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륜을 저버리고 자식들에게 몹쓸 짓을 한 부모들의 사건이 연달아 벌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친딸을 상대로 성폭행을 저질러 아이까지 낳게 한 아버지가 있는가하면 게임중독에 빠져 어린 자식을 굶겨 죽인 비정한 부모도 있다. 그런가하면 한 30대 여성은 자신이 낳은 아이를 두 번이나 자신의 손으로 죽였다. 이 같은 비정한 부모들의 행각이 이어지면서 자격을 갖추지 않은 부모로 인해 무참히 피해를 당한 자식들에 안타까운 시선이 모이고 있다.
온라인 게임에 빠져 신생아 굶겨 죽인 게임중독 부부 덜미
자신이 낳은 아이 두 번이나 자신의 손으로 죽인 30대 여성
“잘못한 자식에게 매 한번 드는 것도 몇 번이고 망설이는 것이 부모마음인데 어떻게 저런 짓을 할 수가 있나….”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두고 있는 이모(39·여)씨는 최근 벌어진 인면수심의 사건들을 보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한다. 생면부지의 남에게도 할 수 없는 범죄를 버젓이 자식에게 저지르는 모습에 인간에 대한 실망감까지 느낀단다.
많은 사람들을 경악케 한 첫 번째 사건은 지난 2월24일 발생했다. 이날 오전 11시쯤, 서울 휘경동의 한 모텔에 김모(37·여)씨가 들어왔다. 큰 키와 건장한 체격으로 언뜻 보면 남자 같아 보이는 김씨는 하루 종일 모텔방 안에 있다가 이날 오후 6시40분 쯤 모텔을 나섰다. 종업원에게는 “저녁에 다시 들어 올 테니 방 청소를 하지 말라”고 일러둔 뒤였다.
하지만 그 다음날에도 김씨는 들어오지 않았고 모텔 종업원은 청소를 하기 위해 김씨가 머문 방으로 들어갔다. 들어간 방의 바닥은 피로 흥건했고 침대보 속에 숨진 신생아가 있었다. 놀란 종업원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이문동의 한 PC방에 있던 김씨를 검거했다.
먹고 살 길 막막해서
경찰조사결과 김씨는 모텔방에서 여자아이를 낳은 뒤 수건과 침대보 등으로 입과 코를 막아 질식사시켰다. 지난해 인터넷 채팅으로 한 남성을 만나 원치 않는 임신을 했던 김씨는 차마 해선 안 될 행각을 벌인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김씨가 아이를 살해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 김씨는 1997년에도 성폭행을 당한 뒤 임신을 하자 같은 방법으로 아이를 낳고 살해해 1년간 감옥살이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10여 년 전 성폭행을 당한 뒤 출산한 아이가 너무 보기 싫어 살해했고 이번에는 직업도 없고 살 곳도 없어 아이를 양육할 수 없는데 아이가 태어나 보기 싫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복역 후 여자라는 사실이 싫어 남장을 하고 다녔고 낙태수술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 탓에 산부인과를 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동대문경찰서는 영아살해 혐의로 김씨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런가하면 지난 2일에는 게임중독에 빠져 3개월 된 딸을 굶겨 죽인 부부가 5개월 만에 덜미를 잡혔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남편 김모(41)씨와 부인 김모(25)씨가 그 장본인.
지난 2008년 8월 인터넷 채팅에서 만나 교제하던 김씨 부부는 2009년 2월 결혼했다. 이렇다 할 직업이 없었던 부부는 보증금 200만원짜리 단칸방을 얻어 살림을 차렸다. 지난해 6월에는 딸도 태어났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딸은 부모의 사랑을 받을 수 없었다. 아빠와 엄마가 게임에 중독돼 끼니조차 제때 주지 않았던 것이다. 이들은 하루 6시간에서 12시간을 PC방에서 게임을 하며 살았다. 그 동안 딸은 홀로 방에 남아 굶주림과 싸워야 했다.
그러다 태어난 지 3개월이 지난 지난해 9월23일 오후 7시 쯤 딸이 숨지고 말았다. 그 시간에도 김씨 부부는 집 근처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
이들 부부가 딸이 숨졌다는 걸 안 것은 그 다음날 아침. PC방에서 밤새도록 게임을 하고 돌아 온 김씨 부부는 그제야 딸이 싸늘한 주검이 됐다는 걸 알았고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김씨는 경찰에서 “아침에 아기가 일어나지 않아 확인해 보니 죽어 있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들의 눈에 이상한 점이 포착됐다. 숨진 아이가 심하게 야위어 있었던 것. 미라로 보일 만큼 뼈밖에 남지 않은 아이의 몸을 보고 뭔가 수상하다는 것을 느낀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했다. 그리고 한 달 뒤 ‘장시간 음식물을 섭취하지 못해 아사(굶어죽음)한 것으로 보인다’는 부검결과가 나왔다.
이 결과를 보고 겁을 먹은 부부는 그 길로 종적을 감췄다. 경찰의 추적을 받던 이들 부부는 지난 2일 잠적 5개월 만에 김씨의 친정이 있는 경기 양주시에서 잡혔다. 경찰조사에서 이들 부부는 “죄책감 때문에 지난 5개월 동안 PC방에 가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조사에서 추가로 드러난 내용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자신들이 낳은 딸은 방치한 부부들이 온라인 게임 상에서는 가상의 딸을 지극정성으로 키워왔던 것이다. 이들 부부가 갓 낳은 딸을 저버리고 즐긴 게임은 온라인상에서 소녀를 양육하는 롤플레잉게임이다.
게임 이용자들은 일정수준의 레벨을 넘으면 ‘아니마’란 캐릭터를 키울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는데 게임 레벨이 높은 이들 부부는 아니마를 키울 수 있는 자격을 얻어 가상의 딸을 키우고 있었던 것. 경기도 수원서부경찰서는 지난 3일 유기치사 혐의로 김씨 부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혀를 내두르게 하는 부모들의 만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친딸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데 이어 딸이 낳은 2명의 아이까지 살해한 남성이 덜미를 잡힌 것이다.
충남지방경찰청은 지난 4일 10여 년 간에 걸쳐 자신의 딸을 상습 성폭행한 혐의로 김모(49)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성폭행하고 손주 살해까지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자신의 친딸(25)을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최근까지 10여 년 동안 1주일에 2∼3차례씩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다. 김씨는 지난 2005년 쯤 성폭행으로 자신과 딸 사이에 남자 아이가 태어나자 이불을 덮어 질식사시킨 뒤 당시 살던 천안시 구성동 집 앞마당에 매장하고, 2006년 겨울에도 성폭행으로 딸이 낳은 여자 아이를 목 졸라 살해한 뒤 같은 장소에 묻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김씨는 경찰에서 딸을 성폭행 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손자를 살해유기한 부분에 대해서는 극구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