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 경선으로 본 민주당의 고민

2010.05.04 09:20:00 호수 0호

잔뜩 곪은 상처 안고 “약이야, 독이야”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 총성이 울렸다. 출마선언문을 외치며 출발선에 선 후보들은 너도 나도 자신이 적임자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동료 의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여당과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자신만한 인재가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이들의 목소리는 민주당의 현실을 거울처럼 비추고 있다. ‘소외’된 의원들이 많고 ‘투쟁’만 하는 대여관계에 회의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은 상당히 뿌리깊게 민주당을 잠식해가고 있다.

당권 쥔 주류는 어디가고 비주류들만의 전쟁
‘당내 의원들과 소통’ ‘대여 협상론’ 한 목소리



“비주류만 뛰고 있다.”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을 바라보는 이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원내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강봉균·김부겸·박병석·박지원·이석현 의원 중 누구도 자신이 ‘주류’임을 내세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원내대표 경선에 뛰어든 이들은 당내 화합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강봉균 의원은 “관료 출신이기 때문에 스킨십이 모자라는 사람이지만 합리적으로 말하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받아들이는 포용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대했다.

김부겸 의원도 “국민들과 당원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지도자들의 연석회의를 만들겠다”며 “앞으로 ‘언론을 통해 당의 결정을 알게 됐다’는 말이 들리지 않게 하는 한편 단 한명도 소외 받는 의원들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지원 의원은 ‘공정한 조정자 역할’을 강조했다.

원조 비주류 찾아라

이는 곧 현재 민주당에 ‘언론을 통해 당의 결정을 알게 됐다’고 할 만큼 ‘소외’된 의원들이 많다는 말이기도 하다.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이 깊을 뿐 아니라 비주류의 세가 더 강하다는 것에 은연 중 동의하고 있는 것.


실제 당내 최대 비주류 의원모임인 ‘쇄신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이 주류를 압도한다. 일부에서는 “사람 수로 따지면 우리가 주류가 아니냐”며 주류·비주류로 구분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이들도 있다. 소수의 ‘당권파’와 다수의 ‘비당권파’로 봐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비당권파’건 ‘비주류’건 다수의 소외된 의원들을 품에 안지 못하는 한 원내대표 선출은 요원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때문에 누구도 자신을 ‘주류’라 내세우지 않고 있다. 다들 ‘비주류’를 자처하다보니 ‘원조 비주류’ 논란도 일어나고 있다.

이석현 의원은 “손학규 고문의 측근이며 386의 맏형으로 정세균 체제를 출범시킨 후보도 자신은 당권파가 아니라고 하고, 전·현직 정책위 의장도 당권파가 아니라고 한다고 들린다”며 “현직 당 3역조차 당권파가 아니면 정세균 대표 혼자서 당권파라는 말인가”라는 말로 김부겸, 박지원 의원을 겨냥했다.

이 의원은 “도저히 당권파로서는 안되니까 스스로 당권파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떳떳한 게 아니다”라며 “솔직하게 ‘죄송하다, 용서해 달라, 쇄신에 동참하겠다’고 해야 한다”고 거듭 날을 세웠다.

이 의원은 이어 “아무리 능력이 출중하더라도 요직을 한 번 맡은 분은 좀 쉬었다가 맡아야지 혼자서 줄달아 맡는다면 우리가 청와대 회전문 인사를 어떻게 비난할 수 있겠나. 제발 좀 돌아가면서 맡자”는 말로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는 박지원 의원을 정조준했다.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이들의 목소리에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당의 정체성과 대여전략이다. 강봉균 의원은 “그동안 민주당은 뚜렷한 대안도 없고 성과도 없이 투쟁만 계속하는 정당으로 국민들을 실망시켜왔다”며 “선택적·효과적으로 싸우면서 국민 지지를 얻는 전략을 병행하겠다”는 ‘선택과 집중’의 대여관계를 내세웠다.

박병석 의원은 “강한야당, 대안야당, 전국정당으로 지지율 1위를 탈환하겠다”면서 “야당은 왜 발목만 잡느냐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맞서 싸워야 할 때 싸워야 하고 협상할 때 협상해야 하며,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확실히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원 의원도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정체성을 확실히 세우고 강력하고 합리적인 대여 투쟁을 이끌 사람, 풍부한 경험과 정치력을 갖춘 검증된 사람”이라고 역설했다.

박 의원은 이어 “투쟁할 때는 투쟁하고, 협상할 때는 협상하는 성숙한 정치력을 발휘하겠다”며 “원칙과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강력히 투쟁해야 하지만 감동 있는 정치를 위해서는 때로는 유연성도 필요하다. 그 역할을 할 적임자가 바로 저 박지원”이라고 거듭 자신의 역할을 짚었다.

‘강한 야당’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지만 투쟁은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원내대표 출마자들의 공통된 견해인 것이다. “집권 3년째를 맞는 이명박 정부는 국정을 도탄에 빠뜨렸다”며 “그러나 민주당도 국민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주지는 못했다. 제대로 된 투쟁과 현명한 협상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문제의식은 비단 한사람만의 것이 아닌 것이다.


어깨 위 부담감 가득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들 만큼이나 이를 바라보는 이들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당내 소통조차 되지 않는 상태에서 당 지도부의 리더십은 바람 앞의 등불같이 위태로워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당내 불협화음이 더 커지면서 차기 원내대표의 어깨에 무거운 책임감이 얹어지고 있는 것.

당 일각에서는 “정신 차리지 않으면 여당과 승부를 겨루다 패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부터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처지다.

또한 원내대표 경선을 당 개혁의 전초전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6월 지방선거를 치르고 나면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선출되기 때문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말처럼 차기 원내대표가 새 부대에 담길 첫 술이 될 것이라는 것. 이번에 선출될 차기 원내대표를 통해 18대 국회 하반기 민주당의 모습을 미리 그려볼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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