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으로 얼룩진 정치를 바꾸겠다고 나선 이들이 있다. 찻잔을 손에 들고 ‘유쾌한 정치수다’를 떠는 ‘커피당’이 그들이다. 미국에서 유권자 정치참여 모임으로 인기를 끈 ‘커피당’이 한국에 상륙한 것. 이와 함께 ‘막걸리당’ 등 제2, 제3의 유권자 정치참여 모임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정치에 대한 관심과 투표를 통한 선거 참여를 강조하고 있어 정치권도 이들 모임들을 기대어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커피당이 성공하기까지는 난관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도 가시지 않고 있다.
유권자 정치참여 모임 ‘커피당’…‘유쾌한 정치수다’
정치 관심 갖자는 취지는 좋은데 성공 가능성 ‘글쎄’
지난 2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 1층 카페에서 ‘커피당(Coffee Party)’이 활동을 시작했다. 진보적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2010 유권자 희망연대’가 지난 3월 미국의 진보성향 유권자 모임인 ‘커피파티’와 같은 유권자 정치참여 모임을 제안한 것이 이날 창당으로 이어진 것이다.
커피당은 ‘친구, 가족, 동료들 삼삼오오 모여서 커피 한잔 하면서 정치수다를 떠는 모임’이다. 이들은 “유권자들이 ‘정치’에 대해 무관심하니까 정치가 더 더욱 국민의 뜻을 무시하는 것 같다”며 “만나서 얘기하다보면 뭔가 바뀌지 않을까. 심각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우리가 모여서 이야기해본다는 것이다. 모든 변화의 시작은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이라고 말한다.
변화의 시작은 만남
이미 전국에 100여 개의 모임이 열렸으며 이 날만 해도 서울과 지방 30곳에서 동시에 커피파티가 열렸다. 공식 창당행사는 커피당의 ‘시작’을 알리는 자리가 아니라 커피당과 이곳에 참여하는 이들의 포부를 세상에 소개하는 자리였던 것.
커피당은 창당선언문에서 “오늘 우리는 ‘개념찬 유권자들의 유쾌한 정치수다-커피당’을 창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쾌한 정치수다 공간인 ‘커피파티’를 전국 방방곡곡 사방팔방에서 열어 한 사람의 시민들이라도 더 정치에 관심을 갖고 유권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즐겁게 행사하는 장을 만들고 싶다”고 창당 취지를 설명했다.
또한 ‘정치에 대해 늘 얘기하는 사람보다는 정치를 외면하는 다수 시민들을 만나고자 한다’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주장하기보다는 스스로 깨닫고 행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다 같이 모여 소리 높여 외치기보다는 각자의 자리에서 이웃과 더불어 일상의 변화를 꿈꾸고자 한다’는 활동 방향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들은 또 “더 많은 시민들이 정치와 사회에 관한 얘기를 나누는 것, 그 만남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시작이고 우리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작은 씨앗이라고 믿는다”며 “6·2 지방선거에서 통 큰 변화의 바람이 불길 기대하며 다음과 같은 실천으로 크게 한번 일을 내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창당식에서는 ‘6·2 지방선거에서 투표율을 올리는 방법’이라는 주제로 미니 토론회가 펼쳐졌다. 또한 커피당을 제안한 ‘파티플래너’들이 연 소규모 모임을 통해 지방선거에 대해 토론하고 투표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정치권은 커피당의 창당에 일단 반색하는 분위기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정치에 관심을 갖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꿔보려는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각종 선거 결과가 투표율로 좌우되는 만큼 유권자들이 투표에 적극적이 된 것도 정치권을 들뜨게 하고 있다.
커피당의 주장처럼 정치가 ‘멀기만 한 것이 아니라 따뜻한 커피처럼 누구에게나 다가갈 수 있는’ 것이 되고 ‘커피는 쓰지만 투표는 달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는 이들도 있다.
씁쓸한 현실의 벽
하지만 커피당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6일 현재 커피당의 회원수는 602명으로 그 세가 강하지 않다. 또한 미국의 커피당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번진데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트위터’가 선관위의 규제를 받고 있어 “발목에 족쇄를 달고 시작한 출발”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가 약하다보니 지방선거를 앞두고 창당한 커피당이 2012년 총선, 대선까지 활동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하는 이들도 있다. 마을과 회사, 온라인 등 곳곳에서 소그룹으로 차를 마시며 정치에 대해 토론하는 것이 확산되지 않으면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커피당이 미국의 진보성향 유권자 모임인 ‘커피파티’에서 온데다 젊은 계층이 주로 참여하고 있어서 야당 편향적이 되지 않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커피당에 대항할 미국의 보수성향 유권자 모임인 ‘티파티(Tea Party)’의 ‘한국판’이 등장할 경우 커피당과 티파티의 정치세력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커피당 관계자는 “커피당이 정치세력화 될 지 이러다 사그라질지는 아무도 모른다”면서 “커피당은 풀뿌리 모임이기 때문에 그 앞날도 당원들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거리를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