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수중파괴전문가였지만 악조건 속 강행군에 참변
후배들의 목숨을 구하려다 순직한 해군특수전 UDT 요원 고 한주호(53)준위에 추모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한 준위는 지난달 30일 오후 3시20분쯤 천안함 함수 부분에서 수중 탐색작업을 하다 실신해 미군 구조함인 살보함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한 준위는 강한 유속과 높은 수중 압력 등 열악한 여건 속에서 탐색작업을 실시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준위는 ‘UDT의 전설’이라고 불릴 만큼 최고의 수중 전문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1975년 2월 특전 27차 해군부사관으로 입대해 미 해병 단기과정을 수료하고 35년 간 UDT의 베테랑 수중파괴전문가로 활동했다. 이후 해병단 수중파괴대(UDT 전신) 소대장에 이어 특수전 여단 대테러 담당, 폭발물처리대 중대장, UDT/SEAL 소대장 등을 지냈다. 또 특수전여단 교육훈련대에서도 18년간 교관으로 근무하며 후배들을 양성했다.
2009년에는 소말리아 해역의 선박보호 임무를 위해 파병된 청해부대 1진에 지원해 선박 검문검색의 임무를 마치고 작년 9월 귀국했다. 당시 한 준위는 7차례에 걸쳐 해적을 퇴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바하마 국적의 ‘노토스 스캔호’에 대한 해적 공격 시에는 해적선에 직접 승선해 퇴치작전에 참가했다.
이 같은 활약상으로 한 준위는 국무총리 표창과 국방장관 표창 등을 수상하며 명실공히 해군 최고 베테랑 수중파괴전문가로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악조건 속에서 연일 이어진 수중탐색작업은 한 준위에게도 버거운 일이었다. 수심 40m에 5노트가 넘는 조류, 낮은 수온 등의 환경은 한 준위를 조금씩 옥죄었다. 특수 잠수 헬멧 조차 착용하지 않고 후배들의 목숨만을 생각하며 바다 속으로 들어갔던 한 준위. 실종자 가족들의 절규와 해군에 대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 등은 자신의 몸을 추스르며 작업할 여유를 가질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 같은 강행군은 결국 한 준위를 쓰러지게 만들었다. 1시감 30분 가량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한 준위는 이날 오후 5시쯤 순직했다. 한 준위의 숭고한 희생정신에 실종자 가족과 국민들은 존경심을 보내며 함께 슬퍼했다.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 머무는 실종자 가족 300여 명은 한 준위가 순직한 지난달 30일, 고인을 애도하는 뜻으로 1분간 묵념을 했다.
한 준위의 빈소에도 연일 조문객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네티즌들의 추모 물결도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 분향소에서는 네티즌들의 추모글이 쏟아졌다.
이와 같은 국민들의 추모에 해군은 당초 해군작전사령부 장으로 치르기로 했던 장례를 해군장으로 격상하는 한편, 유족과 협의해 장례일정을 3일장에서 5일장으로 늘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주호 준위에 대해 최고의 예우를 갖추라고 지시했고 이에 따라 정부는 한 준위에 보국훈장 광복장을 추서했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성남 국군수도통합병원에 마련된 한 준위의 빈소를 직접 찾아 유가족을 위로하고 광복장을 추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