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6·2지방선거로 달아오르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지방선거를 향한 후보자들의 출마선언이 이어지고, 유권자를 향한 구애에도 불꽃이 튀고 있는 것. 지방선거를 바라보는 이들은 후보들 간 대결구도를 점치며 다가올 승부를 기대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는 후보들의 대결은 단연 화제가 되고 있다. 어제는 동지였지만 오늘은 적이 된 이들과 수차례 승부를 겨루는 동안 ‘숙명의 라이벌’이 된 이들, 친이·친박 등 계파간 신경전까지 확인할 수 있는 이들의 대결은 이번 지방선거의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손 맞잡았던 ‘옛동지’ 오늘은 본선진출전 라이벌로
친이·친박 영남서 격돌, 민주당 텃밭 호남도 집안싸움
지역별로 출마에 나선 후보자들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6·2지방선거가 그 열기를 더하고 있다. 특히 라이벌들의 승부는 지방선거를 치르는 이들과 이를 지켜보는 이들 모두를 ‘후끈’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빅매치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되는 수도권 선거는 선거에 나선 이들의 ‘인연’으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장을 던진 여권 인사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원희룡·나경원 의원 등이다. 지금은 당내 경선을 가려야 할 처지에 놓였지만 이들은 지난 선거에서 ‘드림팀’으로 활약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오 시장을 후보로 원 의원이 공동선대위원장을, 나 의원이 대변인으로 트로이카 체제를 구성했던 것. 당시 ‘승리의 주역’들이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우승 트로피를 두고 날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 ‘특별한 인연’
“옛 정은 모두 잊고…”
개인적인 인연도 깊다. 오 시장과 원 의원은 16대 국회 당시 한나라당 소장파 모임인 ‘미래연대’에서 함께 활동했다. 하지만 2006년 서울시장 인수위 구성 후 점차 관계가 소원해지기 시작해 최근 원 의원이 오 시장을 향해 비판의 강도를 높이며 불편한 관계가 됐다.
나 의원은 오 시장과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서울시장의 경쟁력이란 결국 본선에서의 경쟁력”며 오 시장과 원 의원을 정조준하고 있다.
경기도지사 선거에 참여하는 이들도 이런저런 인연으로 이어져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국민참여당 유시민 전 장관, 심상정 전 진보신당 공동대표는 운동권 동지였다. 김 지사와 심 전 대표는 서울노동운동연합의 주축이었으며 김 지사가 심 전 대표의 남편을 소개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하지만 정치권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이들은 다른 길을 걷게 됐다.
유 전 장관은 심 전 대표와 서울대 동기인 동시에 또 다른 경기도지사 도전자인 김진표 민주당 최고위원과는 참여정부 내각에서 함께 장관을 했던 사이다. 김 최고위원은 교육부총리, 유 전 장관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일했던 것. 이들은 각각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으로,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최고의 공무원’으로 불렸다. 열린우리당에서 손발을 맞추기도 했던 김 최고위원과 유 전 장관은 유 전 장관의 대통합민주신당 탈당 후 각각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으로 다른 둥지를 틀었다.
주류·비주류 대립
‘누구 힘이 더 세나’
영남과 호남 등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텃밭에서는 안방싸움이 주목할 만하다. 친이·친박, 주류·비주류라 칭해지는 당 내 세력간 경쟁구도가 날선 대립각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도지사 선거에서는 친박계 김관용 지사에게 친이계 정장식 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들의 승부는 친이·친박의 맞대결인 동시에 재대결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김 지사에게 패한 후 설욕을 벼르고 있던 정 전 원장이 어떤 모습을 보여 줄지 기대된다.
반면 대구시장 선거에서는 친이계 김범일 시장에 친박계 서상기 의원의 도전이 점쳐졌다. 하지만 서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선거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경남도지사 선거도 친이계 후보간 대결로 흘러가고 있다. 친이계 이방호 전 사무총장과 이달곤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나선 가운데 친박계 안홍준 의원이 틈을 노리고 있는 모양새였지만 안 의원이 공심위원으로 선정된 후 불출마를 선언, 친이·친박계의 대결구도가 힘들어졌다.
호남에서의 승부도 ‘안방싸움’이다보니 후보자들의 깊은 인연과 주류·비주류의 대결구도가 함께 주목받고 있다.
광주시장 선거에서 3선 도전에 나섰던 박광태 시장은 일찌감치 강운태 의원으로 후보를 단일화했다. 이에 따라 광주시장 선거는 강운태 의원과 이용섭 의원의 맞대결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이 의원은 광주시장 선거에 참여한 국민참여당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무소속 정찬용 전 인사수석과 인연이 있다. 이 전 실장과 정 전 수석은 2년 정도 함께 일했으며 이 의원도 혁신수석으로 이들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셨던 것. 수석보좌관회의, 인사위원회 멤버로 일했던 동료들이 오늘의 ‘적’이 된 셈이다.
전남도지사 선거에서는 박준영 지사의 3선 도전에 주승용 의원과 이석형 전 함평군수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박 지사는 주류측에 가까운데 반해 주 의원은 범정동영계로 분류되고 있어 정세균 대표와 정동영 의원의 대리전으로 펼쳐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김대식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이 “이 대통령과 전남을 연결하는 전남의 대변자가 되겠다”며 출마를 선언, 선거전에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북도지사 선거에서는 재선을 노리는 김완주 지사가 정균환 전 의원,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를 견제하고 있다. 정가 일각에서는 정 대표측이 김 지사를, 정 의원이 유 교수를 측면 지원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라이벌’로 칭해지는 이들의 재대결도 정가의 시선을 모은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전·현직 지자체장들이 리턴매치를 펼치는 곳이 많다. 경기지역에서만 8곳에 이른다. 특히 포천시장을 둔 대결구도가 눈길을 끈다.
포천시장 선거에서는 미래희망연대로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박윤국 전 시장과 지난 2006년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서장원 시장의 승부가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라이벌로 유명한 이철우 전 민주당 의원과 고조흥 전 한나라당 의원이 출마할 경우 포천시장 선거는 단순에 정가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의원과 고 전 의원은 지난 17대 총선에서 맞붙은 사이다. 이 전 의원이 당선됐지만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 재선거로 고 전 의원이 국회에 입성했던 것. ‘뿌리 깊은’ 라이벌의 재대결이 펼쳐질 수 있을지 기대된다.
세종시 수정 논란의 영향권에 들어가 있는 대전에서도 전·현 시장이 리턴매치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박성효 시장과 자유선진당 염홍철 전 시장이 맞붙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들은 시장과 부시장으로 함께 일했던 사이지만 지난 2006년 염 시장이 한나라당에서 열린우리당으로 옮겨 출마하고 부시장이었던 박 시장이 한나라당 후보로 나오면서 맞수가 됐다.
한편, 염 전 시장은 이미 당내에서 ‘물밑 승부’를 겨루기도 했다. 염 전 시장의 자유선진당 입당을 전후해 선진당 대전시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돼 온 권선택 의원이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것.
권 의원은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현 시점에서 당이 단합하지 못하고 분열할 경우 공멸할 수밖에 없다”며 대전시장 선거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는 “심대평 전 대표의 탈당과 교섭단체 붕괴로 당이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당원들끼리 분열하고 대립해선 당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을 버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권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염 전 시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권 의원과 염 전 시장은 이미 대전시장 출마를 두고 한 차례 대면한 바 있다. 지난 2005년 권 의원은 열린우리당에서 대전시장 출마를 준비했으나 한나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으로 온 염 전 시장이 전략공천되는 바람에 뜻을 접어야 했다. 권 의원은 이에 반발해 탈당했고 선진당에 입당했던 것. 하지만 이번 불출마 선언으로 다시 한번 염 전 시장에게 대전시장 도전을 양보하게 됐다.
싸우고 또 싸우고
라이벌들의 재대결
충북도지사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정우택 지사와 민주당 이시종 의원이, 강원도지사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과 민주당 이광재 의원이 만났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시선을 모으는 ‘라이벌전’ 중에는 집안 간 승부도 있다. 전남 화순군수 선거는 인물이 아닌 가족 간 재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전완준 군수와 임호경 전 군수 가족이 그 주인공.
이들 집안 간 첫 승부가 벌어진 것은 지난 2006년 지방선거였다. 당시 군수는 이영남 전 군수로 2002년 군수에 당선됐으나 선거법 위반으로 2년 만에 하차한 남편 임호경 전 군수에 이어 보궐선거를 통해 군수에 당선된 이였다.
그러나 이 전 군수는 2006년 선거에서 도전자였던 전형준씨에게 패했다. 전씨는 선거법 위반으로 취임 한달여 만에 하차했지만 보궐선거를 통해 전씨의 동생인 전 군수가 당선됐다. 이들이 이번 서거를 통해 다시 한 번 ‘가족 간 승부’를 예고하고 있는 것. 이번 지방선거에는 임호경 전 군수가 출마를 선언, 전완준 군수와 승부를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