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3월30일 백령도와 천안함 침몰현장을 찾았다. 북한의 원례도 진지와 겨우 7.7㎞ 떨어진 최전방이자 북한 야포의 사정거리 내에 있는 현장에 대통령이 방문한 것은 사태가 갖는 심각성을 반증하고 있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미칠 수 있는 후폭풍의 파괴력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는 물론 군 당국, 정치권 등에선 사고 원인 분석이 한창이다. 원인에 따라 달라질 파장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천안함 진입이 이뤄진 3월30일을 기점으로 급격히 외부 공격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일요시사>는 천안함 침몰이 몰고 올 사회적 파장을 추적했다.
북한 연루됐다면 전시체제 돌입하며 국민불안 가중
내부 원인이라면 정부와 군의 능력 부재 도마 위로
천안함 침몰 원인을 두고 정부와 군의 발언이 흔들리고 있다. 주목되고 있는 부분은 당초 제기됐던 ‘내부 폭발’에서 외부 충격으로 급격히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당초 북한의 관련 여부를 낮게 본다던 언급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로 바뀌었다. 이처럼 사고 원인을 두고 발언이 달라지고 있는 것은 원인에 따라 정부는 물론 군이 감당해야 할 책임과 향후 정국과 국제사회에 미칠 파장의 파괴력에 기인한다.
현재 원인에 대한 키워드는 북한 무력도발, 내부 폭발, 장기 미제화 등 세 가지로 요약되고 있다. 분위기 상 외부 충격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북한의 무력 도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국방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런 가운데 천안함 사고가 일어난 직후 최원일 함장이 해군 제 2함대 사령부에 상황을 보고할때 “피격당했다”는 표현을 쓴 것으로 알려져 외부충격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럴 경우 남북관계에 미치는 파장의 종착역은 남북관계의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이다. 결국 정부는 중대결심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북한 관여 사실이라면
남북관계는 파국?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만일 북한이 실제 개입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남북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파국 상황으로 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방 전문가는 “북한군의 어뢰나 기뢰 공격이 사고원인으로 판명된다면 정부는 어떤 방식으로든 대응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이때 중요한 것은 한반도 긴장지수를 높이지 않는 것인데 이를 감안해 적절한 수준에서 대응책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국방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전시상태 조성’ 가능성이다. 정부는 사고 원인이 제3국의 의도적 공격에 의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대응하기 위한 관련 국제법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군 과실이 아니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대목이다. 군 과실이라는 국제법에 통한 대응이 필요하지 않는 까닭이다.
국제적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연루됐을 경우 파장은 일파만파 확산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시아 전체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파장의 직격탄은 예정된 6자회담 변수다. 6자 회담의 핵심은 북한의 회담 복귀 여부에 있다. 그런데 북한이 이번 참사와 관련됐다면 복귀는커녕 동북아 및 국제사회 전반에 후폭풍이 몰아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일본, 러시아 등 당사국들이 이번 사고 원인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기인한다. 한 국방전문가는 “북한이 대화를 포기하고 강경노선을 선택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의 주도로 가능성이 높아졌던 6자회담 재개는 사실상 무산될 수 있다”면서 “미국 등 서방국들의 대북 경제압박도 더욱 거세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실제 북한의 개입이 확인될 경우 사실상 ‘전시 상태’를 의미한다는 게 국방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우선 대북 군사적 응징론 등이 제기되는 등 강경 대응론이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북 여론이 높아지면서 군사적 행동의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6자회담의 사실상 폐기 등 남북관계의 전면 중단도 이뤄질 공산이 크다.
여기에다 북·미 간 핵협상 등 동북아 정세도 급냉각 국면에 들어간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게 자명하다. 일각에선 전쟁의 가능성까지 점쳐질 정도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남북관계에 이상기류가 감지될 때마다 벌어졌던 해프닝인 ‘생필품 사재기’가 이번에도 벌어지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후폭풍은 상상 이상의 메가톤급일 수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말이다.
장기 미제된다면… 의도적 은폐 논란 휩싸이며 정국 강타
정치권 “몸 낮추고 촉각” 경제 “금융대란만 안 났으면…
경제 후폭풍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과 연루가 되어 있다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내외 변수에 약해진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H증권 한 연구원은 “북한 연루가 사실이라면 지정학적 리스크가 급등하고 한국경제 전반에 커다란 후폭풍이 올 것”이라며 “남북 대치상황이란 지정학적 불안에 노출된 우리 경제로서는 북한이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 중대한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고원인이 내부폭발로 판명 날 경우에도 파장은 클 것으로 보인다. 군의 안보태세와 위기대처에 커다란 신뢰의 위기가 닥칠 것이 자명하다는 이유에서다. 기강해이와 대응미숙 등의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군 내부의 파장이 일어날 공산이 크다.
내부 원인으로 꼽을 수 있는 요소는 암초에 의한 좌초와 내부 유류·폭약에 의한 폭발 등이다. 물론 지금 흐름으로 이 같은 요소가 사고원인이 되기는 신빙성이 떨어지는 감도 없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침몰 원인으로 배제하기는 이른 시점이다. 만일 내부 원인으로 규명되면 직격탄은 군으로 꽂힐 가능성이 높다. 군의 작전·관리 능력 부재를 의미하고 있어서다.
국방 장관 물러나고
정부는 대국민사과?
한 국방위원은 “1차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은 군 수뇌부를 포함한 정부와 군의 지휘 라인에 대한 초대형 문책”이라면서 “김태영 국방장관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고 국무총리 교체나 이 대통령의 대국민사과까지 이뤄질 공산이 크다”고 진단했다. 만일 군 기강해이가 도마에 오르면 군은 패닉상태에 빠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군 기강해이의 핵심은 46명의 실종자를 낸 참사를 초래한 함정 정비 소홀 등에 대한 책임론이다.
여기에다 작전실패 등 군사적 대응부재와 조속한 원인 규명에도 실패한 데 따른 문책론이 덮어진다면 충격을 피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군 기강해이로 군 수뇌부에서 말단까지 군 조직 전체가 홍역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 정부 역시 책임을 회피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먼저 정부는 여론의 파상공세를 피하기 힘들다.
게다가 여당은 지방선거에서 압도적인 우세를 점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고 지방선거 전후 당·정·청을 포괄한 여권의 총체적 재정비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국이 요동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정부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으로 소중한 생명을 잃어버린 책임을 피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육군과 공군의 헬기추락과 전투기 추락사고까지 겹쳐 안보태세에 구멍이 뚫렸다는 여론은 물론 정치권의 비판까지 맞물리며 이명박 정부가 곤경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업계도 불안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국산 군함 수출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내부요인으로 사고가 났다고 판명될 경우 국내 방위산업체들의 군함 수출에 신뢰성이 무너지면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견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도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며 지켜보고 있다. 정치권과 금융권, 시민단체 일각에선 외부공격인데도 뚜렷한 증거가 없으면 혼란과 불안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정치권 한 인사는 “민감한 사안성 때문에 당장은 명쾌한 원인 규명 대신 애매한 발표로 대신하면서 원인 규명을 장기 과제로 미룬다는 것을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 “목적은 여론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각되는 시점을 기다릴 수 있을 뿐더러 정국이나 정부에 닥칠 ‘쓰나미’는 피할 수 있다는 계산에 기인한다”고 관측했다.
하지만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사실상 정부가 원인을 알면서도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가능성 탓이다. 이 경우 정부가 의도적으로 사고를 은폐·축소하고 있다는 비난은 물론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치열한 공방 확산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지방선거에 미치는 파장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천안함 폭발 원인을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증폭되면서 정치권은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쟁점화 될 공산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천안함 정국’이 4월 국회를 넘어 ‘6·2 지방선거’ 이전까지 내내 계속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직면하고 있는 것은 4월 국회다. 천안함 참사를 둘러싸고 여야간 첨예한 입장차가 극명하게 대립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치열한 공방이 예고되고 있다.
문제는 공방에만 그치지 않는다는데 있다. 폭발 원인이 어떻게 규명되느냐에 따라 지방선거 판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되는 탓이다. 정치권 한 인사는 “북한이 일부라도 개입됐다면 ‘안보정국’이 조성되면서 북한 응징을 주장하는 보수층 이 결집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여당에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하지만 내부 실수나 잘못에 의한 것이라면 여당이 수세에 몰릴 수 있기 때문에 야당이 유리한 정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외부폭발이면 여당 우세
내부폭발이면 야당 우세
또 다른 문제는 천안함 정국의 장기화 조짐이다. 이에 따라 선거를 앞두고 갈 길이 먼 정치권에선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는 형국이다. 선거일정을 줄줄이 연기하고 있고 경선 일정도 일부 조정되고 있다. 출마선언이나 공약발표 등도 미뤄지고 있다. 대형 안보사건이 터진 와중에 정치에 올인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탓이다. 때문에 지방선거 판도도 예측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어 천안함 사고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