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조직 밀착해부

2010.04.06 10:22:09 호수 0호

그들만의 ‘특별한’ 모임이 있다?


법원이 안팎으로 위협받고 있다. 밖에서는 사법개혁에 대한 정치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안으로는 학술단체 활동이 파열음을 내고 있는 것. 특히 한나라당이 진보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를 정조준하면서 법원 내 사조직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되고 있다.

대법원은 우리법연구회 등 판사들의 단체 활동에 대한 실태파악에 나섰으며 전국 법원에서 판사들의 성향파악을 위한 자기소개서 제출이 요구되고 있다. 이 가운데 보수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민사판례연구회’가 공개 움직임을 보여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주목받는 법원 사조직…진보 ‘우리법’, 보수 ‘민판련’
연구 목적으로 모였지만 ‘폐쇄적 사조직’ 논란 꼬리표 


진보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가 ‘법조계 하나회’라는 비판을 받은데 이어 한나라당이 입법 과정을 통해 해체를 추진키로 한 것이 알려지면서 법원 내 사조직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법조계의 여러 모임 중에서도 우리법연구회는 ‘특별한’ 모임으로 꼽혀왔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보수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민사판례연구회’ 역시 우리법연구회와 함께 특별한 모임으로 주목돼 왔다.

법원 엘리트 사조직 어디?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지난 2005년 국감에서 우리법연구회와 민판련을 법원 내 여러 연구모임들과 차별했다. 주 의원은 이들 모임은 자유롭게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대 출신, 특정 초임지 그리고 1명에서 5명의 소수를 선발하며, 운영도 1년에 두 차례씩 가족을 동반하거나 연수나 단합대회를 해서 정치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역사와 규모, 법원 내부의 영향력에서 보면 민판련이 우리법연구회를 압도한다. 법조계 최대 모임 중 하나인 민판련은 지난 1977년 민법의 대가로 불리는 곽윤직 전 서울대 교수가 제자들을 중심으로 학계와 실무계 인사들을 모아 만든 것으로 지난 2006년 현직 판사 110여 명과 전직 판사 10여 명, 대학교수 50여 명이 소속돼 있었으며 현재 약 200여 명 가량의 회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곽 교수는 민사판례연구 1집을 내면서 “판례는 대륙법계의 국가에서도 이른바 ‘살아있는 법’으로써 중요한 법규범으로 행사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며 많은 판례법이 생겨 성문법에 대립하는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민판련이 판례에 대한 실무와 이론을 갖춘 곳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임을 내비쳤다.

민판련의 창립목적도 ‘회원 스스로의 지식을 연마함은 물론 크게는 한국법률문화 발전에 이바지 하자’는 것이다. 민판련은 1977년부터 매월 1회 2~3건의 연구 논문을 발표하고 이를 모아 매년 1권의 책자를 발간했는데 지난 2001년 12월엔 한국백상출판문화상을 받을 만큼 학술적 가치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민판련은 결성 이후 서울대학교 법대 출신으로만 회원을 선발하는 ‘폐쇄성’으로 인해 ‘법조계의 하나회’로 지적받았다.

특히 ‘우리의 노래’라는 회가와 회원 ‘배지’를 만들어 ‘사조직’이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민판련 소속 판사들이 법원 수뇌부와 주요 보직에 포진하면서 이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상당수 판사들이 사법부의 ‘요직’이라 불리는 법원행정처를 거치거나 대법관 등을 지냈던 것. 권성 전 헌법재판관, 김용담·박우동·박재윤·손지열·윤일영·윤재식·이임수·정귀호 전 대법관, 김황식 감사원장, 목영준·이공현 헌법재판관, 민일영·양승태·양창수·차한성 대법관 등이 민판련 회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금은 탈퇴했지만 이용훈 대법원장도 대법관 시절 회원으로 활동했으며 양승태·양창수 대법관은 여전히 민판련의 회원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현 정부 들어 첫 대법관으로 임명된 양창수 대법관이 임명 당시 민사판례연구회의 회장직을 맡고 있었다는 점을 들어 정권교체 후 법원 내 최대 사조직이 우리법연구회에서 민판련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나라당도 이러한 점을 고려, 사법제도 개선 특별위원회 첫 회의에서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우리법연구회의 해체를 공식 요구하는 한편 민사판례연구회에 대해서도 법원 내 위화감 조성 여부 등을 판단해 해체요구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와 관련, 이용훈 대법원장은 “법관들 간의 학술단체나 모임 활동이 도를 지나쳐서 법관의 독립성, 공정성 또는 청렴성을 해하거나 일반 국민에게 그러한 인상으로 비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론적 언급을 하는데 그쳤다.

대신 우리법연구회와 민판련 스스로 공개세미나, 명단 공개 등 조심스러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우리법연구회는 법원 내부전산망 ‘코트넷’에 정식 학회로 등록, 자체 세미나 일정 등을 법원 구성원들에게 알리고 있다. 또한 공개세미나를 마련, 폐쇄적인 법원 사조직이라는 법조계 안팎의 비판에 정면 대응했다. 민판련도 회원 명단을 전격 공개키로 했다.

조심조심 문호 개방

1987년과 1997년 두 차례 회원명단 전체를 외부에 공개했으며 매년 발간하는 ‘민사판례연구’ 논문집에 신입 회원 명단을 싣고 있지만 올해는 회원 명단 전체를 공개, 법원 안팎의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회원들에게 보낸 공문을 통해 신입 회원 모집을 추천 방식에서 신청과 심사를 거친 선발방식으로 바꾼다는 내용을 전했다. 또한 민판련은 매년 여름 2박3일 일정으로 진행했던 회원과 가족들이 참석하는 하계 심포지엄을 폐지하는 방안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