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별별 사건들

2010.05.04 09:15:00 호수 0호

당선 위한 진흙탕 싸움에 어두운 그림자만

6월 지방선거가 정치권의 사정권 안에 들어오면서 갖가지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힘 좀 써 주겠다’며 거액을 요구하는 보이스 피싱부터 당내 후보 경선과 관련, 여론조사 기관에 신빙성을 둔 다툼도 일어나고 있다. 또한 공천·순번배정 등을 놓고 ‘검은돈’과 관련된 갖가지 소문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소문의 경우 검찰이 조사에 나설 정도로 사태가 커지기도 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어나는 사건들을 따라가 봤다.



‘나 최고위원 부인인데…’ 공천 사기 극성
여론조사기관 여론조작 의혹에 경선 말썽

국세청이나 국민연금관리공단, 건강보험공단 직원에서 최근에는 법원, 검찰, 경찰을 사칭하는 등 기승을 부리고 있는 보이스 피싱이 정치권에까지 발을 디뎠다.

지난해 말 여의도엔 때 아닌 ‘보이스 피싱 주의보’가 내려졌다. “나 최고위원 부인인데요. 힘 좀 써 드리겠습니다”라며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했기 때문이다.

실제 보이스 피싱에 속아 돈을 송금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같은 전화를 받았다는 당원들의 신고전화가 계속되자 민주당이 문자 메시지를 통해 전 당원들에게 ‘주의보’를 내렸다.

보이스 피싱은 대부분 당 대표 가족이나 최고위원 부인을 사칭, 공천에 힘을 실어주는 대신 적지 않은 금액을 계좌로 보내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선거에 웬 보이스 피싱?

‘진짜’ 공천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최근 한나라당과 합당을 선언한 미래희망연대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들이다. 이들은 한나라당에 9000만원을 뜯기고 단 한명도 공천을 받지 못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했던 미래희망연대 소속 75명의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들은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을 갖고 그간의 일들을 털어놨다.

이들은 “한나라당과의 공천철회와 함께 탈당 아닌 탈당을 하고자 한다”며 “우리당의 합당결의에 대한 화답으로 한나라당은 공천접수가 마감됐는데도 불구하고 미래희망연대 당원에 한해 4월5~6일 이틀간 추가 공천접수를 받는다고 공고했다. 이에 그동안 출마를 준비해오던 당원들은 혹시나 하는 의심 속에서도 기대를 하며 각 시도별 75명의 후보자가 심사비와 당비명목으로 9180만원의 돈을 내고 한나라당 중앙당에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러나 “그 결과는 역시나였다. 공천은 없었다”며 “언론에서 연일 보도되는 바와 같이 사천으로 전락해 75명의 모든 후보자들을 특별한 통보없이 탈락시키는 ‘제2의 공천학살’ 만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한나라당을 맹비난했다.

이들은 “짜인 각본 속에 우리 미래희망연대 후보자들은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 속에 밤잠을 설쳐가며 23가지의 서류를 준비하고 돈까지 갖다 바치는 바보촌극을 벌인 것”이라며 “역시 한나라당은 차떼기 정당이라는 역사의 꼬리표를 아직도 떼지 못한 원칙도 신뢰도 없는 정당이었다”고 일갈했다.

이어 “이에 우리 미래희망연대 후보자들은 원칙과 신뢰의 정치지도자 박근혜 전 대표의 정치적 이념으로 탄생한 친박연대로 돌아가 6·2 지방선거에서 각 지역별 후보자로 출마해 지역주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고자 한다”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당내 경선과정에서도 사건은 빈번하다. 그 중 가장 흔한 것이 여론조사 조작 의혹이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공천 경선을 위해 선정한 21개 여론조사 업체 중 한 곳이 정세균 대표의 친동생과 관련이 있는 회사라는 의혹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논란이 일자 당 차원에서 수습에 나섰다. 노영민 대변인이 “정 대표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업체는 민주당 여론조사 또는 일부 언론에서 거론한 여론조사 업체와 전혀 무관한 곳”이라는 서면 브리핑을 한 것.

하지만 “경선 여론조사 기관이 당 지도부의 동생이 하는 곳이라는 유언비어가 흘러다닌다”며 여론조사의 공정성을 문제 삼는 이들의 목소리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국내 최고권위의 여론조사기관도 여론조사 의혹을 비껴가지 못했다. 인천남동구청장 한나라당 후보경선 여론조사에 참여한 두개의 여론조사 기관 중 한 곳이 경선심의위원회에서 합의한 사항을 무시하고 질문 한 개를 추가해 문제가 된 것. 이 조사로 박빙이 예상됐던 선거는 후보간 큰 차이를 보이며 마무리됐다.


이와 관련 여론조사 기관이 지방선거 경선에 나선 후보들의 여론을 조작했으며 조사결과를 사전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검은 돈 소문 ‘솔솔

결국 한나라당 인천시당은 지난달 28일 “지난 21일 경선여론조사를 통해 확정한 인천 남동구청장 후보의 공천을 보류하기로 했다”며 “A 여론조사 기관이 두 후보간의 합의를 어기고 여론조사 항목 한 개를 추가했기 때문에 이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은 뒷거래 관행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현역 군수가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현금 2억원을 건네려다 적발되는가 하면 현직 국회의원 보좌관이 기초의원 2명으로부터 억대의 공천헌금을 받아 덜미를 잡힌 것. 지방의원과 지방의원 예비후보자 사이에서도 공천을 위한 돈이 오가 검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정가 일각에서는 “지역에선 ‘공천 받으려면 기초단체장 예비후보는 수억원, 지방의원 예비후보는 수천만원을 내야 한다’는 식의 얘기가 공공하게 퍼져 있는 게 현실”이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검은 돈’을 주고 좋은 자리를 선점한 이들도 있다. 기초의회 의원 선거에서 ‘가’번을 받기 위한 눈치싸움 중 ‘가’번 값이 ‘최소 1억원’이라는 소문이 나돈 것.

이번 선거에는 투표용지가 8개나 되다보니 당선 가능성이 높은 앞번 기호를 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번호선정을 두고 제비뽑기를 하거나 ‘공정한 방법’을 찾으려는 이들도 있지만 앞 순번 기호를 주는 대가로 돈을 받아 챙기는 이들이 있다는 소문이 퍼져나간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최소 1억”이라며 “선거도 돈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한숨소리가 파다하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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