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선거 ‘태풍 주의보’ 발령 밀착해부

2010.03.16 09:15:44 호수 0호



얼개가 짜여 지던 수도권 지방선거에 ‘유시민 파장’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친노 진영 대표 주자 중 한명이자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유시민 전 장관이 경기도지사 선거를 출마하면서 야권 후보단일화 등에 차질이 불가피해진 것. 이러한 파장은 서울시장 선거로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당내 일각에서 유 전 장관의 출마가 친노 진영의 ‘세 확장’과 맞닿아 있다는 비판과 함께 또 다른 친노 인사인 한명숙 전 총리의 전략공천설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 이와 함께 친노 386 인사들의 지원을 받아온 민주당 지도부의 당혹감도 점차 커지고 있다.

서울시장 고민하던 유시민,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 선회
김진표·이종걸·심상정 속 불편 후보단일화 거친 풍랑



유시민 전 장관의 경기도지사 출마가 ‘나비효과’가 돼 야권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한 사람의 출마선언이라는 작은 날개짓으로 야권의 지방선거 연대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위압적인 관측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유 전 장관은 지난 10일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유 전 장관은 이날 서울 백범기념관 대회의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두려움과 설렘을 안고 경기도지사에 도전한다”며 “물질이 아닌 사람을 섬기는 도지사가 되겠다”고 밝혔다.

고심 끝의 출마선언
서울시장 말고 경기도지사

그는 이어 “경기도의 행정을 ‘사람 중심 복지 행정’으로 변화시키는 비전을 갖고 진보개혁 세력의 대연합을 통해 지방선거 승리를 쟁취하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고민하던 유 전 장관이 경기도지사 선거로 방향을 튼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가 한명숙 전 총리라는 것이다. 유 전 장관은 국민참여당의 서울시장 출마 제의를 받고도 이를 이유로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는 지난 3일 국민참여당 제주도당 창당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시장 불출마를 선언했다. 유 전 장관은 “서울시장의 경우 한 전 총리가 민주당 소속으로 이미 출마를 선언했고 서울로 주소지를 옮겼다”면서 “현재 야당과 시민사회를 통해 서울시장 후보로 가장 손색이 없는 분으로 단일후보가 된다면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한 전 총리는 참여정부에서 함께 내각을 하며 총리로 모셨던 분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위원장을 맡는 등 정치적 지지층이 겹치고, 동지들 내에서는 맏누님 역할을 했던 분”이라며 “나로서는 당에서 요구가 있지만 함께 경쟁해서 단일후보를 다투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그는 경기도지사 선거에 대해선 “지금의 경기도에 한나라당 후보와 대적할 수 있는 후보가, 좀 승리의 전망이 조금 어둡지 않냐는 말들이 많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출마선언에서도 “국민참여당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으면 (야당이) 경기도에서 승리를 낙관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내가 해보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말로 이러한 관측이 주변의 시각만은 아니라는 점을 내비쳤다.

유 전 장관의 출마로 인해 경기도지사 선거에 풍랑이 몰아치고 있다. 이미 야권에서 민주당 김진표 최고위원, 이종걸 의원, 진보신당 심상정 전 공동대표가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유 전 장관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들의 3파전 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진 것.

기존 출마자들은 유 전 장관의 출마를 반기는 모양새다. 대권주자로까지 거론되는 유 전 장관이 함께하게 되면 ‘흥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의원은 지난 9일 “(유 전 장관이 출마하면) 경기도지사 선거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굉장히 높아질 것이고 야당후보들의 본선경쟁력도 같이 높아질 것”이라며 “유 전 장관이 가지고 있는 국민적 집중도를 볼 때 야당의 선거판이 국민들로부터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되기 때문에 저희로서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그 속내는 겉으로 드러나는 ‘미소’보다 훨씬 복잡하다. 대중적인 인지도나 경쟁력을 생각하면 유 전 장관은 쉽지 않은 상대이기 때문이다. 또한 유 전 장관이 “야당과 시민사회가 합의한 내용을 보면 ‘경쟁 방식으로 광역자치단체 후보는 단일화한다’고 되어 있는데, 경쟁 방식은 야당 후보가 누가 되면 좋겠다는 도민들의 생각이 반영된 것 아니냐”며 “그런 것이라면 받아들이고 결과에 승복할 마음을 갖고 있다”는 후보단일화에 대한 의지에도 불구,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고민도 적지 않다.

후보들간 치열한 신경전도 이러한 속내를 반영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어떠한 룰로 단일화 경쟁을 하더라도 유 전 장관에게 지지 않는다”고 자신하며 “최종 선택 기준은 누가 본선 경쟁력이 있고 누가 부동표를 흡수할 능력이 있느냐”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유 전 장관이 지난 총선에서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며 민주당의 양보를 받아 대구수성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던 일을 거론하며 “출마 전 ‘낙선하더라도 몇 십년 만에 맺은 대구지역과의 인연은 바꾸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얘기했다”면서 “선거가 끝나자 곧바로 주민등록을 옮기고 서울시장후보로 출마할 것 같은 행보를 해 왔다. 이제는 경기도지사에 출마하겠다고 했으니 이제는 경기도에 뿌리를 내리라”고 비꼬았다.


출마 파장 일파만파
수도권 선거 전체로 확산

유 전 장관의 출마는 급기야 야권의 지방선거 연대 전선으로 확대되고 있다. 유 전 장관과 함께 국민참여당 이재정 대표, 이병완 고문, 김충환 최고위원, 유성찬 도당위원장, 오옥만 최고위원 등이 충북, 광주, 대구, 경북, 제주 광역단체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참여당은 “지방선거 공동의 승리”를 내세웠지만 민주당의 시선은 싸늘하다. 지방선거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와 맞물리면서 친노 인사들의 ‘영남 돌풍’을 기대했지만 돌풍의 주역이 되어야 할 거물급 인사들이 수도권에서 민주당과 맞대결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김민석 지방선거기획본부장은 지난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5+4 야당 연합 논의가 사실상 타결돼 구체적인 진전을 봐야 할 시점에 몇몇 지역에 후보를 제기하는 것이 얼마나 진정성 있는 것인가”라며 “연합을 앞두고 지분을 늘리기 위한 정치의 일환으로 제기한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고 참여당을 정조준 했다.

김 본부장은 유 전 장관을 향해 “영남에서 민주당의 한계를 지적하고 나선 참여당 조차도 당 지도급 인사가 한 명도 출마하지 않고 있다”면서 “유 전 장관이 전체 민주연합의 대의 속에서 서울을 포기했다면 노무현 정신의 진정한 계승이라는 결실을 얻기 위해 영남에 민주당 지도부와 함께 출마하자”고 촉구했다.

송영길 최고위원은 “당시 장관과 특혜를 입었던 사람들이 다 전선에 숨었다가 민주당이 천신만고 끝에 야권 연합을 실현해 출전하려 하자 이제 와 출마를 하겠다니 한나라당 2중대가 아니라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고 울분을 토했다.

특히 참여당이 한 전 총리, 이광재 의원, 안희정 최고위원이 출마한 서울시장, 강원도지사, 충남지사에는 후보를 내지 않았다는 점은 친노 진영의 ‘세 확장’과 맞닿아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유 전 장관 출마의 불똥은 서울시장 선거로까지 튀고 있다.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한 전 총리에 대한 당내 비주류의 반발이 커지고 있는 것.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이종걸 의원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이계안 전 의원, 인천시장 출마를 선언한 유필우 전 의원은 지난 7일 “정세균 체제는 수도권은 물론 전국에 걸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특정후보 만들기에 골몰하고 있다”며 당 지도부의 사실상 전략 공천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당 지도부는 지도부대로 고민이 깊다. 한명숙(서울시장)-김진표(경기도지사)-이종걸(인천시장)-이광재(강원도지사)-안희정(충남지사) 등의 라인업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친노계를 ‘품고 있는’ 정 대표도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다.

야권연대에 참여하고 있는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야권연대라는 것은 다른 야당들과 동반자 관계를 가지겠다는 것인데, 민주당이 주요한 선거를 모두 독식하겠다는 것은, 다른 야당 모두를 들러리로 간주하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며 수도권 선거에서의 양보를 원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유 전 장관에 대한 경계가 일정 선을 넘을 경우 ‘야권 연대’에서 진정성을 의심받게 될 수 있다는 것.

친노 진영 출사표에
시름에 잠긴 지도부

정치권 관계자들은 향후 야권 연대가 더 복잡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은 후보단일화가 힘든 곳이면서도 단일화의 상징성과 파괴력이 가장 큰 곳으로 평가되는 만큼 꼭 풀어야 할 숙제라고 강조한다. 당장 후보단일화 없이 여권 후보와 승부를 내는 것 자체가 힘들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새겨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수도권 선거 중에서도 경기도지사 선거는 야권의 후보들간 격차가 크지 않은 만큼 단일화 작업의 진통이 클 것”이라며 “유 전 장관의 출마로 인한 갈등을 야권의 흥행과 선거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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