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가 ‘권력교체기’에 들어갔다. 이명박 정부가 6·2 지방선거로 반환점을 도는 것처럼 여의도 권력도 지방선거를 전후로 재편에 돌입한 것. 5월 여야 원내대표 선출을 시작으로 6월 국회의장단 선거와 7월 혹은 8월 전당대회를 통한 당대표 선출이 연달아 치러지면서 각 당과 국회를 대표하는 이들이 바뀌게 될 전망이다. 이 같은 ‘권력교체’는 늦어도 9월 정기국회까지는 마무리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선거가 시작되는 5월부터 8월까지 여의도는 적지 않은 진통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반기에서 후반기로 권력이 교체되면서 생기는 잡음은 물론 당대표와 원내대표 선출 이후 당을 재정비하는 과정이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5~8월 원내대표·당대표·국회의장단 선거
MB 정권 후반기 권력체제로 구조재편 돌입
여의도가 5월부터 8월까지 크고 작은 선거를 통해 후반기 권력구도 판짜기에 들어갔다. 원내대표라는 날실 위에 당대표라는 씨실이 놓이고, 국회의장이라는 날실 위로 국회부의장이라는 씨실이 교차되는 순이다.
판짜기는 원내대표 선출로 시작됐다. 여야가 각각 4일과 7일 ‘포스트 안상수’ ‘포스트 이강래’를 선출했다.
‘포스트 안상수’ ‘포스트 이강래’가 쥔 정치적 역할은 상당하다. 당장 6월 지방선거가 이들의 앞에 놓였으며 원내대표 임기 1년 동안 지방선거 외에도 전당대회, 재보선 등 대선 전 치러질 대부분의 선거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7월과 10월에 치러질 재보선은 지방선거 출마로 의원직을 사퇴한 이들의 지역구까지 포함돼 ‘미니총선’을 방불케 할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 3년차를 맞은 이명박 대통령의 주요 정책이 추진되는 것도 이 시기다. 여당 원내대표의 경우 청와대와 보폭을 맞춰 정책추진의 일선에서 진두지휘를 하게 되고, 야당 원내대표의 경우 이를 견제해야 하는 역할이라 여야 원내대표 모두 막중한 책임을 안게 된다.
여의도 권력구도
하나 둘 교체 시작
한나라당이 고른 ‘포스트 안상수’는 김무성 의원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 의원을 신임 원내대표로 합의 추대했다. 이에 따라 김 의원은 친이·친박계의 화합은 물론 세종시 수정안 처리와 개헌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김 의원은 수락연설을 통해 “정권 재창출은 국민과 역사가 우리에게 부여한 책무로 그 무엇도 여기에 우선할 수 없다”며 “계파의 벽을 허물고 다음 정권도 함께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한나라당 의원들) 사이가 좀 멀게 느껴지지 않느냐”며 “서먹서먹하고 불편하면 그 피해가 국가와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어 우리가 먼저 가까워지고 화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 의원 앞에 놓인 상황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당장 친이·친박계의 ‘화합카드’인 김 의원 본인이 박근혜 전 대표와 너무 멀어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친박계 좌장격이었지만 지난해 원내대표 추대론과 세종시 수정 문제를 거치면서 박 전 대표와 냉랭한 관계가 됐다. 특히 이번 원내대표 추대에 당 지도부와 친이계 주류의 지원을 받으면서 친박계와의 관계가 더 불편해졌다. 김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추대되는 의원총회에 박 전 대표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는 지방선거 일정으로 뒤로 밀렸다. 한나라당이 여당 몫인 국회의장과 부의장은 지방선거 뒤인 6월 7~8일경 선출하는 것으로 잠정 예정하면서 민주당도 문희상 국회부의장의 뒤를 이를 차기 부의장 선거를 지방선거 이후 선출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은 것.
현 정권의 정책추진이 가장 활발할 중반기를 보낸다는 점에서 하반기 국회의장단 선거의 의미도 깊다.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세종시 수정 문제 등 현 정권의 핵심 정책은 여야간 대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국회를 조율할 국회의장단, 특히 직권상정 권한을 가진 국회의장 선출은 여야 모두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사안이다.
또한 후반기 국회의장단은 김형오 국회의장이 불을 지펴놓은 개헌, 국회 개혁 문제에 대해서도 ‘답’을 내놓아야 할 처지다.
김 의장의 뒤를 이를 차기 국회의장에는 6선 박희태·홍사덕 의원과 4선 안상수 의원의 이름이 자천타천 오르내렸다.
한나라당 최다선 의원 중 한명인 박 의원은 현 정권 출범과 함께 당 대표를 지낸데다 지난해 10월 재보선으로 원내 진입에 성공하면서 하반기 국회의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10월 재보선 출마 당시 하반기 국회의장을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관측이 심심찮았던지라 국회의장 하마평도 낯설지 않다.
박 의원 자신도 원내 진입에 성공한 후 “국회의장이 되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통상 국회의장은 여권 최다선 의원이 맡아왔다는 점에서 국회의장 도전 전망도 나쁘지 않다.
홍사덕 의원도 녹록치 않은 정치적 중량감을 자랑한다. 하지만 그가 ‘친박계’라는 점은 한계이자 가능성이다. 친박계가 국회의장을 맡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정책 추진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친박계까지 어우를 수 있는 화합형 국회의장이 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있는 것.
그러나 홍 의원 자신은 국회의장과 관련한 세간의 언급을 일축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말 “국회 권력과 청와대가 불가피하게 부딪히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친박이…’라고 해석할 것 아니냐”며 “이는 내가 국회의장에 적합하지 않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장과 당대표 사이에서 고민하던 안 의원은 차기 당대표 도전을 시사한 상태다. 하지만 최근 4선의 이윤성 국회부의장이 국회의장직 도전 의사를 내비치면서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후반기 국회의장단
인물 아니라 역할 중요
차기 국회의장과 관련, 정치권 한 관계자는 “차기 국회의장이 누가 되더라도 권력의 속성을 거스르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김 의장은 ‘직권상정하지 않겠다’더니 수차례 직권상정을 했다. 개인의 의지와 역량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여야간 마찰을 빚을 수 있는 이슈들은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고 누가 국회의장이 되던 주변의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여야의 차기 당대표는 여의도 권력의 3축 중에서도 가장 늦게 결정된다. 하지만 당대표 선출 후 주요 당직이 물갈이 되는데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책임지고 치른다는 점에서 그 중요도는 다른 선거보다 오히려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여야 당대표 선출 문제는 6월 지방선거의 영향권 안에 들어가 있다. 한나라당은 6월30일 민주당은 8월 즈음 열릴 것으로 보이는 전당대회는 지방선거 결과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면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정세균 민주당 대표 모두 당대표에 재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승계직 대표인 정몽준 대표는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후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직 당대표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고 정세균 대표 또한 재임을 해야 차기 대권도전에 나설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할 경우 여야 대표 모두 당대표에 재도전하기는 힘들게 된다. 지방선거 패배에 따른 책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뿐더러 당대표를 노리는 이들의 거센 도전을 받게 된다는 것.
한나라당의 경우 정몽준 대표 외에도 안상수·홍준표 의원이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상태다. 홍 의원은 이미 지난해 말 “갈 곳은 당 대표밖에 없다”고 한 후 표밭을 다져왔다. 안 의원도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지방선거 후에 정권재창출을 위해선 당에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당이 전면적인 쇄신을 거쳐 강한 한나라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내가 그 쇄신에 필요하다고 당원들이 요구하면 그 뜻에 따를 것”이라고 밝혀 당 대표 경선 출마를 강력 시사했다.
여기에 박근혜 전 대표의 당권 접수설과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의 출마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이 위원장의 당대표 도전설은 전당대회 연기론과 함께 거론되고 있다. 전당대회를 7월 재보선으로 미룰 경우 은평을 재보선에 출마, 원내에 입성한 후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것이다.
여야 전당대회
6월~8월 ‘왔다갔다’
이 위원장이 재보선 출마와 관련, “권익위는 생각보다 할 일이 많다. 선거 출마를 생각할 만한 여유가 없다”면서도 “아직은 결정된 바가 없다.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것도 이러한 관측을 부추기고 있다.
또한 여권 일각에서는 이 위원장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정몽준 대표를 지원하고 정 대표가 대선출마를 위해 당 대표직을 사퇴하면 당권 도전에 나선다는 ‘연대설’도 부상하고 있다. 전당대회 연기론도 이 위원장의 당권 도전 때문이 아니라 지방선거에서 패했을 경우 정몽준 대표의 책임론을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의 차기 당권은 복잡한 정치적 계산속에 갇혔다. 민주당 빅3인 정세균 대표와 정동영 의원, 손학규 전 대표가 당권에 대해서는 입을 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선거가 먼저’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정세균 대표가 당대표직에 재도전하거나 정 의원 혹은 손 전 대표가 나서야 한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지만 ‘먼저’ 움직이는 이는 없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지방선거에 패하더라도 정 의원과 손 전 대표가 직접 당권도전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천정배, 김효석 의원을 지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은 여의도의 권력 교체와 관련, “선거 일정도,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들의 통제도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다”면서도 “여야 원내대표 경선에서 ‘대화’를 강조하는 등 전반기 국회와는 다른 전략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은 만큼 후반기 국회는 이전과는 차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