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톤급 천안함이 침몰하고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사고 원인과 침몰 과정에 대한 의문은 풀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각종 설들만이 난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천안함 함장이 첫 교신에서 ‘피격 당했다’고 보고했다는 것이 알려지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천안함이 외부공격으로 격파 당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그 외부공격이 누구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 지금까지 설득력 있게 거론되고 있는 설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과 중국 신형잠수함 공격, 아군의 오폭이다. 특히 북한의 공격에 대해 청와대와 국방부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천안함 침몰에 의혹이 커지고 있는 천안함 침몰 미스터리를 집중 추적했다.
침몰시간 30분 차이, 천안함 함장 ‘격파 당했다’
속초함 미심쩍은 발포…김태영 장관 알고 지시?
천안함의 갑작스러운 침몰과 원인에 대한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 논란의 핵심은 정확한 사고 발생 시각이다. 당초 합동참모본부(합참)는 지난달 26일 밤 사고 발생 시각을 밤 9시45분으로 발표했다가 이튿날인 27일엔 15분 이른 밤 9시30분으로 수정했다. 그러나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사고 시각을 밤 9시25분으로 다시 5분을 당겼다.
침몰시간 30분 차이
천안함 함장 ‘격파당했다’
이것도 진실이 아니었다. 지난달 28일 해양경찰청이 발표한 자료에는 사고 발생 시각이 밤 9시15분으로 돼 있다. 실종자 차균석(21) 하사의 여자친구 김아무개(23)씨도 “차 하사와 40여분 동안 주고받던 휴대전화 문자가 밤 9시16분께 급작스레 중단됐다”고 밝혔다. 국방부 발표와 실제 사고시각이 달랐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이는 군의 발표만 놓고만 보더라도 20분 차이가 난다. 이에 군 당국은 1일 천안함 사고시각을 그동안 9시 45분→9시 30분→9시 25분 등으로 계속 앞당겨오다 “26일 오후 9시 22분이었다”고 발표했다. 군 관계자는 “시각도 완전히 확정된 것은 아니며, 현재 운용 중인 민·군 합동조사단의 집중 조사결과를 통해 최종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소 30분’ 이상의 오차는 군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
이것만이 아니다. 지난달 26일 밤 합참은 천안함의 침몰 원인을 ‘배에 난 큰 구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다음날 최원일 천안함 함장은 “1초 만에 가라앉았다. 반파돼서 두 동강이 났다. 눈으로 직접 확인한 사항”이라고 했다. 그러나 천안함을 구하러 나선 해양경찰청 501호의 고영재 함장(경감)은 지난달 30일 “26일 밤 9시34분 해경으로부터 해군 초계함이 백령도 남서쪽 1.2마일 해상에서 좌초되고 있으니 신속히 이동해 구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좌초’란 배가 암초와 부딪혔다는 뜻으로, 그동안 해군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해온 ‘강력한 폭발’과는 거리가 멀다. 즉, 해군과 해경도 서로 다른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천안함 침몰 이유에 대한 의구심이 커져가자, 군 당국은 천안함 함장의 첫 교신내용을 공개했다. 군 소식통은 1일 “사고 직후 천안함 함장 최원일 중령이 2함대사령부에 휴대전화로 첫 보고를 할 때 ‘피격당했다’는 표현을 쓴 것으로 교신 기록을 분석한 결과 파악됐다”고 말했다.
즉, 천안함이 외부공격 의해서 침몰 당했다는 것이다. 이에 김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북한 기뢰가 흘러들어와 우리 지역에 있을 수 있다”면서 “(과거 북한이) 많은 기뢰를 제거했지만 기뢰가 물속에 있어 100% 수거는 안 됐을 것”이라고 말해, 기뢰 폭발로 인한 침몰 가능성에 무게를 실기도 했다.
천안함 침몰 원인
외부공격 확인 땐 어뢰?
그러나 김 국방장관은 해군 천안함 침몰 직후 이뤄진 속초함의 발포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민일보>는 1일 군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 “서해안에서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보고가 들어온 뒤 속초함 레이더에 미확인 물체가 나타났다는 보고를 받은 김 장관이 즉각 사격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는 천안함이 외부공격으로 인해 피격을 당했고, 속초함은 이 물체를 추격하다가 함포까지 발포했다는 것이다.
이것을 군 당국이 감추고 있었다. 또 천안함이 수심이 얕고 물살이 거센 백령도 서남방 1.8㎞ 해역으로 접근한 이유에 대해서는 ‘피항’ 이유도 있지만 북한의 ‘새로운 공격 형태’에 대비하기 위한 성격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합참 관계자는 “천안함은 이미 이 항로를 10회 이상 이용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와중에 어뢰공격이 확실시되는 증거가 나왔다.
이날 발표에서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천안함 침몰 전후인 ‘26일 오후 9시 21분 58초’에 사고 해역에서 진도 1.4~1.5의 지진파를 탐지했던 사실을 공개됐다. 이 지진파는 TNT 200kg과 맞먹는 위력이다. 이와 함께 속초함이 백령도 북방에서 42노트 속도로 고속 북상하는 미상의 물체에 대해 76㎜ 주포로 ‘격파사격’을 한 것이 드러났다는 것. 당국은 이것을 ‘새떼’라고 우기고 있지만 화력이 강한 함포로 쐈다는 것은 설득이 되질 않고 있다.
어뢰공격 가장 유력, 북한 개입설 확전 양상
MB ‘북은 아니다’ 자칫 전면전까지 갈수도
때마침 사고 발생지역인 백령도에서 멀지 않은 북한 서해안 잠수함 기지에서 천안함이 침몰한 지난달 26일을 전후해 잠수정(또는 반잠수정)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사실이 공개됐다. 정부 소식통은 지난달 30일 “천안함 침몰사고 이후 미 정찰위성 사진 등을 정밀 분석해본 결과, 백령도에서 50여㎞ 떨어진 사곶기지에서 잠수정(반잠수정)이 지난 26일을 전후해 며칠간 사라졌다가 다시 기지로 복귀한 것으로 파악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움직임을 보인 잠수정(반잠수정)의 종류와 숫자(규모)에 대해선 확인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북한전문가는 “지난 1998년 속초 앞바다에서 꽁치 그물에 걸려 잡혔던 유고급 잠수정은 85톤급으로 406㎜ 어뢰 2문을 장착하고 있다”며 “수심 30m 안팎 해저에서도 은밀한 수중침투 및 공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보다 작은 반잠수정도 물 위로 항해할 때는 레이더에 잡히기 힘들며 어뢰 2발을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북한 서해함대의 핵심전력인 8전대가 있는 사고기지엔 20여 척의 잠수정 및 반잠수정이 배치돼 있다. 이런 가운데 UDT출신의 송원정 자유개척 청년단 청년국장은 지난달 29일 “북한에는 우리 UDT와 비슷한 부대가 있다”며 “우리와 다른 것이 있다면 그들은 자살 폭탄조가 있다”며 “이러한 (북한의) 특수부대가 침투해서 폭탄을 장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수상한 북한 잠수정
MB, 북한 개입설 배제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1일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점검하고 있지만, 북한이 개입됐다고 볼 만한 증거는 아직 없다”며 “증거 없이 (북한 연계설을) 얘기할 경우 러시아나 중국 등 주변국에서 증거를 대라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기뢰 등도 (침몰)가능성 중 하나일 뿐이지, 어느 하나로 몰고 가며 추측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섣불리 예단하지 말고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증거로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청와대가 북한 개입설에 대해 함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