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최진영 자살 ‘미스터리’

2010.04.06 11:07:56 호수 0호

누나가 그리워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2008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우 최진실에 이어 동생 최진영마저 지난 3월29일 자살로 생을 마감한 가운데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누나 최진실의 사망 이후 오랜 기간 힘든 시간을 보냈던 최진영은 최근 뒤늦게 대학에 진학하고 새 소속사와 계약을 맺는 등 연예계 복귀에 대한 의욕을 보여와 안타까움과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최진영이 남긴 미스터리를 짚어봤다.


경찰 “자살 판단” 공식 브리핑
지인들“사전징후 보였다” 밝혀


경찰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최진영에 대해 우발적 자살로 결론지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3월30일 오전 공식 브리핑을 열고 “사인은 망인의 침실 빔프로젝터에 걸린 전선줄에 의한 경부 압박질식사로 추정된다”며 “현재까지 망인이 사용하던 컴퓨터, 거주지 등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자살이 명백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심한 우울증·스트레스
지난해에도 자살 기도



자살 동기로는 누나가 사망한 이후 찾아온 심한 우울증과 스트레스를 꼽았다. 유가족과 지인들의 진술에 따라 경찰은 “누나 최진실이 자살한 후 우울증에 빠졌고 병원 진료 대신 약을 복용해 왔다”며 “사는 것을 포함해 모든 것이 힘들다고 말했고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최근엔 자주 만나던 사람도 없이 집에만 있었다”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전에도 자살을 기도한 사실이 지인들의 진술을 통해 드러났다. 최진영은 지난해 12월24일 누나의 생일에 약물 과다 복용으로 병원에서 위세척을 받았다. 같은 해 초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최근 출연하는 작품이 없는 등 모든 일이 뜻대로 되지 않자 극단적인 자살로 이어진 것으로 내다봤다. 시신은 3월29일 오후 2시경 고인의 침실에서 대학 후배 J씨와어머니에 의해 최초로 발견됐다.

앞서 J씨는 오전 10시 고인과 전화 통화를 했으나 횡설수설하다가 끊어졌고 재통화를 시도했으나 받지 않은 것으로 밝혔다. 이후 J씨와 모친은 집 근처 커피숍에서 만나 최진영의 이상 징후에 대해 얘기했고, 같은 시각 오후 1시께 자택 가사 도우미 여성은 최진영이 침실로 물병을 가져달라고 요청해 전달했다고 한다. 이것이 생전 타인과의 마지막 접촉이다.

최진영의 비극적인 최후에 근본적인 이유를 제공한 것은 무엇보다 누나 최진실의 자살사건일 것이다. 지난 2008년 10월 이후 최진영이 자책감에 시달리며 우울증을 앓아왔다고 지인들은 이야기하고 있다. 고인은 지난해 3월 자신의 미니홈피에 “지친다. 사람이란 것에 지치고, 살아온 것들에 지치고, 이런 나 때문에 지친다”고 힘겨움을 토로하는 한편 자신의 사진 아래 ‘depression’(우울, 우울증)이라는 단어를 써놓았다.

고인은 최근 주위 사람들을 만나 “힘들다. 누나가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진영은 사망 일주일 전에도 최진실의 묘소에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최진영은 홀로 경기도 양평 갑산공원에 잠든 최진실의 묘소를 방문해 위안을 얻곤 했었다고 한다. 갑산공원의 한 관계자는 “최진영이 낮에 오면 사람들의 눈에 띈다고 종종 밤늦게 혼자 갑산공원에 왔었다.

밤에 관리소에 불이 켜 있으면 놀러 와도 되냐고 묻길래 그러라고 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최진영은 인적이 드문 밤에 혼자 최진실의 묘소 앞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누나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 최진영은 차에서 밤을 지샌 후 집으로 돌아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끔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고 오열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다. 낮이 아닌 밤에 온 것을 보면 그의 속마음을 알 수 있지 않겠나. 누나의 묘지 앞에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냈다. 누나에 대한 마음이 남달랐다”고 말했다.

우울증은 없었다?
경제적인 어려움?

현장에 있던 다른 관계자는 “자살하기 약 일주일 전에도 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갑산공원을 찾은 조문객 중 최진영을 봤다는 사람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에도 다녀가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전문가를 불러 최진실의 묘지 앞 CCTV를 확인해보려 한다. 언제쯤이지 모르지만, 만일 다녀갔다면 최진영의 마지막 모습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경찰이 자살 동기로 꼽은 우울증에 대해서는 지인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누나의 죽음 이후 우울증을 앓아왔다고 말하지만, 소속사 측은 공식보도자료를 통해 “고인은 사망 전 최근 지인들과 잦은 만남을 통해 웃음을 보였고 일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내비쳤으며 평소대로 활달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우울증 증세는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몇몇 연예 관계자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자살 동기 이유로 꼽고 있다. 누나가 세상을 떠난 뒤 최진실이 남긴 두 아이를 키워왔던 최진영이 “조카들을 양육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말을 하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일각에서는 최진영이 부채에 시달려왔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다.

일주일 전에도 최진실 묘소 찾아
두 자녀의 거취 화두로 떠올라


고인의 지인들은 이번 자살이 경제적인 이유 때문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진실이 남긴 유산이 대부분 부동산이어서 유동성 자산이 넉넉하지 않았을 수는 있지만, 그것이 스스로 생을 끊을 만큼 심각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두 조카를 양육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그에게 활동 재개에 대한 힘을 불어넣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진실에 이어 최진영까지 자살로 생을 마감하면서 조성민과 최진실 사이에서 태어난 두 자녀의 거취가 화두로 떠올랐다. 두 자녀 환희(10·남)와 준희(8·여)는 최진실이 숨진 2008년 10월 이후 외할머니 정옥숙씨와 최진영이 키워왔다. 친자식 이상으로 각별한 애정을 쏟았던 최진영은 서울 논현동 자택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아버지 역할을 대신해왔는데, 아이들의 양육권을 지켜내기까지 순탄치만은 않았다.

생부인 조성민이 이혼 당시 포기했던 권리를 최진실의 사망 직후 다시 주장했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정지된 친권이 살아나면서 조성민은 아이에 대한 양육권·재산관리권 등을 두고 유족들과 첨예하게 맞섰다. 그러다가 결국 조성민은 같은 해 12월 “법적 절차와 상관없이 앞으로 아이들에 대한 모든 권리를 행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후 최진영은 실질적인 아버지 몫을 해왔지만 그의 사망 자체가 양육권 문제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최진영이 아이들을 입양하거나 법적인 양육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유에서다.

조카 환희·준희
아버지 역할 대신해

그러나 양육권 변경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최진영의 사망으로 경제력이 현저히 떨어질 경우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 또 고령의 나이와 육체·정신적으로 건강이 악화돼 외할머니 혼자 양육할 수 없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민법상 양육권은 아이들의 복리가 최우선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당장 조성민 측이 양육권 주장을 펼칠 가능성은 낮지만 머지않은 시기에 외할머니 양육의 한계를 거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성민과 유족들은 현재 양육권을 둘러싸고 “지금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한 발짝 물러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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