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교육과의 전쟁’ 선포

2010.03.23 09:02:25 호수 0호

교육은 백년지대계…모조리 잡아들여!

검찰이 교육계를 향해 칼을 빼들었다. 시국선언을 한 교사들과 이들에 대한 징계를 미룬 교육감을 기소했으며 교육청 인사비리, 교육재단 비리의혹 등 교육비리와 관련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부 사건의 경우 야권과 관련돼 있어 정치권으로 파장이 확장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치권도 검찰 수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교육비리에 정치권 인사들이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다는 점 외에도 검찰 수사 결과가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질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 교육계 비리와 한판승부…MB 집권 3년차 특명
시국선언 교사들·김상곤 교육감도 검찰 사정권에  
‘신흥학원 비리’강성종 의원 소환, 정가 연계설 모락모락



검찰이 ‘교육과의 전쟁’에 한창이다. 검찰은 최근 잇따라 불거지고 있는 교육계와 관련된 수사에 잔뜩 날을 세우고 있다. 교육청의 각종 비리 사건 등 교육계 전반에 걸친 비리를 뿌리 뽑겠다고 나선 것.

이러한 검찰의 움직임 뒤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특명’이 자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집권 3년차를 맞아 교육비리와 토착비리 척결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라디오 연설과 국무회의 등을 통해 일선 교장과 교육청 비리, 공무원의 허위 유공자 등재 실태 등을 언급하고 나선 것.

MB 비리와의 전쟁 선포
검찰 교육계 전방위 수사

이 대통령은 “우리 사회 비리가 지속되는 한 선진일류국가로 진입할 수 없다”며 “출범 3년차를 맞아 정부는 교육비리와 토착비리를 척결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 달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우리 사회 곳곳에서 비리가 관행화되고 누적되고 있으며, 교육계가 비리의 온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며 “입시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교육계 곳곳의 비리를 없애지 않으면 미래를 향해 나가는 데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교육과학기술부 등 관계 부처는 곳곳에 만연한 비리를 없애는 데 총력을 쏟아 달라”며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 인정받는 사회를 만들지 않으면 편법과 부정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교과부, 법무부 등이 ‘교육비리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가장 깨끗하고 모범을 보여야 할 교육계가 그렇지 못한 것 같다’는 대통령의 한마디가 법무부 장관과 교육부 장차관을 발 벗고 나서게 한 것이다.

하지만 보다 직접적으로 뛰고 있는 것은 검찰이다. 검찰은 최근 서울시교육청 인사비리를 주시하고 있다. 서울시 초·중등학교 인사업무를 담당하는 교육정책국의 국장과 장학관, 장학사 등이 교사들로부터 ‘좋은 학교의 교장을 시켜주겠다’ ‘장학사 시험 편의를 봐주겠다’며 돈을 받아 챙긴 사실이 드러난 것. 수사결과 이들이 교사들로부터 받은 돈의 일부를 윗선에 상납하는 피라미드형 수뢰구조를 형성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조직적인 수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을 계기로 도교육청의 구조적 비리를 파악하기 위해 수사에 착수했다. 특히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교육공무원들의 줄서기와 선심행정 등이 예상됨에 따라 예산 부당집행과 직권남용 행위 등을 중점 단속키로 하는 등 수사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조합원들의 불법 정치활동 의혹도 전면 재수사에 들어갔다. 경찰로부터 전공노 단체 조합원 292명에 대한 자료를 건네받아 사실상 원점에서 다시 수사를 시작한 것.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유호근 부장검사)는 전교조와 전공노 조합원들이 정치활동이 금지된 교사와 공무원 신분임에도 민주노동당에 가입하거나 불법 후원금을 낸 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 4일 “이달 안에 경찰에서 송치받은 전교조와 전공노 조합원의 불법 정치활동 의혹에 대한 기록검토를 마친 뒤 보강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으며 일부 조합원은 소환조사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전교조·전공노 조합원들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해 적극적으로 정치에 개입할 경우 형사처벌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 수사”라며 “해당 법률 위반자는 소속 기관장에게 통보해 징계 등의 절차가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교육계에 대한 검찰 수사는 그러나 선거 개입 우려를 낳고 있다. 지방선거와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면서 교육이 선거의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상황에서 검찰 수사가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에서 정치색 걷기?
도마 위 오른 전교조·김상곤


정가 한 인사는 “교육감선거가 가까워지고 있을 뿐 아니라 교육과 관련된 화제들이 지방선거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검찰 수사가 전국으로 확대되는 것은 선거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도 교육감 선거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김상곤 교육감에 대한 수사는 이 같은 관측을 부추기고 있다. 수원지검 공안부(변창훈 부장검사)는 지난 5일 시국선언 교사 15명에 대한 징계를 미룬 김 교육감을 직무유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징계를 거부한 것은 교육감의 직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인정된다”고 불구속 기소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김 교육감측과 야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검찰의 기소는 교육감 선거가 다가오자 진보개혁세력을 위축시키기 위한 정치 공세이며, 이른바 ‘김상곤 발목잡기’”라고 비난하며 “지방선거라는 상당히 예민한 시기에 지나도 한참 지난 일을 가지고 이런 행보를 하다니, 역시 정치 검찰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다”고 냉소했다.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한 심상정 전 진보신당 공동대표도 “교사 시국선언을 빌미로 교육감을 불구속 기소한 것은 정치탄압이며 지방선거에서 교육혁신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선거 공작”이라고 지적했다.

교육계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치권으로 직접 불길이 번질 것으로 관측되는 사건도 있다. 신흥학원 비리의혹이다.
검찰은 신흥학원 관계자들이 거액의 학교자금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신흥학원 관계자들은 신흥학원 소속 신흥대학이 학교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공사비를 부풀려 계산한 뒤 그 차액을 빼돌리는 수법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 도중 신흥학원 이사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강성종 의원도 수사 선상에 올랐다. 강 의원은 비자금을 조성해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신흥대학과 인디언헤드 국제학교 등 재단 소유 학교의 교비와 국고보조금 등에서 86억원을 횡령했다는 것.

검찰은 지난 15일 강 의원을 소환해 횡령액의 사용처와 재단 비리의 인지 여부, 비자금 조성 경위 등을 물었다. 강 의원은 관련 혐의를 대체로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 18일 강 의원이 교비 횡령을 직접 지시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신흥대학에서 50억원을, 인디언헤드 국제학교에서 36억원을 빼돌렸으며, 이중 40억여 원을 정치자금으로 쓴 흔적을 포착했다는 것.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김기동 부장검사)는 “강 의원이 2004년 8월 A건설 회사를 운영하는 정모씨에게 신흥대학의 각종 공사업체와 공사비용 결정을 맡기면서 공사금액을 부풀려 계약을 체결한 뒤 초과 지급한 돈을 자신에게 전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신흥학원 비리의혹
정치권으로 불길 번질까

검찰에 따르면 강 의원은 이런 수법으로 작년 9월까지 신흥대학 공사를 맡은 6개 업체에서 모두 25억7000여 만원을 빼돌렸으며, 정치자금이나 생활비 등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의원은 또 신흥학원 사무국장을 지낸 측근 박모씨와 공모, 인디언헤드 외국인학교의 예산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학교가 구매하지 않는 물품을 산 것처럼 세금계산서를 허위로 꾸며 대금을 빼돌리거나, 교비가 입금된 계좌의 직불카드를 사용하는 등의 다양한 수법으로 신흥학원 공금 36억여 원을 불법적으로 챙긴 혐의다.

특히 강 의원은 2003년 국회의원 출마를 앞두고 박씨에게 “학교 돈으로 선거자금을 대달라”고 요구하는 등 주로 정치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교비를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강 의원을 도와 교비를 빼돌린 혐의로 박씨를 구속기소했으며, 보강조사를 거쳐 강 의원과 학원 설립자이자 그의 부친인 강신경 목사 등의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정가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정치권으로 번질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찰 수사 중 학원의 비자금 중 일부가 강 의원의 정치자금은 물론, 야권 인사들에게 흘러들었을 가능성까지 열어뒀기 때문이다. 실제 검찰은 강 의원이 정치자금으로 쓴 40억여 원과 관련, 강 의원의 공천 과정 전반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은 “재단비리에서 시작한 수사가 야권 한복판에 불을 지르게 생겼다”며 강 의원의 공천이나 정치자금 사용 내역에서 문제점이 나온다면 3개월을 채 남겨두지 않은 지방선거에도 파장이 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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