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6일 오후 국민들에게 비보가 전해졌다. 천암함 침몰이 그것이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충격적인 참사에 이명박(MB)정부 초기부터 나타났던 대형참사 도미노가 재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 MB정부 이후 화재와 자살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육·해·공 어느 곳도 마음 놓을 수 없었다. 과거 YS 정부 시절 ‘대형참사 공화국’이 떠오르기도 했다. <일요시사>에서는 역대 대통령 재임 시 벌어졌던 대형참사를 전격 비교했다.
문민정부… 사망자 1천여명 ‘붕괴·폭발정부’
DJ정부… 사망자만 250여명 발생한 ‘화재정부’
참여정부… 화재·자살로 얼룩진 ‘자살공화국’
MB정부…자살과 화마 휩싸이고 추락 침몰까지
‘아비규환’ 지난 3월26일 일어난 ‘천안함 침몰’은 참상 그 자체였다. 실종자만 46명에 달했다. 이들 중 현재 드러난 사망자는 2명. 더욱이 구조활동을 위해 나섰던 금양98호도 지난 4월2일 침몰돼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들 실종자 9명 중 2명만 발견됐고 7명은 생사를 알 수 없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다. MB정부는 이번 해군 사고에 앞서 공군과 육군에서 참사가 연이어 벌어졌다. 지난 3월2일 전투기 추락과 다음날인 3월3일 육군헬기 추락이 그것이다. 3월3일 경기도 남양주에서 육군 헬기가 훈련 중 추락해서 조종사 2명이 순직했다. 이날 오후 8시25분쯤 육군 109항공대 소속 헬기 1대가 훈련 중 경기도 남양주시 이패동의 한 비닐하우스 단지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조종사 박정찬(45) 준위와 부조종사 양성운(32) 준위 등 2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이에 앞서 전날인 3월2일에는 전투 기동훈련을 하던 공군 F-5 전투기 2대가 오후 12시25분쯤 강원도 평창군 선자령 정상부근에 추락, 조종사 3명이 모두 순직했다.
바다에선 침몰하고
하늘에선 추락하고
이처럼 대형참사가 연이어 벌어지면서 일각에선 대형참사의 도미노가 시작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MB정부 출범 때부터 시작된 불운의 그림자가 계속해서 진행 중이란 것이다.
MB정부는 정권 이양을 코앞에 둔 시점에 숭례문 화재와 정부중앙청사 화재 등의 악재를 만났다. 새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 일어난 참사인 만큼 ‘과연 MB정부는 대형참사를 피해갈까’란 우려 섞인 목소리도 들렸다.
2008년 숭례문 방화사건은 그해 2월10일 발생했다. 방화범 채모(당시 69)씨가 오후 8시40분 전후 숭례문에 불을 질렀고 다음날인 2월11일 오전 0시40분쯤 숭례문의 누각 2층 지붕이 붕괴됐다. 이로 인해 석축을 제외한 건물이 모두 붕괴되면서 ‘이명박 정부의 악재에 대한 전초전’이란 말이 나돌았다.
그런가하면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화재는 숭례문 화재 발생 11일 만인 2월21일 낮 12시30분쯤 발생했다. 이처럼 대형사건이 발생하면서 국민들은 불안감에 휩싸였고 민심은 흉흉해졌다.
MB정부의 재난사는 이때부터 이어졌다. 그러면서 유명 인사들의 자살소식도 계속해서 전해졌다. 대표적 사건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이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9년 5월23일 봉하마을에서 생을 달리했다. 뇌물 혐의로 수사를 받던 전 대통령의 자살은 각종 의혹과 논란을 불러 일으켰고 MB 정부는 비난의 화살을 면치 못했다.
연예계 등 유명인의 자살도 이어졌다. 지난 2008년 9월 탤런트 안재환을 필두로 최진실, 최진영 등이 세상을 등지면서 베르테르 효과가 발생해 대한민국은 자살공화국이란 오명을 얻어야 했다.
그러면 역대 대통령 중 어느 정권에서 대형참사가 가장 많이 일어났을까. 그 중 비극의 주역으로 꼽는 정권은 단연 ‘김영삼(YS) 정부’다. 당시 유난히 붕괴와 폭발사고 등 대형참사가 많이 발생했다.
YS의 문민정부 대형참사는 지난 1993년 1월27일 시작됐다. 충북 청주시 우암상가아파트 붕괴사고가 그것이다. 이 사고로 27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크게 다쳤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10여 건의 대형참사가 연이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사망자만 1000여 명에 달했다. 육·해·공에서 끊임없이 대형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그 중 육지에서 발생한 대형참사로는 ▲부산 구포역 열차 전복사고(1993년 3월8일 79명 사망) ▲성수대교 붕괴(1994년 10월21일 32명 사망) ▲서울 아현동 가스폭발(1994년 12월 12명 사망) ▲대구 지하철 공사장 폭발사고(1995년 4월28일 101명 사망) ▲삼풍백화점 붕괴(1995년 6월29일 502명 사망) 등을 꼽을 수 있다.
무너지고 폭발하고
침몰하고 추락하고
이중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와 대구 지하철 공사장 폭발사고는 아직도 많은 국민들의 뇌리 속에 남은 사고다. 502명의 생목숨을 앗아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광복이래 58년간 일어난 재난 가운데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사상 최악의 사고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대구 지하철 공사장 폭발사고는 대구 달서구 상인동 건설공사장에서 도시가스가 폭발하면서 일어났다. 이 사고로 출근길 직장인과 등교하던 101명이 사망하고 101명이 부상을 당하는 등 국내 지하철 사상 최대 참사를 기록했다.
‘해상’사고도 이어졌다. 1993년 10월11일 주말 바다 낚시꾼들과 섬주민·승무원 등을 태운 여객선이 침몰, 292명이 참사를 당했다. 당시 서해페리호는 전북 부안군 위도면 파장금항을 떠나 부안군 격포항으로 가던 중 임수도 부근 해상에서 파도와 돌풍으로 침몰했다.
대형화재사건만 8건
DJ정부는 ‘화재정부’
‘항공’에서도 대형참사가 일어났다.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항공기 추락사건이 그것이다. 1993년 7월26일 오후 3시40분쯤 일본인 3명을 포함, 승객 100명과 승무원 6명을 태우고 김포를 떠나 목포로 가던 아시아나항공 0Z733편 보잉737500 여객기가 전남 해남군 화원면 마산리 야산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탑승자 중 66명이 목숨을 잃었다.
악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997년 8월5일, 승객과 승무원 231명을 태우고 서울을 출발, 남태평양 괌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801편 보잉 747 여객기가 6일 새벽 1시35분쯤(한국시각) 착륙을 앞두고 레이더에서 실종, 괌섬에 추락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에는 유난히 화재로 인한 참사가 많았다. DJ정부를 ‘화재정부’라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시작은 1999년 6월30일이었다. 이날 경기도 화성군 씨랜드 청소년수련원에서 오전 1시30분쯤 3층 건물 숙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여름캠프에 왔던 유치원생 23명이 숨졌고 3명은 크게 다쳤다. 참사가 빚어진 사고현장에선 시신이 모두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화재 참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같은 해 10월30일 인천 인현동 상가건물 화재가 그것이다. 20여 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무려 54명의 꽃다운 젊은 목숨이 북망산길에 올랐다.
이듬해인 2000년 10월18일 성남 유흥주점 화재에선 7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 화재는 불과 채 1년이 되지 않았던 인천 인현동 상가건물 화재와 복사판이란 점에서 DJ정부는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었다.
2001년 3월5일에는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서 화재사건이 발생해 ‘화재정부’의 아성을 이어갔다. 이날 사고로 소방관 3명이 순직하고 3명이 중상을 입었다. 특히 결혼을 눈앞에 두고 있던 소방관과 칠순 노모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현장근무를 자원했던 소방관의 순직은 국민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DJ정부=화재 정부’의 등식을 성립시켜주는 사건은 계속 발생했다. 2002년 1월31일 군산 유흥업소 화재, 12월6일과 8일에 발생한 충남 서천의 노인복지시설과 인천 여인숙 화재 등이 그것이다. 군산 유흥업소 화재는 12명이 사망했고 충남 서천의 노인복지시설 화재에서는 장애인 노인 9명이 참변을 당했다. 또 인천 여인숙 화재에서는 중국동포 등 1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화재정부’란 닉네임을 확실하게 각인시켜 준 또 하나의 사건은 2003년 2월18일 일어난 국내 지하철사고 사상 최고의 참극인 ‘대구 지하철 화재사고’다. 사고 당일 사망 122명, 실종 80여 명 등 사망·실종자수가 200여 명에 달했다. 부상자수도 138명이나 속출했다. 국내 지하철 사고 사상 최악의 참극이 빚어진 것이다. 이 사고는 DJ정부 마감 1주일을 앞두고 일어나 DJ의 고심이 매우 컸다는 후문도 전해졌다.
노무현의 참여정부 때도 참사는 비껴가지 않았다. 최악의 기름유출, 이천 냉동창고 대형 화재, 숭례문 화재, 정부중앙청사 화재, 헬기 추락 등이 참여정부 때 벌어진 대형사고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인식 속에 참여정부는 ‘자살공화국’으로 낙인찍혀있다. 저명인사들의 자살사건이 끊이지 않은 탓이다.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 안상영 전 부산시장과 부산국세청 공무원 전모씨,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 등 6명의 인사들이 줄줄이 목숨을 끊었다.
이들은 특히 모두 검찰의 수사를 받던 도중 자살을 선택해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당시 이들의 자살 원인 중 가장 유력한 것은 검찰수사에 대한 압박감과 수치심 등을 감당하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이었다.
저명인사 자살로 시작
화마와 추락으로 매듭
한편 이번 천안함 침몰 사고 원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규명, 신속한 수습, 그리고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필수적으로 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국민들 사이에 ‘언제 나에게도 이런 위험이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겨주는 정부는 결코 좋은 평가를 기대할 수 없다”며 “그런 정부를 가진 국민은 대형 참사의 일상적인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불행하다. 국민들은 YS정부에 이은 MB정부의 사고 도미노 현상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