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지방선거의 총성이 울렸다. 13, 14일 후보 등록에 이어 20일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선거철이 무르익고 있다. 천안함 침몰사태 후 숨죽이고 있던 여야도 기지개를 펴는 모습이 역력하다. 각 당은 열흘 안팎의 선거운동 기간 동안 사활을 건 승부를 벌일 예정이다. 하지만 4대강 사업과 세종시, 무상급식, 봉은사 사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등 수많은 이슈들이 지방선거의 길목에 잠복하고 있어 판세를 내다보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이에 <일요시사>는 정치전문가들의 시선을 통해 지방선거 전망과 선거에 영향을 줄 이슈를 따라가 봤다.
초읽기 들어간 6·2 지방선거…여의도 속 바짝 탄다
지방선거 보는 정치전문가의 눈 ‘모아지고 갈라지고’
여의도의 시선이 지방선거로 모아지고 있다. 수많은 이슈들로 잠시 시야에서 멀어졌던 6·2 지방선거가 성큼 다가오면서 부터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바라보는 시선은 정치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엇갈리고 있다. 지방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들이 상당한데다 ‘진짜’ 선거는 이제부터이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은 일찌감치 시작됐지만 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이재관 정치컨설턴트는 ‘천안함 정국’을 그 이유로 꼽는다. 4월 한달을 천안함 정국으로 건너뛰게 되면서 지방선거 출마자들은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도 자신을 알리거나 유권자들과 만날 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거일정이 늦어지면서 한나라당은 10일, 민주당은 9일에서야 공천을 마무리하고 중앙당 선거대책본부를 발족, 선거체제로 전환했다. 지방선거 레이스는 이제 시작된 셈이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지방선거의 판세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전국 판세 밑그림
‘판’ 엎을 지역 어디?
이경헌 포스커뮤니케이션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와 한나라당의 정당 지지율 모두 집권 2년 최고점에 달해 있다”며 “지난 정부보다 안정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이 대표는 이 같은 지지율을 토대로 “야당이 정권심판론으로 몰아붙인 역대 선거처럼 여당에 불리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이전 선거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선거의 특성상 유권자들의 견제 심리가 본 선거를 앞두고 되살아 날 수 있다”며 “(높은 지지율을 믿고)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란 점도 분명히 했다.
이 대표는 결국 “정권심판론과 안정론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에서 여야가 지지층을 얼마나 결집시킬 수 있느냐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상 P&C정책개발원 대표는 “역대 지방선거는 여당 심판론으로 여권에 불리한 선거였다”며 “지금도 여당이 우세한 상황에 여야의 차가 많이 좁혀져가고 있다. 일부지역에서는 야당이 여당을 위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각 정당이 지역에 기반을 두고 펼치는 선거다 보니 이미 각 지역별로 어느 정도 판세는 나와 있는 편이다. 호남은 민주당, 영남은 한나라당이라는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 반면 예측이 힘든 지역도 있다. 이른바 이변이 가능한 지역들이다. 그리고 이 같은 지역들은 정치적·지정학적으로 더욱 중요하게 고려된다.
전문가들이 이 같은 지역으로 서울과 충남을 짚었다. 이재관 정치컨설턴트는 “충청도, 그 중에도 충남 지역에서 의외의 변수가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충남은 자유선진당의 지지기반을 둔 지역이기는 하지만 심대평 대표의 국민중심연합과 표밭을 나눈 데다 세종시 수정안 문제로 여야 모두의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이다.
그는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민심을 지방선거에서 표로 확인하는 것은 차기 대선과 관련해서도 의미있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지방선거의 50%는 서울시장 선거가 점하고 있다”는 한 정치권 인사의 말에 동의했다. 다른 지역은 지역적 특색이 표심으로 연결되지만 서울은 정치적 판단이 표심을 좌우했던 만큼 부동층을 끌어당기는 쪽이 이기게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현재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고 한명숙 전 총리가 뒤쫓는 형국”이라며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추격하는 이가 선두에 선 이의 근접한 곳까지 가거나 뒤집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여야간 아주 치열한 선거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그러나 “아직까지 한 전 총리가 오 시장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심리적 근거는 있지만 실제적 근거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지율이 상승하는 등 ‘추세’가 나타나야 하는데 아직까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는 야권이 후보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유권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에 실패했다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겠냐”고 분석했다. 오 시장의 경우 여러 후보들과 치열한 경선을 벌이면서 한나라당의 비전을 제시한 반면 야권은 경쟁을 하면서 후보에게 시대적 과제를 부여하는 드라마가 부재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황 대표는 “건강한 후보들이 나와 판을 벌리고 경쟁하는 것은 선거의 필수요건”이라며 “(이 같은 과정이 없다보니) 당내 인적자원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후보의 건강성마저 낮은 것 아니냐는 비판에 시달리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야 후보단일화
지방선거 ‘시작점’
이 대표도 서울과 충남지역을 지방선거에서 여야의 승패를 가늠하는 기준점으로 짚었다. 이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현 정부여당에 대한 반감이 얼마나 표출되느냐가 2012년 대선에서 중원 장악력을 사전 판가름 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 “오 시장이 우위를 점하고 있고 야당이 열세를 보이는 상황”이라며 “야권이 야당 중심 선거이슈를 통해 본선거를 주도할 수 있느냐가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후보토론 등을 통해 차별화된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느냐는 점이 시험받게 될 것”이라며 “초반에는 어려운 싸움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지방선거에 영향을 줄만한 ‘변수’는 무엇이 있을까. 황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가 예년과 달리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결구도가 아니라 한나라당과 야권의 대결구도로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 집중했다.
그는 “후보·정책단일화를 통해 여야간 대결을 만들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당 대 당으로 봤을 때는 한나라당이 유리하지만 전체구도에서도 유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후보단일화’가 지방선거의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황 대표는 야권의 ‘후보단일화’의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먼저 ‘야당후보 투표층과 여당후보 투표층은 세대적으로 뚜렷이 나뉘어 있는데 40대 이하 연령층은 야당후보, 50대 이상 연령층은 여당후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야당후보 지지층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30대 이하 연령층은 투표율이 낮은 반면, 여당 후보 지지층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50대 이상 연령층은 투표율이 높다’는 지방선거와 관련한 P&C정책개발원 보고서의 일부를 거론했다.
황 대표는 이어 “지방선거는 대선이나 총선보다 투표율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워낙 많은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고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투표율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유권자의 지지층으로 봤을 때 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면서 “유권자들의 투표 의지나 여당과의 인물대결을 끌어낼 만큼 공천을 확실히 됐냐”고 되물었다.
이재관 정치컨설턴트도 ‘후보단일화’나 ‘공천’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그는 “후보자들이 자기를 알릴 마당이 충분히 마련되지 못하면서 각 당의 공천이 큰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번 지방선거는 천안함 정국으로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반면 광역단체장 16명, 기초단체장 228명, 광역의원 761명, 기초의원 2888명, 교육감 16명, 교육의원 82명 등 모두 3991명을 뽑아야 해 후보자들이 난립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지난 한 달 동안 진행된 여야의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단일화로 인한 시너지 효과나 이벤트, 감동 등 ‘드라마’가 없었다”면서 “‘의외다’ ‘감동이다’라는 반응보다는 ‘왜 하냐’ ‘뻔하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광역단체장의 경우 여권이든 야권이든 후보단일화를 해야 승산이 있다고 했지만 ‘억지 춘향식’의 ‘김빠진 맥주’같은 후보단일화만 있었다”고 힐난했다.
후보단일화가 지방선거의 향배를 알 수 있는 시작점이라면 지방선거에 직격탄을 줄 수 있는 이슈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와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유세 여부가 꼽혔다.
이재관 정치컨설턴트는 노무현 서거 1주기와 관련, “노풍이 불지 안 불지는 모르겠지만 시기적으로 미묘하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20일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21일은 석가탄신일로 대부분의 후보들이 절을 찾는 가운데 봉은사 사태의 불씨가 되살아 날 수 있다. 22일은 토요일이자 노무현 서거 1주기 전야제가 열릴 수 있으며 23일 본행사로 추모 분위기도 절정에 달하게 되고 3~4일 동안만 분위기가 이어져도 선거 막판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 서거 1주기가 지방선거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주장도 있다. 황 대표는 천안함을 압도적인 이슈로, 노무현 서거 1주기를 잠재된 이슈로 봤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는 지방선거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숙성 과정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노풍’이 전국적인 파급력을 갖으려면 국민운동처럼 벌려 나가야 하는데 ‘정치적’으로 비춰질 경우 편향된 시각 탓에 참여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노무현·박근혜
지방선거 핵심 키
황 대표는 “야권은 노무현 서거 1주기를 활용하려 할 테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 “오히려 선거는 인물대결 그 자체가 될 것이다. 부수적인 이슈들이 본이슈를 잡아먹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도 “추모정국을 선거 이슈화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노무현 서거 1주기는 정서적인 반응이 우선 될 것”이라면서도 “‘스폰서 검사’ 등 정권의 실책이 또 터져 나오면 추모 분위기와 맞물려 지방선거 투표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지원유세에 나서느냐, 아니냐는 문제도 정치전문가들 사이의 공통된 관심사다.
이재관 정치컨설턴트는 “민주당에는 김근태 고문, 손학규 전 대표, 정동영 의원 등 작지만 스타플레이어가 있는 반면 한나라당에서는 박 전 대표를 제외하면 이 같은 스타플레이어를 찾기 힘들다”며 “정몽준 대표가 전국으로 뛰어다니고 있고 김무성 원내대표, 정두언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이 있지만 스타플레이어는 아니”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