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선거 전 이유있는 ‘정중동’

2010.05.04 09:25:00 호수 0호

‘장님 3년,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보지도 말하지도 듣지도 말라는 시집살이 기술이 여의도 한복판에서 펼쳐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에서다. 정치권에는 바람 잘 날이 없고 주변에서는 박 전 대표의 ‘답’을 듣기 원하는 이들이 아우성치고 있지만 그는 묵묵부답, 요지부동의 자세로 ‘정치’를 관전하고 있다. 한발 물러서 있는 발걸음을 좀체 정치 일선으로 옮기지 않는 모양새다. 하지만 당 지도부에서는 지방선거 지원유세를 요청한다, 김무성 의원을 원내대표로 적극 지원한다면서 그의 옆구리를 세차게 꼬집고 있다. 정치권도 빠르게 혹은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이슈들과 관련, 박 전 대표의 움직임에 시선을 모으고 있다.



깨진 독에 물 붓느니 ‘눈 감고, 귀 닫고, 입 막고’
당 지도부 6월 지방선거 지원요청에 묵묵부답 박근혜

박근혜 전 대표가 여의도를 향해 불어오는 ‘태풍의 눈’에 갇혔다. 박 전 대표 주변은 ‘고요’ 그 자체지만 태풍의 눈을 벗어나는 순간 정치권 안팎의 ‘이슈 폭풍’에 시달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이 그에게 묻는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회로 공이 넘어온 세종시 수정안 처리 방침과 천안함 침몰과 관련, 그의 ‘원칙’에도 물음표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궁금해 하는 것이 ‘선거’에 대한 그의 반응이다.

6월 지방선거와 관련, 박 전 대표는 이미 은근한 지원유세 압박을 받아왔다. ‘당연히’ 도와줄 것이라는 우회적인 부추김이 있었던 것. 또한 이러한 움직임은 차츰 적극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심해지는 외풍
‘입장 밝히라’ 아우성

정병국 사무총장만 해도 “박 전 대표가 전면에서 도와준다고 한다면 백만대군을 얻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했다가 “박 전 대표가 당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주시면 좋겠다”고 하더니 이제 “본격적으로 선거체제 돌입할 때 박 전 대표를 만나 선거지원을 부탁하겠다”고 공언했다.


다른 의원들도 부채질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친박계는 박 전 대표의 지방선거 지원유세는 ‘없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여태까지 지방선거와 관련해 박 전 대표의 행보에서 의중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의 측근인 김재원 전 의원은 좀 더 구체적으로 “박 전 대표가 지방선거에 앞서 당 외곽의 친박계 세력을 모두 정리했고 광역단체장 공천에서도 친박계와 친이계의 대결구도를 만들지 않아 당의 승리를 위한 제반 여건을 마련했다”며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협력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더 이상의 지원유세 가능성을 찾는 것은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공천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지원유세 요청도 임계점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 지도부 뿐 아니라 지방선거에 직접 나섰거나 지원유세를 하는 국회의원, 시·도·당위원장 사이에서 박 전 대표의 지원유세를 청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라는 것이다.

지방선거에 앞서 열릴 또 다른 선거도 박 전 대표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이명박 정권 집권 3년차를 함께 할 원내사령탑 경선에 김무성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친박계의 수장과 좌장격이었던 박 전 대표와 김 의원은 이미 지난해 원내대표 경선에서 ‘김무성 추대론’이 박 전 대표의 반대로 것을 계기로 미지근한 관계를 이어왔다. 여기에 세종시 수정안을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심정적 결별’을 한 상태이다.

때문에 김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하는 자리에서 자신을 ‘비주류 중의 비주류’로 소개했다. 그는 “친이·친박, 주류·비주류, 언제까지 이런 것들에 매달려 있어야 하냐. 서로 상처를 주고받은 기억을 지우고 오로지 하나가 돼야 한다”면서 “분명한 것은 정권을 같이 잡았다는 점이며, 앞으로 주류·비주류의 벽을 허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적지 않은 시간동안 친박계의 중추를 맡았던 만큼 아직까지 친박계에 대한 그의 영향력은 살아있다. 그의 출마를 두고 친박계 내부에서 온도차가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친박계는 김 의원의 출마에 “개인적으로 나선 건데 뭐라 할 말이 있겠냐”는 반응이다. 김 의원 ‘개인’의 일일뿐 ‘친박계’의 일은 아니라는 분명한 선을 긋고 있는 것이다. 친박계 일각에서 ‘꼭 지금 출마를 했어야 했냐’며 못마땅해 하는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특별한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반면 김 의원과 가까운 일부 친박계 인사들은 김 의원의 원내대표 도전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개인적으로는 지금 현재 거론되는 어떤 원내대표 후보보다 정치적 경력상으로 월등히 낫다”는 게 이들의 반응이다.

꺼내든 ‘김무성 카드’
안팎으로 박근혜 옥죈다


김 의원은 이 같은 친박계의 반응에 “(원내대표 출마는) 독배를 받는 것”이라면서도 “친박의 많은 분들이 출마하는 게 좋다고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내대표 출마를 박 전 대표와 상의했느냐는 질문에는 “말하지 않았다. 많은 친박 의원들이 ‘출마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박 전 대표가) 그렇게 (반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한발 비켜섰다.

친박계 인사들 중 일부도 이 같은 의견에 동조한다. 다만 ‘암묵적인 동의’가 아니라 말을 하지 않을 뿐이라는 게 다르다.

친박계 한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이미 김 의원이 박 전 대표와 너무 멀어진 상태여서 그의 원내대표 출마가 박 전 대표에게 그리 큰 감흥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계파간 벽을 허물겠다’는 김 의원의 발언을 거론하며 “(김 의원이) 그 벽에 깔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 의원의 출마가 친이·친박계의 화합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의 골을 깊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원내대표로 당선됐을 시 김 의원이 맡게 될 ‘역할’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당장 6월 지방선거 일정을 앞두고 박 전 대표의 지원유세를 끌어내고 친박계를 ‘전장’으로 내보내는 일에도 당 지도부가 된 그의 ‘몫’이 포함돼 있다. 국회에서 표류 중인 세종시 수정안도 ‘화합’으로 처리해내야 하고 개헌 문제도 남아있다. 이 중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 친이·친박계는 팽팽히 맞서 왔으며 개헌에 대해서도 친이계의 이원집정부제와 박 전 대표의 대통령 중임제가 대립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런 상황의 해답을 끌어내야 한다. 하지만 평행선을 달리는 친이·친박 사이에서 접점을 찾는 것도, 지난 대선 이후 되풀이 돼온 갈등을 화합으로 풀어내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견해다.
정가 일각에서는 김 의원이 “친이계 혼자 주요 정책처리를 강행한다”는 비판의 ‘바람막이’로 쓰이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또한 친박계의 동조를 이끌어내려 할수록 박 전 대표를 고립시킬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내가 원내대표로 나서는 것은 나도 죽고 친박에 치명상을 안기는 행위”라던 김 의원의 고민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는 때 이른 풍랑이 몰아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박 전 대표의 눈길은 잔잔하기 이를 데 없다. 그는 당 지도부의 지방선거 지원유세 요청에는 “할 말 다했다”, 김 의원의 원내대표 경선 출마에는 “몰라요”라는 한마디로 모든 입장을 밝혔다. 이제까지 그의 행보로 봤을 때 긍정보단 부정으로 읽히는 답변들이다.

초여름 소나기 보고
8월 장마까지 준비할까

친박계도 ‘침묵’하고 있다. 상당수 인사들이 지방선거 출마를 포기했으며 친박계 후보에 대한 지원도 조심스럽기 그지없다. 김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와 관련, ‘이름’을 밝히고 친박 내부의 이야기를 밝힌 이도 찾아보기 힘들다. 모든 정국에서 ‘친박’의 이름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 인사들 사이에서는 ‘소나기는 피하고 본다’는 식의 모르쇠 전략이 시작된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6월 지방선거와 세종시 수정안, 천안함 사태, 개헌 등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정치권 핵심 이슈의 직격탄을 맞을 이는 박 전 대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것.


이들은 “6월 지방선거는 여권 핵심부에서조차 ‘위기론’을 펼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게 흘러가고 있고 천안함 사태는 사고의 결과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세종시 수정안의 경우도 국회로 전해지기는 했지만 어떤 진전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박 전 대표가 굳이 앞으로 나서 매를 자처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들은 또 “각종 정치 이슈도 이슈지만 8월을 전후로 원내대표-당대표-국회의장이라는 ‘빅3’의 라인업이 갖춰지게 된다”며 “정치권 이슈들에 대한 당 안팎의 구조도 8월 이후 다시 짜이게 되는 만큼 그 때까지 박 전 대표의 로우키 행보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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