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젊은 화가의 오싹한 그림 서재현

2014.11.10 12:10:16 호수 0호

심연의 괴물 본성을 깨우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젊은 천재작가의 오싹한 그림이 관객을 만난다. 키스갤러리는 오는 16일까지 '초월적 존재-Transcendence'라는 주제로 서재현 작가의 작품을 전시한다. 담채와 진채를 혼용한 그림들은 서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을 오롯이 드러냈다. 어두운 분위기를 극대화했던 이전 전시와 달리 이번 전시는 어둠을 초월한 형상을 구현하고 있다. 그럼에도 인간 본연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작가의 냉철함은 한 점 흐트러짐 없이 견고하다.



동양화가 서재현 작가는 이제 갓 미술계에 자리 잡은 신진작가다. 2010년 학부를 졸업했으니 30대 초반에 불과한 셈이다. 하지만 서 작가의 그림은 웬만한 중견작가도 확보하기 어려운 독창성을 지니고 있다. 그의 그림을 잘 표현한 문구가 있다. '그대가 오랫동안 심연을 들여다 볼 때, 심연 역시 그대를 들여다본다'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쓴 <선악을 넘어서>에 나오는 문장이다.

독창적인 표현

서 작가의 그림은 선악을 초월한 인간의 본성을 탐구한다. 그의 작품에는 괴물과 같은 심연이 자리한다. 괴물의 야수성은 인간의 본성 중 하나다. 야수성에 홀린 사람들은 심연을 바라보다 괴물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싸움 가운데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서 작가 역시 내면을 제어하며 심연을 응시하고 있다.

지난해 '갤러리 팔레 드 서울'은 서 작가를 소개하면서 "인간과 짐승의 형상을 교차시켜 억압된 내면의 본능을 해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작가의 작업에서 짐승이란 "본능이 이성에게 지배당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얼마 전까지 그의 그림은 관객에게 섬뜩함을 전달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인체의 일부와 함께 떨어져 나온 머리카락의 이미지는 캔버스 안에서 세포처럼 꿈틀댔다. 이는 본성을 제압하면서 일어나는 심리적 흐름의 묘사라고 할 수 있다. 갤러리 팔레 드 서울은 서 작가가 "이드와 초자아에 대한 프로이트적 해석방식을 바탕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개인전 역시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이 여럿 눈에 띈다. 인어를 주제로 한 '순례자' 시리즈는 신화를 비튼 결과물이며, 짐승 가죽을 회화로 옮긴 '전리품' 시리즈는 문명화를 거친 사회와 인간의 관계를 조명한다.

서 작가는 신화나 우화에 등장하는 은유적 표현들이 사회를 드러내는 것에 주목했다. 각각의 상징들은 텍스트 안에서 현실이 되고, 가상현실은 다시 사회로 이입돼 철학 혹은 종교로 집대성된다. 예를 들면 고대 동굴벽화의 소재인 야생동물(소, 산양 등)은 풍요를 상징하고, 풍요라는 관념은 신앙으로 굳어져 인간의 숭배행위로 연결된다.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이 벽화를 그림으로 인식하지만 이는 시대가 변하면서 해석이 바뀐 것에 불과하다.

한지와 먹 바탕으로 담채와 진채 혼용
인어와 짐승가죽 접목…기발한 상상력

그렇다면 벽화(원초적인 이미지)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 같은 질문에 작가는 답을 내리지 않는다. 애초부터 그는 벽화를 둘러싸고 있는 관념(불안, 공포, 믿음 등)을 조합하는 행위에 매료된 것으로 보인다.

서 작가는 '짐승의 털이 달린 인어'라는 매우 독특한 이미지를 통해 관객에게 새로운 관념을 제시하고 있다. 서 작가의 표현대로라면 그가 그린 인어가 진짜 인어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건 '가죽이 있느냐 없느냐'다.

서 작가는 한지에 먹을 중심으로 서양화의 문법을 차용했다. 그는 한지를 뼈, 먹은 살에 비유했다. 검은색과 함께 금·은빛 물감을 회화에 섞어 쓴 것은 빛에 반응하는 정도(발광)가 셌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금과 은의 조화는 그림의 기술적인 완성도를 높였다. 담채와 진채를 가리지 않는 정교한 묘사도 돋보인다.

강렬한 터치

사실 서 작가의 그림은 일반 관객에게 친숙한 그림은 아니다. 강렬함은 있지만 동시에 거부감이 들 수 있다. 집요하도록 짐승 가죽을 확대한 그림은 추상화처럼 인식된다. 일종의 과장법인데 서 작가는 이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의식과 무의식 사이를 구현할 수 있다고 믿는다. 때문에 그의 그림은 상당히 관음적이다. 계속 훔쳐보고 싶게끔 하는 묘한 충동이 우리를 유혹한다.

 

<angeli@ilyosisa.co.kr>

 

[서재현 작가는?]


▲인천대 한국화전공 및 동대학원 수료
▲개인전 THE BUNKER(갤러리 팔레 드, 2013) Transcendence(키스갤러리, 2014) 등 4회
▲단체전 공평갤러리, 타블로갤러리, 스페이스K, 가온갤러리 등 다수
▲아트페어 Asia Contemporary Art Show(JW marriott Hotel, Hongkong) 등 2회
▲OCI미술관 창작스튜디오 4기 입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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