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제위기의 파고를 넘긴 것으로 정부는 발표했다. 하지만 청년 실업은 더욱 늘어나고 있고 좀처럼 경기는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가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가에서 ‘MB 경제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국가부채 증가속도가 위험 순위를 넘어섰고, 제2의 IMF사태가 올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는 것. 이에 <일요시사>가 밀착해부 해봤다.
경제 살리기 염불 공약, 부자감세 토목공사 원인
그리스 사태 타산지석, 국가부채 증가 위험 순위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대선에서 우리 경제를 다시 살릴 ‘경제 대통령’을 내세우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MB는 당시 참여정부의 방만한 재정운영을 강력하게 비판하며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국가 예산을 10%(매년 약 25조원) 절감하겠다’고 공언했으며, 취임 초기 공공부분에 대한 슬림화 작업 및 작은 정부 구현 통해 매년 20조원을 줄일 수 있다고 장담했다.
국가채무증가 속도,
유럽 PIGS 앞질러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국가재정 위기론’이 흘러나올 정도로 국가재정이 위험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지적은 <폴리뉴스> 등을 비롯한 일부 진보언론과 경제 전문가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폴리뉴스>는 기획기사를 통해 “이 대통령은 역대 정부가 공들여 쌓아온 재정건전성을 자신의 임기 중에 무너뜨렸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올해 우리나라의 국가 부채는 407조원에 이르러 국민총생산(GDP)의 36.1%에 이를 전망이다. 불과 3년 만에 채무가 108조원 증가한 것. 지난 2월17일 한국조세연구원(KIPF)은 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인 2012년 국가부채가 약 47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것은 MB의 임기동안 무려 176조원이나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국가채무는 지난 참여정부 5년간에도 165조원이나 증가했다”며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GDP대비 36% 수준으로 유럽 PIGS(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과 비교할 때 국가재정은 건전하다”고 일축했다. 정부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노무현 정부 시절의 한 관계자는 “참여정부 시절 관리대상수지 재정적자로 인한 부채증가는 5년간 17조원에 불과하다”며 “참여정부 부채 증가는 외환시장 안정 목적의 외평채 발행으로 인한 채무 증가액 70조원 뿐이다.
이것은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실질적인 부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998년 IMF 위기로 인해 투입된 공적자금의 국가채무로의 전환이 참여정부시기에 집중적으로 발생해, 53조원을 투입했다”며 “국민주택채권 발행분도 11조원 밖에 되질 않는다”고 강변했다. 이에 한 경제전문가는 “노무현 정부는 국가재정을 건실하게 운영해 MB정부로 넘겼다”며 “노무현 정부가 국가채무를 165조원이나 증가시킨 것과 MB정부의 채무증가와는 비교할 수 없다. 왜냐면 MB정부의 국가채무 증가액 대부분은 관리대상수지, 즉 순수한 적자성 채무이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조세연구원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적자성 재정으로 인한 국가채무 증가액이 약 120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노무현 정부 5년간 관리대상수지가 17조원인데 반해 MB정부는 이를 초과하는 24조원이라는 것. 또한 정부가 최근 국가 재정위기를 발생시킨 그리스 등의 국가와 비교해 안전하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즉, 국가채무 증가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MB정부 출범 후 3년 동안 국가채무 속도는 31.7%로 PIGS 국가 중 가장 큰 증가속도를 보이고 있는 아일랜드의 33.1%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 이것은 그리스나 스페인, 포르투갈 보다는 높은 것으로, OECD 회원국 평균 12.6%와 비교 시 2배 이상 빠르다. 이 문제에 대해 정부는 공기업 채무를 국가채무에 산정한 나라는 없다며 반박하고 있지만, 그리스 재정위기 사태를 들여다보면 정부의 주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스 등 일부국가들이 공기업 등으로 ‘국가부채 숨기기’를 통해 국가재정위기를 숨겼다가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유럽연합(EU)은 OECD, IMF 등과 협의해 재정 투명성 강화기준을 만들고 있다. 사실상 우리나라의 경우도 공공기관과 공기업 채무를 국가채무에 포함시키면 지난해 3/4분기에 624조원에 달하고 올해 7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GDP 대비 국가채무는 60%선을 웃돌게 돼 재정문제가 심각한 아일랜드의 65.8%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리스 등 유럽의 재정위기에서도 보았듯이 국가채무의 ‘공기업 돌려막기’가 우리나라에서도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4대강 사업 예산중에 수자원공사가 8조원 가량을 떠안았고, 국가 주택사업인 보금자리주택사업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12조원을 맡았다.
국가부채 숨기기,
공기업 부실 곧 국가재정 위기
이로 인해 수자원공사는 2012년까지 14.7조원의 부채를 지게 되고, LH는 160조원의 천문학적 채무를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이 두 개 공기업의 채무만도 175조원 정도 되는 것으로 이들 채무는 정부가 보증하고 있으며, 심지어 이자까지 국민의 세금으로 지불하고 있다는 것.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는 공기업 부채에 대해 큰 문제가 되질 않는다며 손사래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2월16일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은 여야 의원 22명과 공동발의한 국가재정법 개정안과 관련, 공공기관의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첨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정경제부는 “공기업 부채는 국가부채와 상이하고 첨부서류 형태라도 공기업 부채가 국가채무에 포함되는 것으로 잘못 인식될 우려가 있다”고 답했다. 이른바 ‘그림자 채무’에 대해 공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국가재정 위기에 대해 지난해 10월 한나라당 안효대 의원을 비롯, 민주당 강운태 의원 등이 경고한 바 있다.
4대강 사업, 공기업 순 채무 증가 돌려 막기 안 돼
2012, 475조 국가적 빚잔치 또 다른 IMF 부른다
당시 안 의원은 국회 예결위의 용역 결과에 대해 “정부가 매년 발표하는 국가채무가 공공부문 전체의 빚이 아닌 일부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발표하는 국가채무 개념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부채로 따져보면 채무는 688조4000억원에서 최고 1198조원에 달한다”고 지적하고 “이한구 의원이 추정한 국가부채는 1439조원, 조세연구원이 국가채무와 재정위험요인을 포함한 금액이 986조원으로 추정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부가 발표하는 ‘국가채무’의 실상은 각종연금의 손실액, 수많은 공기업 부채, 정부보증채무, 민자사업 소실보전금, 한국은행의 부채까지 제외한 부채”라며 “공공부문 전체의 부채를 공개하라”고 정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민주당도 MB 정부의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재정적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집중 추궁했다.
민주당 강운태 의원은 “MB정부는 국가채무를 가장 많이 증가시킨 ‘돈쓰는 하마정부’로 기록될 것”이라며 “확정채무를 발생채무로 바꾸면 2010년 국가채무가 407조원에서 518조원으로 늘어나 국내총생산(GDP)의 47% 수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현재 우리나라 재정이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장래에 국가재정은 위험한 수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는 MB 집권 2년간 부자감세, 대기업 성장위주 경제정책으로 조세 수입은 줄고 재정 지출은 기하학적으로 늘렸기 때문에 그만큼 손실분을 국공채 발행 등으로 메우다 보니 국가재정이 계속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성과 위주사업,
2012년 국가채무 800조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전문가는 <일요시사>와 통화에서 “지금과 같이 감세기조와 재정확대 정책이 병행할 경우 2012년에는 국가 채무가 475조를 넘게 된다. 여기에 공기업 채무까지 더해지면 800조가 넘는다”며 “4대강 사업과 보금자리 주택 등 토목건설업을 통한 경기부양에 신중함을 가져야 한다. 그리스와 같은 재정위기로 온 국민을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
제 2의 IMF가 올 가능성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MB는 국가재정 관리에 보다 세밀하고 앞을 내다보는 정책과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한 성과 위주의 사업이 아니라 진정으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한 때이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