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올해 예산에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비 120억원이 확보돼 체계적인 사업추진이 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당장 이승만,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사업이 속도를 내게 됐다. 전직 대통령들의 기념사업은 기념관과 기념공원 건립, 사료 정리 등 종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일부 기념사업의 경우 대통령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민간 모금액 등에서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 기념관 사업 ‘예산 걸림돌’에 삐거덕
예전에는 국고가 전부, 기념관엔 민간모금액 중요
전직 대통령들의 기념사업에서 ‘쩐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기념사업을 벌이는 것도 예산이 확보된 상태라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념관 건립 사업은 예산 문제가 건립 여부를 크게 좌우한다. 계획을 세우고도 예산문제로 몇 년간 표류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전직 대통령 기념관의 역할을 비슷하게나마 하고 있는 것은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이 유일하다. 김대중 도서관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3년 퇴임하면서 아태평화재단 건물과 사료 1만6000점을 연세대에 기증하면서 모습을 갖췄다. 정부 지원금도 60억원 가량 투입됐다.
기념관, 예산 확보가 좌우
김영삼 전 대통령의 ‘기록전시관’은 오는 4월8일 문을 연다. 거제시의회에서 한 차례 보류됐다가 지난해 4월 예산이 통과돼 공사에 들어간 지 1년 만에 문을 여는 것. 거제시 김 전 대통령 생가 옆 1347㎡ 터에 2층 규모로 들어설 기록전시관 건립에는 총사업비 55억원이 든 것으로 알려졌다. 기록전시관에는 김 전 대통령의 출생부터 퇴임까지 일대기와 영상, 각종 문헌자료 등 기록물, 소장품 등이 전시될 예정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념관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해왔다. 지난 2002년 1월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터를 정하고 착공했으나 기부금과 국고지원에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 기념관은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걸면서 총 사업비 709억원 중 기부금 500억원을 제외한 200억원을 국가 예산으로 지원키로 하고 시작됐다.
하지만 기념사업회측의 모금액이 100억원 수준에 그치자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보조금 지원 결정을 취소했던 것. 이 결정이 대법원으로부터 패소판결을 받으면서 겨우 재추진이 가능케 됐다. 최근에는 기념관 건립 사업에 탄력이 붙었다. 지난해 11월까지 기념사업회가 모은 기부금은 120억원 정도였다. 그 중 전경련이 50억원, 무역협회 10억원, 대한상의 10억원 등 재계의 지원금이 대부분이었으며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모금액은 35억원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 8일 현재 박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위한 민간기금으로만 270억원을 모았다. 지난해 말 전경련이 박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 추진위원회를 대신해 대기업과 금융기관, 공공기관 등 회원사에 박정희 기념관 건립을 위한 기금 모금에 협조해 달라는 공문을 보낸 후 회원사를 중심으로 기금이 모아진 것.전경련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과 인연 있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것이어서 목표액이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도 “주요 기업을 포함해 대부분 기업이 모금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와는 별로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동문 4000여 명이 지난해 10월 ‘KIST 설립자 박정희 대통령 국제기념관’ 건립 사업단을 공식 발족했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의 과학기술 업적을 기리는 기념관 건립 사업을 위해 100억원 모금 운동에 들어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념관은 아직 ‘계획 중’이다. 노무현 재단은 올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해 ‘노무현 기념관’ 또는 ‘노무현 기념도서관’ 건립의 기본방향과 재원마련 계획, 연도별 추진목표를 연내에 수립할 예정이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의 팬클럽인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노사모)’의 노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기금 모금운동은 진행되고 있다. 18일 현재 입금금액은 5872만4123원, 약정금액은 1305만원이다. 올해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비로 책정된 예산 120억원 중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된 예산은 70여억원이다. 노무현 재단은 이 예산을 서거 1주기 전까지 노 전 대통령의 묘역화 작업을 마무리하는데 사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기념사업에 30억원, 김영삼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 20억 가량의 예산이 책정됐으며 주로 기념관 건립에 사용될 예정이다. 한편, 올해 예산에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비가 포함되면서 예산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최규화 전 대통령에 대한 선양사업에도 숨통이 트였다.
노무현 기념관 계획 중
원주시는 지난 12일 함명철 전 싱가포르 대사와 김기열 원주시장 등 정·재계 및 지역인사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최 전 대통령 선양사업 추진 실무협의단을 회의를 갖고 내달 28일 서울에서 기념사업회 발기인 및 창립총회를 개최키로 했다. 원주시는 최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사업에 대한 국비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기념관 건립에 따른 사업계획을 정부에 제출하고 국비지원을 요청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