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민주 공천 혁명 두마리 토끼잡기

2010.03.16 09:09:47 호수 0호


여야 정치권이 본격적인 지방선거 체제에 돌입했다. ‘공천’은 그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지방선거에 어떤 인물을 내세우느냐에 따라 선거 판도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천에서 시선을 모은 당은 그 여파를 지방선거까지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각 당의 공천 경쟁은 ‘후보 선출’만이 아닌 지방선거의 ‘예비전’ 성격까지 띠고 있다. 민주당은 공천 혁신과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나라당도 빠른 시일 내에 중앙당을 비롯한 16개 시도당의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여야 모두 공천에 기대를 걸고 잰걸음을 걷고 있는 것. 여기에 당내 이해관계자들의 속내가 겹치면서 각 당의 ‘공천’은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다.

한나라당…밀실공천 배제, 부패인사 배제, 여성후보 우선 공천
민주당…시민참여 공천으로 시선 모으고, 지지율 끌어 올리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6월 지방선거의 승부수로 ‘공천’을 띄우고 있다. 개혁공천을 통해 당의 이미지를 바꾸고 후보단일화 등으로 지방선거에서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것.

한나라당은 밀실공천 배제, 비리·부패인사 배제, 여성 후보 우선 배려 등을 공천 원칙으로 삼았다.

정병국 사무총장은 지난 7일 지방선거에 대해 “깨끗하고 투명한 스마트 공천, 서민 생활밀착형 스마트 정책, 포지티브한 스마트 선거 등 ‘쓰리(three) 스마트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총장은 공천과 관련, “공천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도덕성이 될 것이며, 밀실 공천을 없애고 철새 정치인과 비리 전력자를 배제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마트 공천’을 “객관적이고 투명한 공천”이라고 규정하면서 “철새정치인과 비리 전력자, 지방재정 파탄 단체장 등의 ‘묻지마식’ 영입을 차단하고 여성을 우선으로 하는 공천을 하겠다”고 말했다.

개혁공천 승부수
‘창과 방패’의 격돌


그는 이어 “공천과 관련한 정보를 공개하고 수용자 중심의 공천을 하겠다”며 ‘밀실공천’을 일축했다. 또한 투명한 공천을 위해 후보자추천위, 국민참여선거인단 등을 통해 공천하고 이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공천 사각지대를 감시하는 ‘클린공천감찰단’을 운영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정 총장은 “치열한 당내 경선을 통해 선출된 후보가 본선에서 강하다. 경선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면서 “후보들이 있고 경선환경이 조성됐는데 그것을 의도적으로 전략지로 만들 이유가 없다”며 전략공천이 최소화될 것임을 강조했다.

한나라당의 공천 원칙은 당 안팎의 상황을 모두 고려한 것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총선에서 밀실공천으로 친이·친박계의 갈등 뿐 아니라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연대 등 ‘친박 돌풍’이라는 직접적인 타격을 받아야 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친이·친박계 인사가 같은 지역에 동반 출격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이번에는 ‘공개된’ 공천을 통해 당내 갈등과 ‘역풍’을 막겠다는 것.

비리·부패인사 배제는 한나라당 소속 지자체장들의 비리·부패에 대한 야권의 견제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서울 25곳 구청장을 모두 차지했으며 경기도 31개 기초단체 중 27곳을 차지하면서 서울·경기지역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서울에서 9명이, 경기도에서 8명이 뇌물수수·선거법위반 등 비리혐의로 형사처벌을 받거나 기소됐다. 이에 야권의 ‘부패한 지방권력 교체’ 목소리가 힘을 얻기 전 ‘반부패’ 이슈 선점에 들어간 것.

정두언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은 지난 7일 “뇌물죄로 기소된 자는 당원권을 박탈하게 돼 있는 당헌·당규를 더 강화하는 등 부정부패 연루 인사를 철저히 배제하겠다”면서 “수도권의 경우 비리 단체장이 많아 물갈이 폭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대대적인 물갈이 공천은 지방선거 전체 승패와도 관련이 깊다. 정 위원장은 지방선거 전체 승패 기준을 “서울·경기·인천에서 최소 2승1패”라고 밝혔다. 여권에 불리한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수도권에서의 대대적인 변화는 피할 수 없다는 것.

여권 한 관계자는 “이번 지방선거는 현 정권의 중간평가”라며 “지방선거에서 야권에 승기를 빼앗기면 현 정권은 물론 정권재창출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적잖은 반발에 부딪힐 ‘물갈이 공천’을 강행하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수도권’을 겨냥하고 있다면 민주당은 ‘호남’에서의 개혁공천을 벼르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2006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전남 기초단체장 22명 중 8명이 뇌물수수나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기초단체장 230명 중 36명(15.7%)이 임기를 채우지 못한데 비해 전남은 36%가 중도 하차한 것. 무소속이 섞여 있다고는 해도 전남이 민주당의 텃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민주당의 호남 독식으로 인한 폐해’라는 지적을 무시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공천에 ‘시민’ 넣어
일석이조 효과 노린다


때문에 민주당은 호남에서의 ‘과감한 변화’를 통해 지지층을 불러 모은다는 복안이다. 김민석 지방선거기획본부장은 지난 7일 “시민공천배심원제와 현역 단체장 평가 등을 통해 부적절한 인사를 거를 것”이라면서 “민주당의 현역 단체장이 대부분 호남인만큼, 평가를 엄격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비장의 카드로 내세운 ‘시민공천배심원제’는 중앙당이 선정하는 전문가그룹과 해당 지역 시민들로 이뤄진 배심원단이 공심위가 압축한 복수의 후보에 대해 정견발표와 상호토론, 질의응답 등을 거쳐 투표하는 방식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의 견인차 역할을 한 ‘국민참여경선’처럼 민주당에 시민들의 시선을 모으겠다는 것. 다만 국민참여경선은 여론 지지율보다는 조직력으로 승패가 갈리는 만큼 시민공천배심원제로 막대한 자금과 인적 동원을 막겠다는 것이다.

김민석 본부장은 “공천은 결국 경쟁력이 있는 후보를 합리적 방법으로 뽑는 것”이라며 “새롭게 도입하는 시민공천배심원제를 제대로 정착시키고, 특히 국민경선의 문제점인 동원선거·조직선거의 폐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지난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시민공천배심원제가 적용되는 1차 지역 9곳을 확정했다. 광역단체장은 대전 1곳, 기초단체장의 경우 광주 남구, 전남 무안, 전북 임실, 서울 은평, 경기 오산, 경기 화성, 인천 연수, 충북 음성 등 8곳이다. 민주당은 오는 27일 대전을 시작으로 5월 1일 서울까지 광역단체장 후보 경선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광주시장 경선에서의 시민공천배심원제 도입은 박주선 최고위원의 반발로 결정되지 못했다. 박 최고위원은 “국민참여경선이 최선의 개혁공천”이라며 “특히 16개 광역시·도 선거구 중 유독 광주시장 후보만 아무런 이유와 명분도 없이 시민공천배심원제를 적용하려는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광주시장 경선에 대한 시민공천배심원제 도입 주장에 대해 “특정 정파의 인위적 물갈이 시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시민공천배심원제는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야권 후보단일화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정세균 대표는 “공천이 인사권의 90~10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정당이 가진 기득권은 공천과 관련한 지도부와 당 책임자들의 권한을 말한다”면서 “시민공천배심원제는 기득권을 내려놓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비 넘으면 또 고비
이상은 높고 현실은 막막


여야의 야심찬 공천 구상은 그러나 순탄치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당내 친이·친박, 주류·비주류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파열음을 예고하고 있는 것.

한나라당은 진통 끝에 중앙당 공심위 명단을 확정했다. 하지만 당장 당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PK(부산·경남)·TK(대구·경북)에서 친이·친박계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대구시장 선거에서는 친이계 김범일 시장과 친박계 서상기 의원이, 경북도지사 선거에서는 친이계 정장식 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과 친박계 김관용 지사가 대결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것. 경남도지사 선거에서는 친이계 이방호 전 사무총장과 이달곤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나선가운데 안홍준 의원이 틈을 노리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친이계가 PK·TK 점령에 나선 것 아니냐”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친이계의 세가 강한 PK에서 김태호 경남지사가 3선 재도전을 포기, 많은 의문을 남긴 상태에서 친이계 이방호 전 사무총장과 이달곤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도전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특히 이 전 장관은 “현직에 있는 장관이 대통령의 결단 없이 사표를 내고 지방으로 내려온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말로 대통령의 의중을 과시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의 세가 강한 TK에서는 정장식 전 원장이 “영남권 단체장의 경우 중앙당 차원에서 전략공천 가능성이 있다”는 말로 여운을 남겼다.

야권 후보단일화 작업도 하루하루 고비를 맞고 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지난 5일 “넘어야 될 산이 사실은 많다”는 말로 단일화에 대한 어려움을 내비쳤다. 여권도 “야권 후보 단일화는 파괴력이 있지만 쉽게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에서 단일화는 원래 쉽지 않다. 더욱이 야권이 많이 분열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가 한 인사는 “여야가 지방선거를 위해 공천이라는 따가운 바늘을 꺼내들자 당내 갈등이라는 실이 함께 따라붙은 상황”이라며 “어떻게 바늘에 실을 잘 꿰어 ‘바느질’을 해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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