르렁댔다.

권 의원은 스스로 결단했다고 하지만 대통령실 관계자의 말은 달랐다.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정리하는 방향으로 갈무리가 된 듯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과 권 의원 사이에 서로 소통이 있었을 가능성은 높다.

앞서 권 의원은 불출마 선언문을 통해 화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윤심이 더 뭉쳐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권 의원이 교통정리된 배경에는 그동안 걸어온 행보로 인한 여러 부담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당내 지지율은 취약하고, 어떤 행보를 보이던 비판부터 쏟아진다. 

전대가 다가올수록 친윤계 역시 내분 조짐이 비치기도 했다. 특히 대선 기간 지근거리서 윤 대통령을 보좌해온 권 의원과 장 의원의 분화가 눈에 띄였다.

두 인사는 내분이 아니라며 여전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브라더’라고 불리던 과거에 비해서는 관계가 불편해진 게 사실이다. 권 의원은 이 밖에 다양한 요인들이 겹치며 불출마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도 비슷한 해석이 나온다. 당권 도전을 선언한 한 인사는 “윤핵관 이슈들이 계속 불거지고 있고, 윤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불출마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 권 의원 지지율은 5% 정도를 오간다. 한 자릿수 지지율이라면 사실상 당선 가능성이 낮은 축에 속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윤 대통령이 김기현 의원을 차기 대표 적임자로 여긴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김 의원은 ‘김장 연대’로 불리며 장제원 의원과 손을 잡았다. 장 의원은 윤핵관 중 윤핵관이라고 불리는 만큼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해 전면에 나서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자의? 타의?
윗선 지시?

이런 탓에 장 의원은 윤심을 대변하는 인물로, 연일 윤심 동기화 모드를 펼치고 있는 김 의원을 적극 돕고 있다. 김 의원은 윤 대통령 관저에 두 차례 초대받기도 했다. 이를 두고 유승민 전 의원은 ‘관저정치’라며 비판 목소리를 냈던 바 있다.

정가에선 윤 대통령의 의중이 김 의원에게 쏠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출마를 선언한 당권주자들 중 가장 첫 번째로 불려갔기 때문이다. 첫 번째 회동에서는 3시간가량 머무르며 당내 상황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김 의원의 지지율은 15% 정도로 나경원, 안철수 등 당권주자들에게 밀리고 있다. 권 의원의 불출마가 김장 연대에 조금 더 힘이 실리는 등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즉, 권 의원의 지지율 5%를 가져올 경우, 안철수 의원과 엇비슷해진다. 이 경우라면, 김 의원 입장에선 한 번 해볼만한 게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내년 총선은 윤석열정부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선거인 만큼 윤 대통령 입장에선 김 의원을 밀어주는 편이 오히려 여론의 반발을 덜 살 수 있다. 이젠 김 의원을 지원사격하는 게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이 김 의원을 밀 뜻이 없었다면 이미 장 의원에게 사인 냈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아무런 액션을 보이지 않는 게 김 의원을 밀겠다는 시그널로도 읽힌다. 

현재 당권주자 후보 중 당내 지지도 1위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다. 꺾을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이라 김 의원은 전대 결선을 노리는 모양새다. 이번 전대는 18년 만에 개정된 당원투표 100%로 치러진다. 이전까지는 당원투표 70%·국민 여론조사 30%로 치러졌다. 

개정된 룰은 윤심 인사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방식으로 가장 큰 피해자는 유승민 전 의원이지만, 나 부위원장과 안철수 의원도 불리하기는 매한가지다. 반면, 나 부위원장, 안 의원은 김 의원에 비해 훨씬 대중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다. 그러나 전대 룰 개편과 권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인해 김 의원에게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오히려
윤심 결집

권 의원은 자신이 경선서 컷오프될 가능성을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윤핵관임을 자부하고 있지만, 윤심이 미치지 않았다는 것은 결국 윤심이 통하지 않았다는 이미지로 해석되기에 충분하다. 이 같은 연유로 이른바 ‘선당후사 액션’을 취하는 것이다. 그 동안 관계가 좋지 못했던 장 의원과의 관계 역시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권 의원이 당권 도전에 나선 이유가 두 인사의 불화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당사자들은 부인했지만, 각자 노선을 택했다는 것은 이미 여러 행보를 통해 드러난 바 있다. 권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이 같은 논란을 종식시키기에도 충분해 보인다. 


게다가 윤심이 거센 영남의 비율은 과거에 비해 줄었다. 실제로 50%에 육박했던 당원 수는 40%로 주저앉은 반면 수도권 당원 수는 37%까지 늘었다. 당원 수는 전대를 기점으로 1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젊은 당원의 유입이 상당수 늘었다는 점도 이번 전대의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때문에 단순히 윤심만으로 김 의원에게 표가 쏠릴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심 1호 교통정리 대상자가 된 권 의원 이후 윤 대통령의 관저 정치에 관심이 쏠린다. 다음 타깃은 안철수 의원과 나 부위원장이다. 인수위원장을 지냈던 안 의원은 윤정부의 연대 보증인임을 자처하며 지역 순회로 당심다지기에 열중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PK(부산·경남)를 필두로 TK, 강원, 수도권까지 전국 투어 중인 그는 서울 여의도 극동VIP빌딩에 이미 캠프를 차리고 출마 선언을 조율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내외가 함께 서울 한남동 관저로 초대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어떤 시그널을 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유의미한 이야기가 오갔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권 의원은 불출마 선언 당시 “대선 출마에만 몰두했던 사람이 대표를 맡으면 필연적으로 계파를 형성할 수 있다”며 안 의원을 정면 겨냥했던 바 있다. 

안철수·나경원도 조만간 정리?
향후 관저 초대되는 인물 주목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당권주자들을)관저로 초대한 게 (단순히)열심히 뛰어보란 뜻은 아니라고 본다”며 “이번에 전대에 나가지 말라는 설득의 자리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 의원을 필두로 본격적인 당권주자들에 대한 교통정리를 위한 신호탄이라는 해석이다.

현재 자천타천 거론 중인 당권주자는 10명에 달하는 만큼 당심 100%라고 하더라도 표의 분산은 불가피하다. 즉, 최대한 후보를 줄이는 것이 윤심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다음은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도 쉽사리 출마 선언을 하고 있지 않은 나 부위원장일 확률이 높다. 나 부위원장에게는 윤 대통령이 임명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및 기후환경대사 직도 부담이다. 자칫 출마를 선언했다가 무책임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한 윤 대통령과의 조율작업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또 다른 윤핵관으로 불리는 수도권 4선 중진의 윤상현 의원의 행보도 주목할만하다. 하지만, 그는 최근 장 의원과 ‘수도권 출마론’으로 부딪치며 불편한 관계다. 윤 의원은 안 의원과 함께 자신을 수도권 대표 적임자로 강조했다.

앞서 지난 5일, 경북 구미 소재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출마를 선언했던 그는 ‘수도권’이라는 단어를 19번이나 언급했다. 이는 김 의원의 지역구가 PK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읽힌다. 실제로 그는 ‘총선 험지 출마론’을 주장하고 있다. 

추후 윤 의원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출마를 선언했지만, 윤 대통령이 윤 의원마저 관저로 초대될 경우 상황이 급변할 수도 있는 탓이다.

누구를 미나
대놓고 밀기

대통령실 일각에서는 과거 전대의 악몽이 떠오르는 모양새다. 박근혜정부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친박(친 박근혜)계 좌장인 서청원 전 의원을 밀어줬으나 김무성 전 대표가 승리를 가져갔다. 이때부터 당과 정부의 관계가 불편해졌다. 이 같은 문제들을 조기에 종식하기 위해 윗선에서 교통정리에 들어간 것으로도 풀이된다. 공론센터 장성철 소장은 “윤 대통령 의중에 권 의원이 없다는 분위기를 읽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대놓고 김장 연대를 밀겠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최고위원도…친윤 대 비윤

당권주자들의 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선출직 최고위원(5명)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당헌·당규를 개정한 바 있다.

선출직 최고위원 4인이 지도체제를 붕괴시킬 수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최고위원 선거 역시 친윤 대 비윤 구도로 치러질 전망이다.

대표적인 친윤 최고위원 후보는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으로 그는 출마 선언문에서 최전방 공격수임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윤 대통령과 밀접하게 소통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비윤계 대표 최고위원 후보로는 김용태 전 최고위원이 고심 중으로 그는 대표적인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정치권에서는 당 대표 선거 못지 않게 최고위원 선거 역시 치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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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우리나라는 개발이 제한돼있는 토지가 있다. 해당 토지들의 개발을 위해선 지자체장의 승인이나 대통령령 승인이 있어야 한다. 부동의 가구 1위 기업인 한샘이 개발제한구역을 마음대로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상은 시흥 제1공장 부지 주변 필지다. 행정조치가 완료됐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원상복구는 되지 않았다. 한샘은 주방·인테리어가구를 판매·제조하는 대한민국 부동의 1위 가구 업체다. 1970년 9월 한샘으로 창립한 뒤 1977년 국내 최초로 주방가구를 수출해 1979년에 수출 100만달러 돌파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한샘의 2023년도 기준 매출액은 1조9669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19억4660만원이다. 최초의 공장 성장 시발점 한샘의 성장은 시흥 공장과 함께했다. 조창걸 명예회장이 자본금 200만원으로 은평구 대조동에 23.1㎡의 매장으로 시작했던 한샘은 1976년 시흥시 조남동에 최초의 공장다운 공장을 설립했다. 제1공장을 통해 한샘은 생산 체계를 크게 개선하며 큰 실적 향상을 이뤘다. 한샘은 현재 시흥과 안산 등에 4개의 물류센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당초 한샘 시흥 공장은 조남동 ▲594-1번지 ▲91-144번지 ▲91-145번지 세 곳의 필지, 약 1만4610㎡의 면적으로 지어졌다. 현재는 한샘은 91-117번지 매수해 총 1만8429.8㎡의 면적을 공장 부지로 사용 중이다. 등기사항전부증면서 확인 결과 한샘은 해당 부지 외 시흥 공장과 인접한 4개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2076㎡ ▲조남동 91-165번지, 207㎡ ▲조남동 91-166번지, 109㎡ ▲조남동 산 57-1번지, 3273㎡도 소유하고 있다. 항공지도에 따르면, 한샘 시흥 공장의 정문 바로 앞을 3개의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조남동 91-165번지 ▲조남동 91-166번지가 둘러싸고 있으며 산 57-1번지는 공장 뒤편 산과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형세를 나타낸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2008년 항공사진부터 지금까지 해당 필지를 야외주차장 및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해 왔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은 해당 필지의 지목이 모두 ‘임야’라는 것이다. 임야는 산림과 원야로 구성된 토지로, 공간정보관리법에서는 죽림지, 수림지, 암석지, 모래땅, 습지, 황무지, 자갈땅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임야는 대부분 산림자원보호법에 따라 산림보호구역 또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다. 즉, 산림청의 허가 없이는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간혹 산림보호구역이나 지역이 아닌 임야도 있지만 이 역시 산림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가능하다. 시흥 제1공장 주변 4필지 무단 개발 개발제한지역·공익용 산지에 해당 한샘이 야외주차장과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한 필지는 모두 개발제한구역에 포함돼있다. 한샘이 산림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개발제한구역 땅을 개발해 무단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심이 드는 사안이다. 실제로 시흥시 도시정책과는 해당 필지와 관련해 많은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은 해당 필지들의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 위반이 주된 내용이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에서는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죽목의 벌채, 토지의 분할, 물건을 쌓아놓는 행위(적재) 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항에 따른 도시·군계획사업의 시행을 할 수 없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의 건축 또는 공작물의 설치와 이에 따르는 토지의 형질변경 ▲개발제한구역의 건축물로서 제15조에 따라 지정된 취락지구로의 이축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철거된 건축물을 이축하기 위한 이주단지의 조성 ▲건축물의 건축을 수반하지 않는 토지의 형질변경으로서 영농을 위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토지의 형질변경 등 9가지의 경우만 예외로 하고 있다. 이렇듯 한샘의 4 필지 사용은 예외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산림청장 허가받았나 민원을 접수한 시흥시 건축과 개발제한구역지도팀은 2020년에 해당 필지에 관한 현장조사 이후 한샘에 원상회복 행정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한샘은 이에 불복하고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감행했다. 재판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 한샘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이행강제금 일부를 한샘에 돌려주도록 판단했다. 하지만 이는 시흥시의 행정조치가 잘못됐다는 판결이 아니었다. 법적 싸움 끝에 시흥시의 원상복구 행정조치는 진행됐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에 따르면, 한샘은 행정소송 이후 2022년부터 2023년에 걸쳐 원상복구를 완료했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 관계자는 “행정조치 이후 원상복구까지 불법으로 개발한 것을 모두 해체하고 폐기물 처리까지 완료해야 하는 만큼 많은 시일이 걸린다”며 “해당 필지(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는 지난해 11월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한샘이 소유하고 있거나 소유했던 땅으로 불법 점용한 적이 없으며, 해당 부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전과 동일한 상태로 복구를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샘은 여전히 해당 필지들을 불법 점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흥시가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한 필지는 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다. 하는 척 얼렁뚱땅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91-166번지는 도로와 인접한 부분의 절반의 울타리만 철거됐으며 여전히 4~5대의 차량이 주차돼있는 상태였다. 해당 필지는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역‧지구로는 도시지역, 자연녹지지역로 구분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 4층 이하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지만, 개발제한구역이므로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등이 불가능하다. 시장 혹은 도지사·군수 등의 허가를 받을 경우 가능하지만, 시흥시에서는 해당 부지의 주차장 사용을 허가해주지 않았다. 행정조치 이후에도 계속 불법으로 점용하고 있는 셈이다. 산 57-1번지도 마찬가지다.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 2008년부터 해당 필지를 덮고 있던 콘크리트는 2013년에 사라졌지만 자재가 적재돼있었다. 이후 2020년에 다시 콘크리트가 덮였다가 2022년 흙밭으로 복구됐다. 하지만 여전히 자재는 적재돼있다. 게다가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산 57-1번지와 조남동 산 57-5번지가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공익용 산지로 지정돼있어 보전산지로 분류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산 57-5번지가 산지 그대로 있는 것과 다르게, 산 57-1번지는 콘트리트가 지반을 받치고 있으며 경계선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다. 행정조치 완료? 완전 복구 안돼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공익용 산지를 마음대로 개발하면 산지관리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며 “해당 부지 명의가 한샘이더라도 시장 등 지자체의 허가 없이 개발하면 안되는 곳으로 구조물을 통해 공장부지와 평행을 맞추는 지반을 만드는 것도 허가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행정조치가 진행 중인 상황에 문제가 되는 필지를 매매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샘은 조남동 91-163번지의 필지를 1985년 매입했다. 이후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해당 필지를 2022년 11월4일 갑자기 팔아버렸다. 2022년은 한샘과 시흥시의 행정소송이 끝나고 행정조치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현재 해당 필지는 ㈜효경개발이 매수해 크레인과 덤프트럭 등 중장비 주차장으로 이용 중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원상복구에 많은 금액이 들어가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토지를 매매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한 토지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토지를 원상복구하는 데 많은 금액이 들어가지 않지만 해당 필지는 공익용 산지로 산지 조성까지 해야 해 상황이 다르다”며 “산지 조성에 들어가는 금액도 지불하지 않고 토지를 매매한 것은 이중으로 이익을 얻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샘 관계자는 “크레인 등 장비가 있는 부지는 한샘의 소유가 아니므로 저희가 알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문제의 필지 매매한 정황 한샘 측은 이번 불법 점용 의혹에 관해 개발제한구역 지정이 공장 설립보다 늦게 이뤄져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개발로 분류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당 필지들은 지난 1976년 12월에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 시기상 한샘의 공장 설립 이후에 묶인 셈이다. 하지만 산 57-1번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필지들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인 1985년 매입한 땅이라 불법임을 알고도 마음대로 개발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