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3월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본격적인 6·2 지방선거 체제로 들어간 가운데 여야는 최대의 승부처인 수도권 공략에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른바 수도권 빅3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최대의 승부처인 서울시장과 관련해 한나라당은 초비상이 걸린 상태다. 한명숙 전 총리의 재판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나라당은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현 서울시장(49), 원희룡 의원(46), 나경원 의원(47) 등을 내세우며 이른바 ‘40대 기수론’으로 불을 지피고 있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오 시장의 경쟁력에 대해 우려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 전 총리 재판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 친이계를 중심으로 대선주자급 ‘제3의 후보론’이 거론되고 있다.
오세훈, 여론 우세 당심 혼전…경쟁력 의문
누가 됐든 반드시 서울 잡아야…MJ 출격?
원희룡 의원이 지난 7일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공식선언하면서, 한나라당은 본격적인 당내 경선에 돌입했다. 원 의원에 앞서 김충환 의원도 지난달 1일 출마를 선언하면서 오세훈 현 시장에 대한 비판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
이에 나경원 의원이 지난 17일 “일 중심의 실용 시정, 삶의 질 향상을 최우선으로 하는 생활 시정만이 위기의 서울을 구하고 서울의 발전과 시민의 행복을 보장할 수 있다”면서 “수도분할을 주장하는 서울시장, 대권만을 바라보는 서울시장에게 서울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나 의원의 출마 선언으로 김 의원(56세)을 제외하면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도전자들은 ‘차차기 후보’로 가능성이 있는 40대로 꾸려졌다. 경선 결과에 따라 ‘미래 유망주’로서의 성적표가 매겨질 것이고, 이는 곧바로 대권 교두보 마련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나라, ‘40대 기수론’
서울시장 선거 흥행 돌입
이런 점에서 현역 시장으로 도전장을 받고 있는 오 시장이 가장 부담이 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어차피 원 의원이나 나 의원의 경우 가벼운 마음으로 몸값을 올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경우 경선에서 패배한다면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가치 상실은 물론 정치인으로서의 생명력도 짧아지게 된다.
도전하는 두 의원의 경우 ‘누가 2위를 하느냐’와 ‘오 시장과 얼마나 격차를 줄이냐’에 따라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굳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공식 출마선언을 하기도 전에 장외 신경전이 팽팽하게 펼쳐지는 등 벌써부터 선거전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한길리서치’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직까지는 ‘오세훈 대세론’이 힘을 받고 있는 분위기다. 당내에서는 1강(오세훈) 2중(원희룡 나경원) 1약(김충환)으로 축약된다. 특히 오 시장의 경우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35% 안팎, 원 의원과 나 의원이 10~15%, 김 의원이 한 자릿수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매체 <폴리뉴스>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5일간 서울지역 한나라당 시의회와 구의회 의원 152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오세훈 시장이 34.9%, 원희룡 의원이 30.3%로 4.6%p의 격차를 보였으며, 나경원 의원은 4.6%, 김충환 의원은 3.9%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오세훈 시장은 주로 여성과 강북지역 구의원들로부터, 원희룡 의원은 주로 강남지역 구의원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오 시장이 일반 여론조사에서는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공천의 중요한 변수인 당심에서는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오 시장측은 “이명박 대통령도 당심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에게 지고 있었다”며 “일반 여론조사가 얼마나 포함 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충분히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진성호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남에서 “당내에서 ‘오세훈 불가론’이나 ‘MB와 사이가 안 좋더라’라는 말이 있던데, 그것은 소문에 불과하다”며 “현재로서는 유력한 후보이고 시의원이나 구의원들은 오 시장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놓고 있다.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워야 자신들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유력한 후보임은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이는 오 시장의 대중적 지지율이 경선 투표권을 갖고 있는 시·구의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친이계 내부에서는 오 시장의 경쟁력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오 시장이 추지해온 ‘디자인 서울 프로젝트’가 한나라 전통 지지기반인 중장년층에 크게 어필하지 못하고, 무난하게 시정을 운영했지만 딱히 내세울 역점 사업이 없었다는 것. 그리고 뉴타운 사업 문제, 박근혜 면담설 등이 맞물려 ‘오세훈 불가론’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명숙 재판’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오 시장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한겨레>가 여론조사기관 ‘더피플’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지난 9~11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오세훈 시장과 한명숙 전 총리는 48% VS 40% 싸움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10% 이상 차이 나던 지지율 차이가 8%대로 좁혀지면서 오 시장의 경쟁력이 힘을 잃고 있다.
‘오세훈 대세론’
힘은 받고 있지만 불안
이런 가운데 한 전 총리의 재판이 서울시장 선거 판도에 큰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총리 재판에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을 전면 부인하면서 한나라당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형두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 3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곽 전 사장은 “검찰 조사 때 말한 것이 진실이냐, 법정에서 말한 것이 진실이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법정에서 말한 것이 진실”이라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특히, 곽 전 사장은 법정에서 “검사가 너무 무섭게 조사해 죽고 싶었다” “강도 높은 조사로 너무 힘들었다”는 발언 등으로 강압수사 논란까지 일으키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박지원 정책위의장은 이날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혹시나 했던 것이, 역시나 검찰이 짜 맞추기 했다고 나타났다”며 검찰 비난에 열을 올렸다.
이에 뒤질세라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도 지난 17일 “(한 전 총리가 무죄판결을 받으면) 이에 대한 정치적 책임과 부담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게 될 것”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당내에서는 만약 한 전 총리가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는다면, 이른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주년과 함께 ‘노풍(盧風)’이 불 가능성이 크다는 것.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제3의 후보론’이다. 다음 달 9일로 예정된 한 전 총리의 1심 선고 결과가 무죄로 나올 경우 한 전 총리의 지지율이 급상승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한 전 총리 대항마로 대선주자급 주자를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재판을 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서는 무죄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한 전 총리가 야권 단일후보 나선다면 이를 대항할 수 있는 대선주자급 후보가 필요하다”며 “그렇게 된다면 MJ가 나서야 할 것이다. 당은 서울시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오 시장을 내세워 이길 수 있다면 오 시장이 나갈 것이고 불안하다면 다른 주자를 내세워라도 이겨야 한다. 그 대안을 놓고 청와대와 당은 고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 대표 측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얘기다”며 “(정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에 나가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명숙 전 총리 대항마
대선주자급 나와야
이에 친이재오계 핵심 의원인 김용태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오 시장이 현재로서는 유력한 후보이다. 당선을 위해 경쟁력 있는 후보가 나가야 한다”며 “다만 오 시장과 관련한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말이다”라고 여운을 남겼다. 이는 이 대통령과 여권 내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익명을 요구한 친이계 핵심 의원은 “현재 상황에서 오 시장이든 원희룡, 나경원 의원이든 사실상 한 전 총리에 비하면 급이 낮은 것이 아닌가 한다”며 “X맨으로 생각했던 곽 전 사장이 대놓고 검찰의 뒤통수를 치는 바람에 이번 선거가 매우 어려워졌다. 결국 MJ가 나가든 오 시장이 나가든 한 전 총리를 꺾을 수 있는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것이 청와대의 생각 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