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지만 입법·사법·행정부의 재산은 상승 곡선을 그린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회·대법원·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재산변동 신고내역에 따르면 고위 공직자 10명에 6명꼴로 재산이 증가했다. 경기침체로 인해 부동산 공시가격이 하락하기는 했지만 펀드·주식의 평가액이 상승, 짭짤한 수익을 맛본 것. 그렇다면 잠룡들의 ‘주머니 사정’은 어떨까. 지난 1년간 재산변동내역을 통해 고위공직자들과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정세균 민주당 대표, 박근혜 전 대표, 정동영 의원 등 차기 대권을 노리는 잠룡들의 가계부와 재테크 비법을 확인했다.
경제 위기상황 속 입법·사법·행정부 재산은 ‘쑥쑥’
국회의원 53% 평균재산 6억 상승…삼성주가 구세주
입법·사법·행정부 고위공직자 중 절반 이상이 지난 일 년 동안 알토란같은 재산을 불렸다. 국회·대법원·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재산변동 신고내역에 따르면 중앙부처 1급 이상과 지방자치단체장, 광역의원, 교육감, 교육위원 등 행정부 고위 공직자인 1851명의 평균 재산은 12억8400만원으로 전년보다 평균 1200만원 감소했다. 하지만 이 중 58%인 1077명의 재산이 늘었다.
전체적으론 줄어든 재산
곳곳에 ‘재테크 고수’
사법부 공직자들의 재산도 평균 8202만원 감소했지만 법원과 헌재에서 41%, 중앙선관위에서 80%에 해당하는 공개 대상자들의 재산이 늘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회의원의 평균 재산은 27억3100만원(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제외)으로 평균 2억2863만원 증가했다. 또한 국회의원 293명 가운데 53%인 156명의 재산이 늘었다.
이들의 재산내역은 부동산과 주식이 좌우했다. 경기침체로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면서 전체적으로 하락세를 보였으나 펀드·주식으로 웃은 것. 특히 평균 재산이 오른 동시에 개별적으로 재산이 상승한 이들이 많은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는 활발한 주식투자가 눈에 띈다.
1년 사이 주식투자 규모를 5배 늘린 김세연 한나라당 의원은 YTN 2000주, 나우콤 227주, 우리투자증권 126주, 동일벨트 782만5740주를 보유, 평가액이 122억8000만원에서 657억49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김 의원은 비상장주식으로 삼성SDS, 세일기업, 삼성네트웍스 등의 주식을 갖고 있다.
다른 의원들은 ‘삼성주’에 유난히 강한 면모를 보였다. 강석호 한나라당 의원은 삼성증권 376주, 포스코 1000주를 갖고 있으며, 김희철 민주당 의원은 삼성전자 28주, 삼성전자 우선주 242주 등 삼성그룹주로만 주식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백성운 한나라당 의원도 하이닉스반도체 666주를 제외하곤 삼성전자 우선주 340주, 삼성전자 676주로 재산내역 유가증권란을 채웠다.
이 외에도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삼성카드,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주를 가지고 있다. 특히 전 의원은 예금을 인출해 이를 한국전력, 기아자동차, LG화학, 삼성카드 등에 투자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자들 중에서는 김기수 김영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8억5722만4000원상당의 삼성전자 주식 3576주를 가지고 있다고 신고해 눈길을 끌었다. 강일원 대법원 기조실장은 배우자가 우량주인 삼성전자 680주로 1년 만에 2억여 원의 수익을 거뒀다.
김진항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장은 배우자의 ‘주테크’ 실력이 남달랐다. 김 실장의 배우자는 STX엔진, 한화증권,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등에 2억4997만2000원을 투자해 1년 만에 2061만2000원을 벌어들였다. 김종백 인천지법원장도 한일시멘트 9000여주를 보유, 1년 만에 1억3400여 만원을 벌었다.
잠룡들의 ‘주테크’ 성적은 어떨까. 국내 최고 재력가 중 한 명인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의 경우 주식평가액 급감이 재산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정 대표의 재산은 2007년 12월31일 기준으로 3조6000억원이었다가 2008년 주식평가액이 급감하면서 절반 이상 감소했으며, 지난해 12월31일 현재 1조4501억5069만원에 그쳤다. 이는 그가 주주로 보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주식이 하락하면서 2134억원의 손해를 본 탓이다.
잠룡들 재산 하락
주식·부동산 때문에…
하지만 가장 많은 감소에도 불구, 정 대표가 여전히 국회의원들 중 최고 부자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것도 현대중공업의 주식 가치 때문이다. 그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주식은 821만여 주로 그 가치가 1조4244억원이 넘는다.
이 밖에 정 대표는 한겨레신문사 주식 2000주를 갖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와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아예 ‘주테크’를 가까이하지 않았다. 주식이나 채권 등 유가증권을 한주도 보유하지 않고 있는 것. 정동영 의원은 장남의 CMA- 발행어음 11만5081주를 신규 등록했으며 정세균 대표는 본인과 배우자, 자녀 등이 가진 국채와 주식, 비상장주식들이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잠룡들의 재산내역에 영향을 준 것은 무엇일까. 박 전 대표의 경우 부동산 가격 하락이 재산에 영향을 줬다.
정몽준 주식 하락, 박근혜 부동산 때문에 울상
정세균 빚 내 정치, 정동영 선거비용 받아 ‘활짝’
박 전 대표는 이번에 21억6149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강남구 삼성동 자택과 대구 달성군 아파트 등 건물 3채와 자동차 3대 등 보유 재산에 큰 변동은 없었으나 지난 2008년 12월 당시보다 1억5000만원 가량 재산이 줄어든 것. 이는 예금은 4000만원 가까이 증가했음에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과 대구 달성군 아파트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반면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지역구인 경남 사천에 보유하고 있는 전답 등 부동산 가격이 일부 오르면서 지난해보다 2731만원이 늘어난 1억6283만원을 신고했다.
재산 상위 목록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부동산’은 주요 재산목록이었다. 국회의원 4명 중 1명은 20억원 이상의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나타난 것. 한나라당이 48명으로 가장 많았고, 민주당이 14명, 자유선진당이 6명, 미래희망연대가 2명, 민주노동당과 창조한국당이 각각 1명씩이었다.
‘부동산 부자’들이 ‘금싸라기 땅’으로 꼽은 곳은 강남과 서초·송파 등 강남 3구였다. 국회의원 297명 중 100명이 이곳과 목동에 아파트 또는 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
박상은 한나라당 의원은 강남구 연립주택과 사무실과 관련, 32억여 원을,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은 강남구 단독주택과 근린생활시설로 22억여 원을 신고했다. 이사철 의원은 서초구에 연립주택과 상가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강남구와 서초구에 각각 아파트 1채씩을 보유하고 있다. 정동영 의원도 강남구에 7억원대 아파트를 신고했다.
정치활동으로 인한 채무의 유무도 재산내역에 작용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재산은 전보다 1100만원 줄어든 26억4413만원으로 집계됐는데, 특히 채무가 2억7480만원 늘었다. 예금, 유가증권 등에서 재산 증가가 있었지만 지난해 의원직을 사직하겠다고 밝힌 후 세비를 받지 않으면서 빚을 내 각종 비용을 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의정활동비 등으로 인한 채무는 지난해 8700여 만원에서 2억7480만원으로 3배 가량 늘었다.
정치 상황 따라
재산 오르락 내리락
반면 정동영 의원의 경우 지난해보다 1억2400여만원 증가한 13억원 가량을 신고했다. 지난해 4월 재보궐 선거가 끝난 후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거비용을 보존해준 탓이다.
일부 잠룡의 경우 비영리법인에 재산을 출연키도 했다. 정세균 대표는 자신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사단법인)미래농촌연구회에 9560만원을 출연했다. 정몽준 대표는 이사를 맡고 있는 재단법인 아산정책연구원에 126억3952만원을, 대표를 맡고 있는 ‘해밀을 찾는 소망’에 4억9000여 만원을 출연했다.
또 한 가지 정몽준 대표의 재산내역 중 눈길을 끄는 것은 그의 예금이다. 정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구 각 동별 새마을금고 지점에 1000만원에 1억원까지 모두 6억 8000만원의 예금을 보유, 예금으로 지역구 관리를 톡톡히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
이 밖에 이회창 대표는 재산이 7000만원 남짓 증가해 27억7820만원으로 집계됐다. 용산구 서빙고동 아파트의 전세금 반환으로 인해 본인과 배우자의 예금이 3억원 가량 늘어난 것. 최근 국민중심연합을 창당한 심대평 대표는 3억 3000만원 줄어든 31억1000만원을 등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