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교계가 들썩이고 있다. 천주교계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반대한데 이어 봉은사 사태로 여권의 불교계 외압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 종교계의 들썩임이 정치 상황과 이어지면서 청와대와 정부·여당 등 여권은 ‘종교계 달래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종교집단은 강한 결집력을 가진 조직인데다 각계와 이어져 있어 자칫 잘못 대처했다가는 상처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정치와 종교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끈이 연결돼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관관계는 특히 최고권력자와의 사이에서 강한 화학반응을 보여 왔다.
역대 대통령 종교계 향한 애정공세 ‘뜨거워’
‘종교의 마음 얻어라’ 대통령들 특급작전은?
정치를 하는 사람치고 종교계에 공을 들이지 않는 이는 없다. 특히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의 경우 종교를 가지고 있건 그렇지 않건 모든 종교에 두루 관심을 내비쳐왔다.
이는 대통령에게 종교적 색깔이 분명할 경우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믿고 있는 특정 종교에 편향되면 다른 종교로부터 비토 당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종교계의 편 가르기는 국민 화합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종교편향 논란은 역대 정권에서 수차례 제기돼 왔다. 대통령들의 종교가 특정 종교의 흥망성쇠에도 영향을 미쳤을 정도다. 그렇다면 역대 대통령들은 어떤 종교를 믿었을까.
대통령 따라 뜨고 지고
우선 초대 대통령이었던 이승만 대통령과 그 뒤를 이은 윤보선 대통령은 기독교 신자였다. 이 대통령은 국내 최초의 감리교회인 서울 정동제일교회에서 장로를 맡았었다. 취임사에서 “하느님과 동포 앞에 나의 직책을 다하기로 맹세한다”고 밝혔을 정도로 독실했으며 정동감리교회 주일예배에도 꼬박꼬박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서울 종교교회에 다녔다. 또한 부인인 공덕귀 여사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교회 권사직을 맡기도 했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 이후 최고권력자들의 종교는 불교로 옮겨갔다. 원래 박 대통령의 학창시절 종교는 기독교로 경북 구미교회를 다녔다. 하지만 점차 종교에 냉담해졌으며 독실한 불교신자인 육영수 여사의 영향으로 친불교적 성향을 가지게 된 것. 암살되기 몇 달 전엔 미국 지미 카터 대통령으로부터 다시 기독교 신자가 될 것을 권유받기도 했다.
한편 평소 도선사에서 자주 불공을 드렸던 육 여사는 조계종 총무원장과 종정을 역임한 청담 스님으로부터 ‘대덕화’라는 법명을 받았다.
박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전 대표의 경우 친불교성향의 카톨릭신자이며 아들 박지만씨는 기독교 신자로 소망교회를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도 불교를 믿었다. 전 대통령은 카톨릭 신자였으나 백담사 은거 생활 중 불교로 개종, 독실한 불자가 됐다. 노 대통령은 독실한 불교신자로 유명하다.
김영삼 대통령의 종교는 기독교다. 김 대통령은 서울 충현교회 장로였는데 충현교회는 서울 강남 3대 엘리트교회 중 하나로 소망교회, 사랑의교회, 온누리교회, 광림교회와 더불어 정재계 유력 인사들과 법조인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교회로 알려진 곳이다.
김 대통령은 재임 중 종교색을 강하게 드러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청와대에 예배실을 마련, 목사들을 초청해 가족 예배를 본 것. 청와대에 기독교 모임이 만들어 진 것도 이 시기였다. 이와 함께 청와대 내에 불교도 모임인 ‘청불회’가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이는 종교편향 논란으로 멀어진 불교계와의 거리를 좁히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김대중 대통령은 ‘토머스 모어’라는 세례명을 가진 카톨릭 신자였다. 재임 중 성당에 나가 미사를 보기도 했으나 다른 종교와 크게 마찰을 빚지는 않았다. 당장 교회 장로였던 부인 이희호 여사와도 종교를 둔 마찰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종교가 없었다. 기독교 신자이기도 했고 유스토라는 카톨릭 세례명도 받았지만 종교에는 대체로 무심했던 것.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대선후보 시절 김수환 추기경을 만난 자리에서 “1986년 송기인 신부에게서 영세를 받아 ‘유스토’라는 세례명을 얻었지만, 열심히 신앙생활도 못하고 성당도 못 나가 프로필 종교란에는 ‘무교’로 쓴다”고 말한 바 있다. 부인 권양숙 여사는 불교 신도였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은 종교색이 확실하다. 기독교 신자인 이 대통령은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교회 중 하나인 소망교회 장로다. 정재계 유력 인사들이 다니는 소망교회는 이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다시한번 화제를 뿌렸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종교편향 논란 등을 우려, 청와대 내에서 케이블TV 등을 통해 예배를 봐왔다. 하지만 지난 4일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소망교회를 찾아 부활절 예배를 봤다. 이는 지난 2008년 3월 소망교회에서 부활절 예배와 같은 해 12월25일 성탄절 예배 이후 1년 3개월 만이었다.
청와대에 ‘종교’ 있다?
종교편향 논란이 정권을 따라다니면서 대통령들은 절과 교회, 성당에 고른 관심을 보이려 노력해왔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 내 종교모임들은 정권이 종교계를 향해 손을 내미는 주요 창구가 됐다.
현재 청와대 내 종교모임으로 불교 신자들의 모임인 ‘청불회(청와대 불교회)’와 개신교 신자들의 모임인 ‘신우회’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 종교모임들은 최근 불거진 4대강 사업에 대한 천주교의 반대, 봉은사 외압설과 관련한 불교계와의 불편한 관계에서 중간다리 역할을 해내고 있다.
‘청불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이 최근 서울 삼청동 안국선원에서 법회를 개최한 데 이어 매달 정기법회를 봉행키로 한 것도 봉은사 사태이후 들끓고 있는 불교계와 무관하지 않다.
천주교 주교회의에서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자 지난달 31일엔 청와대 천주교 신자들의 모임인 ‘청가회(청와대 가톨릭신우회)’가 출범하기도 했다. 초대 회장은 김백준 총무기획관이 맡았으며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직원 가운데 천주교 신자 7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청가회’에 대해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가 천주교와 일상적인 소통을 할 수 있는 창구이자 통로가 될 것”이라며 “청가회의 활동이 활발해지면 천주교 등 종교뿐 아니라 사회전반에 정부 정책의 이해와 협력을 구하는 활동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